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과학자들이 쓴 글 26편, 과학과 인문학의 거리를 좁히다

[최재천의 책갈피] <큐리어스> 리처드 도킨스 외 25인 글, 이한음 번역

이반 파블로프가 1936년 여든일곱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러시아의 젊은 학도에게 남기는 유산'이라는 글을 남겼고 글은 <파블로프의 마지막 유언>이라는 책으로 출판됐다. 책의 마지막은 이런 경고로 끝맺는다.

"과학은 개인에게 평생을 바치라고 요구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당신의 목숨이 두 개라도 부족할 것이다. 부디 자신의 연구와 탐구에 열정을 다해 매진하기를."

그래서일까. 이런 과학자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두려운 일이다. 시인 위스턴 오든이 적당한 표현을 남겼다.

"과학자들 사이에 있으면, 마치 길을 잃어 귀족들이 가득한 방에 잘못 들어간 초라한 목사처럼 느껴진다."

과학자들은 무언가에 '호기심'을 가질 것이고 우리는 이런 과학자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다. 이번 책은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쓴 26편의 글을 싣고 있다. 이들은 수식과 기호가 아닌 문자를 통해 "한때 가공할 정도로 넓었던 과학과 인문학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에서 나온 이 글들은 각자의 삶을 담고 있으며 쉽게 읽힌다."

이 책을 편집한 존 브록만이 원고를 청탁하며 저자들에게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는 질문들을 제시했다.

"어렸을 때 과학자의 삶을 추구하도록 이끈 어떤 사건이 있었나요? 현재의 연구 분야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지금과 같은 인물이 되도록 자극을 준 계기가 무엇인가요? 부모님, 친구들, 선생님은 어땠나요? 전환점, 실행, 영향, 깨달음, 사건, 어려움, 갈등, 실수라고 할 만한 것들이 있었을까요?"

영국의 이론물리학자이자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비욘드 연구소의 소장인 폴 데이비스의 글은 모범 답안으로 끝을 맺는다.

"대다수 과학자들이 그렇듯이, 나는 지금도 경외감을 갖고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스스로 묻는다. '저건 대체 무엇일까?'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MIT 인공지능 연구소의 교수로 있는 로드니 브룩스의 글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내 삶을 돌이켜보면, 내 야심이 나선을 그리며 점점 하강하고 있다는 것이 뚜렷이 드러난다. 여덟 살 때 나는 사람들과 지적 게임을 잘할 수 있는 기계 장치를 만들고 싶어 했다. 30대에 나는 곤충의 행동을 모방하는 쪽으로 목표를 바꾸었다. 그런데 지금은 벌레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으니까."

과학 번역책을 읽을때면 특별히 번역자에게 감사인사를 남겨야한다. 사실 이들의 선택이 가장 강력한 추천이다. 이한음 선생이 대표적이다.

▲<큐리어스> 리처드 도킨스 외 25인 글, 이한음 번역 ⓒ페이지2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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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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