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제안 '생중계 회담', 與 내에서도 비판…"협상을 어떻게 생중계?"

윤상현 "대선 TV토론 하겠다는 건가"…野 "韓, 지엽적 문제만 연구하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을 방송사 생중계 형식으로 진행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이벤트처럼 회담이 돼선 안 되는 것"이라는 등의 부적절 의견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21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 등이 밝힌 한 대표의 '생중계 회담' 제안과 관련 "회담 생중계는 (보통) 안 한다. 대선 TV토론 1차전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라며 "이거는 불쑥 던진 것 같다. 아이디어 차원에서"라고 평했다.

이어 윤 의원은 한 대표 측을 겨냥 "회담이라는 게 결론을 맺기 위해서는 서로 양보할 것도 있고 솔직히 밖에서 얘기 못할 것도 많다. 그게 협상"이라며 "협상을 어떻게 생중계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벤트처럼 회담이 돼선 안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회담 초기부터 이런 내용으로 다투게 되면 결국 회담이 과연 성과물이 있겠느냐에 대해서 걱정스러운 그런 입장"이라고 한 대표의 제안에 부정평가를 내렸다.

김 최고위원은 "우리 당 입장에서는 이 대표가 비공개 회의에서 별 내용도 없이 밑자락만 깔아놓고 나와서는 온갖 비난을 퍼부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차라리 TV 토론하듯이 생중계를 하자는 것"이라면서도 "협상과 타협을 하는 자리인데 그것을 TV토론 생중계하듯이 하자고 하면 민주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영우 전 의원 또한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약에 생중계를 하면 대화의 상대가 상대자가 아니라 사실 시청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대선 토론이 되는 거다. 이게"라며 "그렇게 되기 때문에 (생중계를 하면) 이게 세기의 대결이 되지 대화가 되기는 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한 대표가 생중계 방식을 제안한 배경에 대해서는 "양 대표 간에 신뢰가 없기 때문에 생중계 얘기가 나왔다"며 "이게 지금 정상적인 여야 당 대표 회담이 되기는 어렵다", "역시 대선주자들끼리의 신경전이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진단했다.

보수논객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한 대표 측 제안에 대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한 장 소장은 "양당 대표 회담을 생중계한 적이 없다",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제안을 한 것이 과연 맞는 것이냐"라며 이같이 말했다.

장 소장은 이어 "회담은 왜 하냐 하면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하는 거다. 그런데 토론은 결론을 이끌어낼 수가 없다"며 "진짜로 생중계가 됐다. 그럼 한동훈 대표에게 유리할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제안이 한 대표 본인에게도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장 소장은 또 "(한 대표는) '내가 TV토론 자신 있으니까 이재명 대표 내가 이길 수 있어'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한 대표가) 이 대표를 너무 좀 얕잡아보는 것이 아니냐 그런 생각도 좀 든다"고도 했다.

그는 "(회담을 통해) 여러 가지 약속을 했는데 추경호 원내대표가 '이 법안은 좀 곤란한데요?' 그리고 용산에서 '우리는 이거는 못 받아들여요. 반대', 이래버리게 되면 당 대표로서 권위와 지위, 리더십은 확 맛이 가는 것"이라고 말해 이번 회담 자체가 한 대표에게 불리하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회담 생중계 제안이 사실상 판을 깨기 위해 던진 수라는 맥락이다.

전날 박 비서실장이 언론을 통해 생중계 전체 공개 방식을 알리자 "예의에 어긋난다"(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며 반발한 민주당 측도 이날 한 대표의 제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생중계 회담 제안에 대해 "굉장히 본질적이지 않은 지엽적인 문제를 우리 한 대표께서 연구를 많이 하시는구나, 전 그런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이것은 대선 후보, 예비 대선후보, 더구나 TV 토론이 아니다"라며 "당대표의 정무적인 회담 아닌가. 그에 맞게 정치가 다 이렇게 내용과 형식과 무게가 있고 절도가 있는 것 아닌가. 그에 맞게 판단을 해 주시는 것이 좋겠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생중계 반대 의사를 표한 셈이다.

그는 또 이번 회담 의제 선정과 관련 "우리가 무슨 김건희 특검 얘기를 올렸나. 친일 문제 공직자,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당장 자르자고 합의하자고 올렸나. 아니잖나"라며 "한 대표가 하자고 한 거, 본인이 약속한 거, 국민과 자기한테 약속한 거, 그것부터 얘기하자고 했는데 그러면 너무 고마운 일 아닌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예의에 어긋난다"는 이 비서실장의 비판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천준호 전략기획위원장 또한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회담을 통해서 결과물을 내는 게 목적이라고 하면 그 형식은 회담으로 가는 게 맞다", "양 대표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알려드리고 그것을 서로 경쟁하는 게 목적이면 TV 토론 같은 형식으로 하는 게 맞다"며 "그래서 이번에 만남, 이 회담의 목적에 맞는 형식을 갖춰야 된다"고 말해 생중계 반대 의사를 전했다.

그는 생중계 방식이 실제 적용될지 여부에 대해선 "아마 양당의 당대표 비서실장께서 모여서 논의하실 내용이니까 그런 과정에서 협의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면서도 "국민의힘에서 일방적으로 (생중계하자는) 그런 형식을 낸 것은 상당히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해 역시 한 대표 측 태도를 비판했다.

천 최고위원은 이어서도 "한 대표가 정말 원하는 게 국민들 앞에서 입장 차이가 있다라고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을 중심으로 생각하시는 것이면 TV토론을 하는 게 맞다"며 "회담을 통해서 뭔가 접점을 마련하고 진전된 결과물을 도출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시면 그에 맞는 형식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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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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