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 베트남에서 몰래 마약을 국내로 들여온 뒤 유통한 마약사범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마약 밀수책들은 본인 및 가족의 신상 등을 마약밀수조직에 넘기며 ‘충성 맹세’를 하기도 했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A(20대)씨 등 86명을 검거하고, 이 중 34명을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고 13일 밝혔다.
적발된 이들은 마약 밀수책 6명(구속 4명)과 판매책 28명(구속 20명) 및 투약자 52명(구속 10명) 등이다.
A씨 등 밀수책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 7월까지 태국과 베트남에서 구한 마약을 여성용 속옷과 생리대 등지에 숨기거나 국제우편을 이용해 국내로 밀반입한 뒤 판매·유통하거나 직접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회초년생이거나 과도한 채무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이들은 ‘고액 알바를 모집한다‘는 SNS 광고를 통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처음에는 국내로 들여온 마약을 유통하는 역할을 맡았던 이들은 마약 조직의 신용을 얻은 뒤 밀수책으로 승격되는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본인의 신분증을 공개한 채 "나는 ○○(텔레그램명)의 마약 밀수책 ○○○이다. 마약을 가지고 도망치면 가족들 집에 마약이 배달되는 것에 동의한다" 등 속칭 ‘충성맹세’ 영상을 촬영해 총책에게 전송하는 일종의 채용 절차도 거쳤다.
이들은 또 충성맹세 영상 외에도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표등본 및 초본, 제적등본, 범죄경력자료 등도 함께 마약밀수조직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넘겨진 정보는 마약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생기 경우 밀수책들의 가족 집에 마약을 배송한 뒤 즉시 경찰에 신고하는 방식 등 밀수책들의 배신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국내로 반입된 마약은 판매책 B(30대)씨 등을 통해 서울과 인천, 부산 등 전국에서 퀵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일명 ‘던지기 수법’ 등으로 유통됐다.
지난해 9월 "지인이 필로폰을 투약한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들이 마약을 입수한 경로를 역추적해 지난달까지 집중 수사를 벌인 끝에 마약사범들을 차례로 검거했다.
경찰은 필로폰 1.9㎏(6만3000여 명 동시 투약 분)와 대마 2.3㎏, 케타민 637ｇ, 엑스터시 433정, LSD 491장 등 9억 원 상당의 마약을 비롯해 마약자금 2304만 원을 압수했으며, 범죄수익금 1544만원을 특정해 기소 전 추징보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 있는 총책을 비롯해 아직 적발되지 않은 국내 밀수 및 중간 판매 사범에 대한 추적도 이어가고 있다"며 "SNS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광고하는 아르바이트는 대부분 범죄에 연루돼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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