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에 정부, 이커머스-PG 간 분리 검토

당국자 "자본건전성 규제 강화"…野도 유사취지 법안 발의

금융당국이 위메프·티몬 대규모 미정산 사태 재발을 위해 전자상거래(이커머스)와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위메프나 티몬처럼 PG사를 겸영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자금압박에 시달릴 때 PG사의 자금에까지 손을 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쿠팡이나 네이버처럼 PG사를 별도로 분리하거나, 아마존처럼 외부 PG 업체를 활용하게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4일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들이 PG사를 내재화해 정산도, 판매도, 배송도 한 몸으로 하면서 PG사에 있는 돈을 마음대로 제어하는 게 문제"라면서 "자본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면 분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자상거래 점유율 1위 업체 쿠팡의 경우도 PG사를 겸영하다가 2020년 자회사 쿠팡페이를 설립해 분리한 바 있다. 네이버도 PG사를 네이버파이낸셜로 분리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경우 PG로 외부 업체를 사용하고, 아마존 내부로 자금이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자상거래와 지급결제 간에 방화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어느 한쪽이 무너지거나 변형되거나 그러면 그쪽을 막기 위해 지급결제 자금을 유용해 쓸 위험성이 존재한다"면서 "방화벽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할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분리할 경우 법인 설립과 전산시스템 분리 등을 해야 하므로 비용이 발생하는 문제, 현재 겸영을 하는 업체들에 가해질 충격 등에 대해서도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PG사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어떤 방식으로 강화할지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위메프, 티몬과 경영지도기준 미달로 업무협약(MOU)을 맺었는데도, 등록업체인 PG사에 대해서는 경영개선 권고나 명령 등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방치한 데 대한 질타가 이어진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PG사의 경우에도 적자가 나는 등 경영지도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등록취소 등의 행정처분이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정부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내주 초 금감원의 등록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등록 전자금융업자 중 연평균 매출액 1천억원 이상인 경우 허가 전자금융업자와 마찬가지로 금감원이 자본증액, 임원개선명령, 영업정지·취소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허가 전자금융업자의 경우 금감원이 자본증액, 임원개선명령, 영업정지·취소 등 행정처분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해 추가 대응 방안 및 제도개선책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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