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 세금 들어가는 가덕도 신공항, '턴키방식' 선택한 정부 속내는?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⑦

11조 원 규모의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가 턴키(설계와 시공 일괄 입찰)방식으로 추진된다. 부지조성 공사는 건축 공사, 접근도로 공사 등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토목, 전기, 통신 등 여러 공정이 포함된 복합공사라는 점을 고려해 공사기간 단축과 스마트 건설 기술 적용을 위해 턴키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 국토부 설명이다.

턴키 방식은 1970년대에 공사 기간 단축과 기술력을 우대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러니까 산업화 시기 빠른 완공과 개별 기업들의 부족한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작된 방식이다.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 턴키공사는 유효하고 긍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가. 간단히 말해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적절한 사업 형태인지 살펴보자는 말이다.

대형 토목공사가 턴키 방식으로 시행된 국책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후과는 엄청났다. 당시 턴키로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다수의 대형 건설가들은 검찰 수사를 받고 처벌을 받는 등 소란스러운 결과를 맞았고, 과도한 공사 기간 단축의 압박으로 노동자 스물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엔지리어링 업계 소식을 전하는 언론사들의 기사를 일부 요약하면 이렇다.

‘로비에 의한 턴키시스템 운용이 잘못, 기술력 우대 턴키가 기술력 깎아 내린 주범’

(출처 : 엔지니어링데일리_ 2012년 10월 22일)

기사는 90년대 말부터 시작된 턴키는 고난이도 공정을 대상으로 설계기술력에 의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이었지만 2000년 초반부터 시공사의 로비전이 가열되면서 턴키입찰이 기술력보다는 로비로 낙찰여부를 결정했다는 점을 주장하며 제도 운용의 난맥을 지적하고 있다. 또 턴키는 공공시설물을 대상으로 하지만 민간계약이라는 점 때문에 정부가 정한 엔지니어링대가를 적용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 가덕도. ⓒ연합뉴스

이런 이유로 기타설계에 비해 15~20% 낮은 대가로 설계를 해야하고, 여기에 비자금 조성 압박까지 받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낮은 대가임에도 턴키 특성상 짧은 시간안에 결과물을 도출해야만 하는 엔지니어들은 주당 100시간이 넘는 노동강도를 감내해야 하고 이는 기술력을 깎아 내리는 주범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소수 재벌들을 위한 특혜 제도로 운영되어온 턴키·대안 입찰제도가 존치될 때 중소건설업체에 대한 착취와 건설산업 전반에 대한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15년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낸 성명서 일부다. 경실련은 "4대강 사업 턴키 발주로 약 1조5000억 원의 예산이 낭비됐다. 재벌 건설업체 배불리는 턴키 발주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공사가 끝난 뒤 열쇠를 받아서 돌리기만 하면 된다는 뜻의 턴키란 말은 설계와 시공 일괄입찰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댐을 만들 때 설계와 철근·콘크리트 등으로 만드는 구조물 공사를 묶어서 한 업체에 맡기는 식이다. 주로 300억 원이 넘는 큰 공사를 할 때 쓰인다. 경실련의 주장처럼 실제 턴키 방식에서 재벌 건설사들이 과점체제를 이루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09년 4대강 1차 턴키 공사 16곳 가운데 한양건설이 맡은 영산강 6공구를 제외한 15곳이 현대건설·삼성물산·지에스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 등 업계 상위(시공능력평가액 기준) 10위 업체한테 모두 돌아갔다. 공사 금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체의 무려 94%였다.

정부가 재벌 건설사에 주는 특혜처럼 비치는 턴키 방식은 1975년 도입돼 2년 뒤 삼일항(전남 여수) 석유화학 항만공사에 최초로 적용됐다. 주로 창의적인 설계나 난도가 높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대형 공사에 적합하다는 명분을 등에 업고 유지돼왔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공사의 품질을 보장하기 어려운 형태로 턴키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 공사의 책임을 도맡게되는 수주업체 입장에서는, 신자재 및 신공법을 과감하게 적용하여 단가를 낮추거나 공정의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자재나 공법을 채택한다면 잠재적인 품질 문제가 발생되는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가 더욱 높다는 것이다.

유찰률이 높다는 것도 현재 운용되고 있는 턴키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턴키 입찰은 2011년 106건 중 3건(유찰률 2.8%), 2012년 69건 중 5건(7.2%), 2013년 72건 중 8건(11.1%)등으로 입찰 진행 방식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입찰 담합 문제가 본격화한 2014년부터 유찰률(29건 중 12건, 41.4%)이 급격히 높아졌다. 이명박 정부 때 시행된 4대강 공사 입찰 담합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론이 악화한 데다 수주 실패 시 과도한 입찰 비용, 수익성 하락 등으로 유찰률이 높아진 것이다.

공사의 적정성과 재앙적인 환경 후과는 차치하더라도 앞서 언급했듯 4대강 사업은 공사 중 2스물 두 명의 노동자 목숨을 앗아갔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무리한 공사 때문이다. 그리고 담합을 비롯해 건설비와 관련된 부정 등 턴키 공사의 우려점이 고스란히 결과로 드러났다. 이런 경험이 있음에도 11조 원 규모의 가덕도 신공항 부지공사를 턴키방식으로 선택한 정부의 속내는 무엇일까. 다른 것 없이 공사 기간을 짧게 가져가기 위함이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것처럼 가덕도신공항 개항시기의 기준이던 2030년 부산 엑스포는 그 문턱 가까이도 가지 못하고 무산되었다.

물론 이건 이것대로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가덕도신공항에만 국한시켜 이야기를 해보자. 결과적으로 2030년 부산 엑스포가 수포로 돌아간 순간 가덕도신공항의 개항시기 단축시나리오는 무대에 설 필요가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왜 여전히 2030년 개항에 목을 매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그리고 공사비를 깎아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한 꼼수도 있을 것이다.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공사비 추정액을 그나마 상쇄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더불어 민간의 기술력을 활용하겠다는 국토부의 설명과 반대로 입찰 시 실기설계도와 입찰서를 같이 제출해야 하는 등 기간이 짧은 문제로 민간의 기술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다. 그리고 정확한 예산 산출이 어렵고 입찰을 위해 과소 책정되는 경우가 다수라 적정공사비가 부족해서 공사 품질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입찰 기업의 이윤을 늘이기 위해 건설비는 싸게, 유지관리비는 비싼 공법을 적용할 우려가 있는 것이 턴키방식이다. 이 외에도 총공사비 고정으로 설계변경의 어려움, 한 공사에 턴키공사와 기타 공사를 병행 발주해 전체 공사의 준공시기 지연으로 공사 기간 단축 곤란, 설계와 공사를 동일업체에서 관장함으로써 발주기관의 참여를 제한해 공사 수행 중 발주기관의 점검이 원칙적으로 차단된다는 점 등 턴키공사의 단점은 차고 넘친다. 결국 이런 문제들의 악영향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최근 부산 가덕도 신공항의 부지조성공사도 유찰되었다. 국토교통부는 6월 24일 마감한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 2차 입찰 참가자격 사전심사에 현대건설 컨소시엄 한 곳만 참가했다고 밝힘으로써 수의계약으로 가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로써 2029년 12월 개항을 위해 올 상반기에 부지조성공사를 발주하려던 계획 자체가 틀어졌다. 건설업계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공사 기간이 짧은 것에서 위험요인이 많다는 입장이다. 결국 건설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사업참여를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수의계약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지체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한 무리수가 전체 공사의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산정되어 있는 참여 노동자들의 주 52시간 노동문제도 물리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묻자. 가덕도신공항의 거짓과 기후위기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턴키방식은 합리적인가.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토목사업에 그 적정성을 떠나 방식은 정당하고 합당하냐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것도 틀렸다', 이쯤에서 손절매하는 것이 상식이다. 가덕도신공항은 그 위상과 과정도 한참을 어긋났지만, 내용도 정도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총체적 난국, 가덕도신공항에 어울리는 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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