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동결에 당정 일제 압박…與 "내수진작 측면에서 유감"

대통령실 이례적 입장표명에 장단 맞춘 與 지도부…금통위 독립성 우려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데 이어,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도 "내수진작 차원에서 봤을 땐 약간의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며 유감을 표했다. 당정이 일제히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한은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3일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금리 결정은 통화신용정책기구로서의 한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고, 충분히 여러 경제상황을 감안해서 판단했으리라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김 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한은 금리동결과 관련 "금통위 의사를 존중한다"면서도 "소상공인 내수부진과 관련해 현실적인 고려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장은 "금융권에서 올 연말도 성과급 대잔치를 벌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들이 다들 많이 힘들어하는 시기다. 성과급 대잔치를 벌이는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금융권 자체의 대출금리를 조정한다든지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다만 김 의장은 "환율을 고려해야 하고 부동산 가격, 가계대출 같이 고려했으리라 본다"며 "아쉽기는 하지만 미 연준 금리 인상을 고려한 것 아니겠나"라고 금통위 결정 자체에 대해서는 거듭 존중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당과 정부는 고위당정협의회 등 당정협의를 거쳐 다음주 중 추석대비 공급 등 안정 대책과 함께 소비진작 대책을 마련해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실은 전날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발표에 대해 이례적으로 입장을 내고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지만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사실상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한은의 이번 결정을 두고 당정의 압박이 지속될 경우,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와 같은 독립성 침해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6월 "우리나라가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꾸준히 금리 인하 방향을 시사해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대통령실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으로 평가해 주시는 건 지금 상황을 볼 때 당연하다"며 "저희는 그런 견해들을 다 취합해서 듣고 (결정하는 것)"이라고 원론적 반응을 보였다.

한편 한은의 이번 동결 결정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가 3.50%로 인상된 뒤 이어진 13차례 연속 동결 결정으로, 이는 역대 최장 기간 동결이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가운데)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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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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