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생 미군 성상납' 김준혁 피소…선거땐 "깊은 사과", 지금은 "의정활동 방해"

이화여대 및 김활란 유족,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金 "동문 이름 앞세운 정치공세"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경기 수원정)이 지난 2022년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종군위안부 보내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김활란이다.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들한테 성상납시키고 그랬다"고 말한 일로 결국 이화여대 및 김활란 전 총장 유족 등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학교법인 이화학당은 18일 "김 의원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며 "김 의원은 사실이 아닌 발언을 통해 김활란 (전) 총장과 이화여대 구성원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고 국회의원으로서 가져서는 안 되는 여성차별적이고 왜곡된 시각을 바탕으로 이화학당뿐 아니라 전체 여성을 모욕했다"고 밝혔다.

김활란 전 총장 유족도 "한평생 여성교육에 헌신해 온 고인과 이화여대에 대한 사회적·역사적 평가를 훼손했다"며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김 의원을 고소했다.

김 의원은 총선 기간인 지난 4월초에 해당 발언이 알려져 논란이 일자 "제가 수 년 전에 유튜브에서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 및 관련 발언에 있어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이대 재학생, 교직원, 동문의 자긍심에 상처를 입힌 점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 "제가 그동안 과거에 사용해온 여러 표현들이 우리 사회의 통념과 기대에 크게 어긋났음을 인정하고 또 반성한다"(4.2 김준혁 후보 입장문)라고 고개를 숙였다. (☞관련 기사 : '이대생 성상납 동원' 발언 논란 김준혁, 당 권고에 뒤늦은 사과)

김 의원은 그러나 이화여대 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이날은 "이화학당은 역사학자로서 근거를 토대로 몇 년 전 발언한 내용을 빌미삼아 불순한 의도로 선량한 동문을 이용해 의정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화학당은 동문들의 이름을 앞세운 정치공세를 멈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역사학자로서의 근거'와 관련, 이날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미군정 시기 김활란 이대 전 총장이 운영했던 '낙랑클럽'에 이화여대 졸업생 등을 동원했으며 일부는 공식 매춘부로 활동했던 기록이 미군방첩대 기밀문서에 남아있다"며 1996년 중앙일보 현대사연구소가 펴낸 <현대사자료총서>에 수록된 미군 방첩대(CIC)를 제시했다.

이승만 정부가 미군·유엔군 간부를 접대하기 위해 만든 사교모임 '낙랑클럽'이 미군에 대해 간첩 또는 정보수집 행위를 했는지를 살핀 이 CIC 보고서에는 "몇몇 호스티스들은 접대의 일환으로 공식 매춘부 역할로서 손님들과 동거를 하는 데까지 업무가 확대됐다는 주장도 있다"는 대목이 있다.

김 의원은 이 대목이 '김활란이 미군정 시기 이화여대생들을 미군 장교들한테 성상납시켰다'는 본인 주장의 근거가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초 당시에는 이임하 성공회대 교수의 논문을 근거로 들었다가 이 교수의 논문 내용으로 바로 반박당하자 이번에는 다른 자료를 들고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CIC 보고서 자체가 "~라는 주장도 있다(alleged)"라고 돼있어 단정적 표현의 근거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또 이날 <여성신문>은 같은 CIC 보고서를 인용해 "CIC는 한 달 후인 1953년 9월7일 이러한 주장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며 "CIC 보고서 696쪽에는 '매춘설'에 대해 '출처 및 세부 정보 불명(Source and details unknown)'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낙랑클럽 회원이었던 소설가 전숙희가 김수임 사건을 다룬 실화기반 소설에서 낙랑클럽에 대해 "이화 출신을 중심으로 한 달 만에 100여 명이 회원으로 지원했다. 그들 중에는 정부가 수립되고 장관급에 오른 주요 정치인의 부인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고 묘사한 점, 이임하 교수 논문의 "김활란이나 모윤숙에 의해 동원된 젊은 여성들은 파티에서 직접적인 성적 유흥을 제공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이미 사회는 미군과 자주 접촉하는 그녀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는 서술도 '성상납설'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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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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