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역본부가 제주 쿠팡 노동자 사망 사고의 진상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제주 지역 쿠팡 노동자는 지난 18일 오전 1시 40분 심야 로켓배송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노동자가 멈춰 선 트럭에서 정신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으나 뇌출혈 판정을 받았다. 같은 날 애월읍 쿠팡 물류 센터에서는 또 다른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본부장 임기환)는 29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쿠팡 제주 서브허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건 '쿠팡의 살인적인 노동 강도'가 원인이라며 진상규명과 함께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5월 과로로 숨진 고(故) 정슬기 씨는 주당 평균 63시간을 일했고 하루에 배송해야 할 물량은 340여 개에 달했다”며 “지금과 같은 여름철에는 물류센터 온도가 35도에 육박해 노동자들은 시시각각 온열질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에어컨이 설치된 물류센터는 일부에 불과하고 애월 쿠팡 물류 센터 역시 에어컨은 없었다”며 “같은 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쓰러지고 이 중 한 명은 끝내 목숨을 잃었지만 이런 사실이 일주일 동안 외부로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노총은 특히 “쿠팡은 노동자의 죽음을 은폐하려 했던 것이냐”면서 “제보에 따르면 무덥고 습한 날씨에도 냉방 시설조차 없고 더운 바람을 뿜어대는 선풍기가 전부였다. 고강도 노동에 더해 적절한 휴게시간, 냉방시설조차 없는 환경에서 일하다 노동자가 숨진 사고를 쿠팡은 중대재해가 아니라고 주장하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전국 물류센터 지부 쿠팡 물류센터 지회장은 “올여름에만 쿠팡에서 4명의 노동자가 쓰러졌다. 이 중 3명은 현재 우리와 생을 같이 하고 있지 않다”며 “제주 지역 쿠팡에서 일하던 노동자 2명이 쓰러진 것이 과연 우연이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왜 제주에서 두 노동자가 쓰러졌어야만 했는지,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노동조건을 잠깐이라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로켓배송, 새벽 배송 때문에 노동자들이 개처럼 뛰어다닐 수밖에 없는 환경이고, 이것이 전국 3만 명의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택배 노동자 김명호 서비스연맹 제주지역본부장은 “우리 택배노동자들이 지난 수년 국민께 호소하고 처절하게 요구해 왔던 것이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였다”며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노동환경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내려 싸워왔지만 다시 사람이 죽어가는 현실이 비통하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은 애꿎은 택배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는 현실을 계속 방치할 것이냐”면서 "죽음의 택배 현장을 바꾸기 위해 힘차게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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