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유사시 자동 개입' 합의했지만 유엔헌장과 국내법 단서 달아

"동맹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는 김정은…"방어적 입장" 강조하는 러시아

북한과 러시아가 유사시 자동 개입을 명시한 조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은 어느 일방이 제3국으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놓일 경우 지체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데 합의했다.

20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로씨야련방(러시아)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전문을 공개했다. 조약 제4조에서 양측은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합의했다.

양측이 '지체없이' 원조를 제공한다고 밝히면서 19일 "우리 두 나라 관계는 동맹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밝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이 증명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방북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다고 예고했을 때부터 북러 양측이 지난 1961년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과 북한이 체결했던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을 대체하는 새로운 조약을 체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1961년 체결한 조약에서 양측은 제1조에 "체약일방이 어떠한 국가 또는 국가련합으로부터 무력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써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밝혀 사실상의 동맹을 규정했는데, 이번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을 조약에 실은 셈이다.

이는 2000년 양측이 체결한 조약과는 차이가 있다. 소련 붕괴에 따라 1961년 체결한 조약이 1996년 폐기된 이후 북러 양측이 2000년 2월 체결한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에는 자동 개입 조항이 명시되지 않았다.

지난 2000년 7월 푸틴 대통령이 처음으로 북한에 방문했을 때 공개됐던 '조로(북러)공동선언'에서 양측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로씨야에 대한 침략위험이 조성되거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황이 조성되여 협의와 호상 협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지체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고 밝혀 자동 개입을 포함시키지 않았었다.

다만 이번 조약이 1961년과 달리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의 법에 준하여"라는 조건을 통해 자동 개입 발동을 위한 조건이 추가됐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완전한 자동 개입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각) 러시아 방송 채널 1과 인터뷰에서 해당 조항에 대해 "유엔헌장 51조와 러시아·북한의 국내법에 따라 모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이라며 "방어적인 입장일 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자동 개입이 부담스러운 러시아가 일종의 장애물을 만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미국 등 서방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유엔헌장 등 국제법을 강조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이 최근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등은 '국제법'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같은 경향이 조약에도 반영된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 19일 북한 수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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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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