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추가 용지 확보위한 '내부 준설' 방안 '첨예한 대립' 예상

개발 속도 위해 일괄매립…매립토는 내부 준설토로

"내부 준설은 심각한 오염 가중"주장 제기

현재 확보된 땅에 구체적 계획수립이 우선순위

새만금산업단지의 신규 용지 확보를 위해 새만금호 내부를 준설해 매립토로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이견이 커 향후 뜨거운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윤석열대통령은 지난 18일 전북 정읍에서 개최된 민생토론회에서 "과거엔 새만금 용지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왔냐"고 반문하면서 "새만금에 용지가 부족하다니 반갑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나경균 새만금개발공사 사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새만금 내부 개발속도를 높이기 위해 매립방식을 기존 '순차매립'에서 '일괄매립'방식으로 전환해 새만금 개발 완료시점을 10년 단축한 2040년에 사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한 것에 힘을 보태는 형국이다.

당장 새만금 내부 매립면허를 가지고 있는 새만금개발공사는 105㎢(3176만평)의 용지를 새만금호 내에서 준설한 준설토를 사용해 매립한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개발공사 관계자는 "매립토 확보는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마련된 새만금사업매립 확보방안과 지난해 새만금호 지형조사 및 준설토 배분계획에 따라 새만금호 내부 준설토를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처럼 새만금호 내부를 준설해 이를 추가 용지확보를 위한 매립토로 사용하는 방안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대표는 "현재 확보된 땅에 무엇을 할 것인가 계획을 세우는 것이 훨씬 시급한 문제"라며 "새만금 호 내부를 준설해서 그 준설토로 부지를 확장하겠다는 자체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기존 조성된 부지도 기후위기에 따른 자연재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 지난 부안 지진 사태 이후 새만금 매립지에 대한 안정성 재검토도 시급한 일"이라면서 "목적도 없이 새로운 부지만 확장하려는 것은 지난 30년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달 12일 전북 부안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려 단층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전북지역에 대해 전북특별자치도와 새만금개발청은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는 '전북과 새만금 일대'에 대한 단층조사와 관련 연구를 서둘러 줄 것을 행안부에 요청했었다.

전라북도가 지난 2017년 '지진 대응방안 우선지역 및 향후 지진 대비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전북대학교 연구팀에 의뢰해 마련한 '전북 지진환경 분석 및 대응 방안 보고서(2017년)는 지역별로 지진 취약도를 분석했는데 "전북 군산과 익산,김제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할 수록 취약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진 분포도에 따르면 빨간색 부분으로 표시된 부안,김제,군산지역 바로 앞이 새만금지역이다.

▲지진파 증폭 비율 분포도. 빨간색(부안,김제,군산)이 지진파의 증폭 비율이 크다. (빨간색 부분이 새만금사업 일대와 접해 있다.ⓒ전북 지진환경 분석 및 대응 방안 보고서(2017)

이에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해양수산부, 기상청 등 관계부터는 3단계인 2027년 이후 계획이던 부안지역의 조사를 올해 하반기로 앞당겨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이정현 대표는 "준설토로 매립한 지역에 공장이 들어 서기 위해서는 기후위기에 따른 홍수위에 맞추는 것도 필요하고 지반의 안정성을 다지기 위해서는 육상 흙도 반드시 필요할텐데 육상 흙을 구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한다.

매립토를 새만금 내부를 준설한 준설토로 사용하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준설을 할 수록 새만금호 수심이 깊어지고 새만금 방조제 배수갑문을 이용한 해수유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정체되면서 오염이 심각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KBS 추전60분 '새만금 수질 이대로 괜찮은가'에서는 하루 2회씩 배수갑문을 열었을 때 시커멓게 오염된 새만금 호 내부 물이 배수갑문을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이 방송되기도 했다.

지난 16일 '새만금매립사업'과 관련해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한 금강농촌사회포럼 김영옥 대표는 "새만금 매립을 일괄매립으로 속도를 내겠다고 하는데 지금 매립토가 없을 뿐더러 환경단체나 여러 기관에서 밝히듯이 새만금 내부를 더 깊게 파서 준설을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럴 수록 새만금호를 죽음의 호수로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새만금개발공사 관계자는 "새만금호 내부에서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퇴적이 되고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자연 퇴적에 의해 노출되는 부지들도 꽤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오히려 새만금 호 내부 준설을 통해서 계획 홍수량을 안전하게 조절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고 또한 퇴적토가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기 떄문에 오히려 주기적인 준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군산항 쪽도 퇴적이 워낙 빨리 이뤄지다 보니 선박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예산을 들여 유지 준설을 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심지어 새만금호 내부의 일부는 퇴적토가 쌓이면서 사람이 걸어 다닐 정도로 높게 형성된 구간도 꽤 많고 작은 배도 이 때문에 잘 움직이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새만금 용지 확보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이면서 신속한 개발 명목으로 새만금호 내부를 준설해 매립토로 이용하는 방안을 놓고 갈수록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8일 전북 정읍에서 개최된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전주MBC방송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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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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