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청문회에 '증인 김건희' 불출석…야당 "고발 등 책임 묻겠다"

쟁점·사실관계는 평행선, 여야 간 신경전만 계속…국민의힘 "불법 탄핵 청문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정청래)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에 불출석한 윤석열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와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를 다시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불출석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청문회에서 여야는 △김건희, 최은순 등 증인 채택 논란 △청문회 개최의 적법성 △'김건희 황제조사' 논란 등을 두고 또 다시 대치를 이어갔다.

법사위는 26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2차 '대통령 탄핵 청원 심사 청문회'를 개최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김 전 대표와 최 씨, 정 비서실장 등 불출석한 증인 13명에 대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무단으로 불출석했다"며 "법률에 따른 고발 등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반드시 묻도록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날 출석요구를 받은 증인들은 이들 외에 이원석 검찰총장, 유철한 국민권익위원장,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대표 등 24명이다. 참고인으로는 경찰관 송원근 씨 등 3명이 출석요구를 받았다. 정 위원장은 이원석·유철한·권오수 등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5명에 대해서도 "그 사유가 정당한지 여부에 대한 위원회 논의를 거쳐 그 결과에 따라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이에 대해 "(청문회 자체가) 국회청원심사규칙상 수리 될 수 없는 청원에 근거한 청문회"라며 "(증인들을 고발한다면) 무고죄에 해당할 수도 있는 고발"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 또한 이날 해당 사항과 관련 기자들과 만나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탄핵 청문회"라며 "그런 탄핵 청문회와 관련해 대통령실에서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증인 불출석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여야는 앞서 지난 19일 청문회 당시처럼 회의장 진입 등을 둘러싼 물리적으로 충돌을 일으키진 않았다. 다만 회의장 내에서는 여당 위원들이 김 전 대표의 증인채택을 의결한 야당 측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회의 초기부터 고성이 이는 등 신경전이 이어졌다. 질의 시작 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김건희 여사, 최은순 씨, 그리고 대통령실이 조직적으로 계획적으로 지금 불출석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항의했고, 이에 정 위원장은 "발언권을 얻고 이야기하라"며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송 의원의 발언권을 중지시키기도 했다.

송 의원은 이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번 청문회는 그야말로 헌법에도 반하고 법률에도 반하는 위헌·위법적 청문회"라고 주장했는데, 정청래 위원장이 "불법 청문회라면 나가라"라고 맞받자 항의의 표시로 실제로 회의장을 잠시 이탈하기도 했다. 다만 정 위원장은 송 의원의 회의장 이탈에도 이를 말리지는 않고 "다시 들어오면 (청문회가) 합법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증인석에는 각 증인들의 이름을 명시한 명패가 비치됐다. 불출석한 증인들의 자리에도 '김건희 증인', '최은순 증인' 등이 적힌 명패가 놓여 눈길을 끌었다. 이에 여당 간사 유상범 의원이 "증인 표시에 '증인 최은순', '증인 김건희'라고 해서 지난주와는 다른 형태의 증인 명패가 적혀 있다", "의도적으로 특정인들을 창피주기 위해서 이와 같이 하는 건 너무하다"고 반발했지만,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위원회) 재량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옛 청와대 인근 대통령 경호처 청사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김건희 전 대표의 검찰 비공개 조사 논란과 관련해서도 여야 간 논쟁이 이어졌다. 정 위원장은 이날 청문회 시작부터 위원장 모두발언을 통해 "대한민국 검사가 핸드폰을 압수된 채 신분증도 뺏기고 피조사자가 정한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적이 있나"라며 "누가 봐도 봐주기 수사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증인 송창진 부장검사를 신문하며 "여지껏 검사 활동하면서 그런 수사 해본 적 있는가, 그렇게 피의자가 부른 장소에 가서 수사한 적이 있나, 핸드폰 반납하고 수사한 적 있나"라고 했다. 송 검사가 "필요에 따라서 피의자가 있는 곳에 나가서 수사를 조사를 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휴대폰을 반납하고 이런 기억은 없다. 제 경험이다"라고 답하자, 서 의원은 "경험만이 아니라 초유의 사건"이라며 "역사상 이런 일이 있나"라고 맹비난했다

유 의원 등 여당 측 위원들은 '야당이 탄핵 발의 청원에 포함돼 있지 않은 문제를 가지고 질의를 한다'며 반발했는데, 정 위원장은 "위원들의 의사표현의 자유 영역"이라며 또다시 일축했다. 정 위원장은 오히려 "세상에 핸드폰 뺏기고 신분증 뺏기고 쪼르륵 달려가서 부른 데 가서 머리 조아리면서 조사하는 대한민국 검사가 어디 있나"라고 야당의 질의 내용을 다시 언급하면서 회의장이 다시 고성으로 휩싸이기도 했다. 한 여당 의원은 '조아리다니 그런 식으로 말씀하면 안 된다'고 항의했지만, 정 위원장은 "머리를 조아린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 영역"이라고 응수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명품가방 수수 의혹' 당사자 최재영 목사에게 공세를 집중했다.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은 최 목사를 겨냥해 "'함정 취재'라는 표현을 쓰던데, 기자도 아닌 목사가 취재를 하나? 함정취재가 아니라 몰카공작"이라며 "몰카공작을 지시한 사람이 있으면 말하라"고 압박했다. 최 목사는 "제가 스스로 목격해서…(한 것이다)", "부정부패를 보고 어떤 국민이든지 다 서로 조력하고 협력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박 의원이 언성을 높이자 서영교 의원 등 야당 측이 개입, 증인신문 태도를 둘러싸고 여야가 충돌해 정 위원장이 발언을 중지시키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여야 의원들은 지난 19일 여당이 청문회 개최에 반발해 야당의 회의장 진입을 막는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부상을 입었던 일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당시 정 위원장은 '민주당 전현희 의원,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등이 부상을 당했다'며 여당 측에 국회법에 따른 법적 조치를 예고했는데, 곽규택 의원이 당시 현장 사진을 제시하며 "전 의원과 그 뒤 박 의원께서 이미 중심을 잃었다. 그 뒤에 오는 (정청래) 위원장이 민 게 아닌가 싶다"고 이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 측 의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는데, 정 위원장은 "제가 밀려고 해도 팔이 짧기 때문에 밀 수가 없다", "주장은 하실 수 있는데 이렇게 사람을 웃게 하는 주장은 안 하시는 게 좋겠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2차 청문회에 김건희 여사 증인석 옆으로 최재영 목사가 증인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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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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