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종부세·상속세 손질 놓고 갈팡질팡?

黨대변인 "종부세 폐지 안돼"…원내대표 "종부세 부담 줄여야"

대통령실이 '종부세 폐지 혹은 전면개편, 상속세 30%로 인하' 주장을 공식화한 데 대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당 지도부에 속한 인사 일부도 '종부세 조정이 필요하다'고 하는 등 다소 혼선을 빚는 양상도 보였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7일 당 최고위원회 결과 브리핑에서 "세수 확충 방안을 내놓지 않고 '부자 감세'인 상속세 개편, 종부세 폐지를 추진하는 것을 우리 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먼저 세수 확충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실이 세제 개편 관련 입장을 발표한 데 대한 지적이 있었다"고 전하며 "(대통령실은) '상속세 개편, 종부세 사실상 폐지' 입장을 밝혔는데 세수 결손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국방송(KBS) TV 인터뷰에서 "종부세 제도를 폐지하고 필요시 재산세에 일부 흡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상속세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그다음으로 유산 취득세·자본 이득세 형태로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 OECD 평균이 26% 내외로 추산되기 때문에 일단 30% 내외까지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공세적인 부자감세",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패키지로 내놓고 있다", "일종의 정치공세"라고 혹평하며 "지금은 세수확충 방안을 먼저 논의해야지 감세정책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우리 당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세대 1주택을 실질 사용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종부세 부담을 좀 줄여야 되지 않겠나"라고 종부세 완화 입장을 재차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박 원내대표는 "세수 결손이 작년 56조 원에 이어 올해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재원 확보가 (정부 세정정책의) 중심이 돼야 하는데 누가 봐도 재산세(완화)는 부자 감세에 해당되는 부분"이라며 "(재산세를) 먼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어 "대신 금투세라든가, 종부세라든가, 상속세라든가 이런 부분들이 서민·중산층 세 부담을 주는 세제 구성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정서적인 면이라든가 여러 가지 그런 부분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지 않겠나 하는 당위성은 갖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고위 논의 결과는 '세수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감세는 반대'였다면, 박 원내대표가 밝힌 입장은 '재산세 감세는 부적절하지만 금투세·종부세·상속세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는 쪽에 가깝다.

박 원내대표는 "상속세는 사실 서민들이나 중산층은 거의 부담을 안 하지만 하나 걸리는 것이, 집값이 많이 올라갔다"며 "옛날에는 집값이 한 10억 정도 됐다고 보면 요새는 20억, 30억도 되는데, 그 주택 가격으로 인해 상속인인 자녀들 입장에서 세 부담이 있으니 이 부분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되느냐 하는 것은 방향성을 가질 수는 있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과 정부·여당 모두에 대해 비판이 나왔다. 22대 국회에서 원외정당이 된 정의당은 이날 권영국 대표 명의 입장문에서 "양당이 정책으로 경쟁하는 모습이 오랜만인데, 그 내용이 이토록 퇴행적이라니 안타깝기만 하다"고 꼬집었다.

정의당은 "윤석열 정부야 임기 내내 어떻게든 부자들 세금 줄여주겠다고 고군분투했으니 놀랍지도 않다. 문제는 이에 질세라 부자감세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이라며 "지금이 부자감세를 위해 경쟁할 때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2022년 128만 명이 종부세를 납부했는데 2023년 50만 명으로 크게 줄었다. 전체 국민 중 상위 1%, 전체 주택보유자로 추려도 3% 내외 수준", "상속세를 냈다면 이미 상위 6%의 자산가"라며 "오직 1% 부자들을 위한 정부와 양당의 감세정책은 한국 사회에는 엄청난 불행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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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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