"딥페이크 성범죄 근본원인은 여성을 동료 시민으로 여기지 않는 남성문화"

84개 여성단체 "여성혐오 근절 위한 행동 전사회적으로 일어날 때"

정부의 강력 대응 예고에도 딥페이크(이미지 합성) 성범죄 가해 행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성계가 현 사태의 핵심이 여성을 동료 시민으로 여기지 않는 남성문화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84개 여성단체는 29일 공동성명을 내고 반복되는 여성 대상 디지털 성범죄의 원인을 이같이 짚으며 "온라인 남성문화에 대항하는, 여성혐오 근절을 위한 행동이 전 사회적으로 일어날 때"라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여성들이 딥페이크 성범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사진을 비롯한 개인정보를 가리고 있는 현실에 "온라인 공간에서 축출되어야 할 것은 여성의 자기표현이 아니라 뿌리 깊은 남성문화"라며 "'여성을 동료 시민으로 여기라'는 구호가 2024년에도 급진적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고 한탄했다.

단체들은 각 정부부처에서 일제히 내놓고 있는 딥페이크 성범죄 대처 방안에 대해 "정부가 마치 '새로운' 대책처럼 제시하고 있는 것들은 기실 기존 대책의 반복이며, 으레 했었어야 하는 내용들 뿐"이라며 "편협한 법과 부처 장벽에 쪼개지지 않는, 디지털 시민의 안전할 권리를 위한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 엄정 대응을 지시한 것과 관련해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표명하며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걸고, 2023년에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방지를 위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며 "그런 대통령이 2024년 8월 27일 국무회의에서 딥페이크 영상물은 '익명의 보호막에 기대 기술을 악용하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역설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원인은 구조적 성차별이고 해결은 성평등"이라며 "윤 정부 정책기조의 전면 수정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시민들의 남성문화 개입이 절실하다"며 "소라넷 이용자 100만명, 텔레그램 성착취 방 참가자 26만명, AI를 통해 나체를 합성해주는 텔레그램 채널 가입자 22만명으로 이어지는 남성문화의 공모자들이 조직적으로 모여 여성을 대상화하고 놀잇감으로 여겼다는 것, 친구-동료-가족-시민의 자리에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위치시키지 않았다는 것이 이 폭력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의 자유와 안전을 위한 해답이 왜 우리 사회에는 없는 것처럼 보이는가. 온라인 남성문화에 대항하는, 여성혐오 근절을 위한 행동이 전 사회적으로 일어날 때"라고 했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 동안 진행한 교내 딥페이크 성범죄 실태조사에 접수된 피해 건수만 2492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중 자신의 사진으로 딥페이크 성범죄물이 만들어진 것을 직접 확인한 피해자는 29명(학생 13명, 교사 16명), 딥페이크 성범죄물 관련 협박을 주변으로부터 전달받는 등 간접적인 피해를 겪은 이는 488명(학생 291명, 교사 188명, 교직원 9명)이었다.

전교조는 "딥페이크 성범죄 사안에 대한 관계 부처의 상황 인식은 안일하고 대응 속도도 지나치게 늦다는 게 학교 현장의 중론"이라며 정부에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신속 설치 등 국가 주도 대응과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 성평등교육법 제정 등 교육활동 지원을 촉구했다.

▲ 2023년 9월 4일 오전 서울 신당역 앞에서 직장갑질119 주최로 열린 신당역 살인사건 1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관련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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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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