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강사의 소정근로시간과 퇴직금

[대학교육 공공성 강화해야 한다] ⑥ 강의시간만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판결은 퇴행

퇴직금 쟁점 두 가지, 계속근로기간과 소정근로시간

정부와 대학은 강사법이 시행되기 전 시간강사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조에 근거하여 퇴직금 제외 대상이라고 주장하였다. 논리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시간강사가 6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 근로자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주당 강의 시간을 기준으로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다.

법원 "대학강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라"

그런데 퇴직금을 받은 시간강사들이 있다. 강사법 시행 전에 시간강사 신분으로 퇴직하면서 개별적으로 소송하여 승소한 것이다. 법원은 6개월 단위로 계약하더라도 연속적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계속근로기간으로 인정되고, 소정근로시간은 강의 시간은 물론 이를 준비하는 시간, 시험 채점 및 성적처리 등의 시간을 포함하기 때문에 강의 시간의 3배로 계산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결국 주당 5시간 이상 강의하는 시간강사의 경우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으로 인정되어 퇴직금을 수령하였다. 여러 법원에서 유사하게 판결하였다. 게다가 4학점 이하인 학기가 있더라도 그 학기를 제외하고 5학점 이상인 학기들을 합산하여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즉 법원에서 계속근로기간과 소정근로시간 쟁점에서 모두 대학강사의 손을 들어 주었다.

강사법 시행, 교육부의 퇴직금 적립 가이드라인

강사법이 시행되면서 교육부는 각 대학에 강사 퇴직금 적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보냈다. 이에 근거하여 2019년 2학기부터 적립방식은 학교마다 약간 차이가 있지만 퇴직금은 적립되고 있다.

강사법 시행 이후 계약을 1년 단위로 하면서 계속근로기간은 퇴직금 적립 기준을 충족하지만, 근무형태 등은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당 5시간 이상 학기에 대해 퇴직금은 적립된다. 결국 이는 이전 판례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강의 시간의 3배로 산정한다는 말이다. 시간강사들의 승소로 인해 정부의 대학강사 퇴직금 정책이 변화된 것이다.

그런데 이를 소급해서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강사시절 퇴직금을 받기 위해서 강사법 시행 후 3년 이내인 2022년 8월 이전에 각자 민사소송을 하였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당시 정부와 대학이 보였던 퇴직금 지급에 대한 소극적이며 방어적인 태도는 이후 퇴직금 소송 대응에 그대로 드러난다.

퇴행 '소정근로시간은 강의한 시간이다'

2024년 4월 30일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내린 판결 내용이다. 강사가 대학과 맺은 계약서에 표기된 강의 시간이 소정근로시간이라는 입장이다. 강의 준비 시간과 시험 준비 및 채점, 개별적인 질의·응답 및 상담, 수업 및 시험과 관련한 각종 행정 업무를 다 제외하였다.

강의 시간만 소정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것은 명백한 유노동 무임금의 노동착취이다. 유사 직종인 전임교원이나 초중고등학교 교사에게 소정근로시간을 강의 시간으로 적용하는가? 판사들은 재판하는 시간만 소정근로시간인가?

게다가 대학은 강사법 시행 전부터 지금까지 대학강사의 강의 시간을 주당 6시간 이내, 단 총장 승인하면 9시간 이내라고 학칙에 규정하고 있다. 15시간 강의는 학칙 위반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대학강사의 강의 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간주한 판결은 퇴행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내용은 2023년 1월 27일 서울고등법원 판결뿐이다.

판례를 뒤집은 판결의 배경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작년 11월에 같은 내용의 다른 소송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당시에는 대학강사의 계속근로도 인정하고, 소정근로시간도 기존 판례와 같이 강의 시간의 3배로 산정하였다. 그런데 5개월 사이에 두 가지 변화가 있었다.

하나는 법원 인사이동으로 이번 소송에 대한 판결 전 재판장 등 판사가 교체되었다. 다른 하나는 기존 판결 시 피고인 대한민국의 소송대리인은 정부법무공단이었는데, 그 사이에 법무법인OO으로 변경되었다.

사실 이번 진주지원 판결은 지난 서울고등법원 판례를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근데 당시 재판에서 피고 소송대리인이 바로 법무법인OO이다. 기존의 많은 퇴직금 소송 판례를 뒤집은 두 차례 판결에서 피고 대리인이 같다.

대한민국 정부와 대학이 시간강사 시절 노동의 대가인 퇴직금을 정책적으로 지급하지는 못할망정 국민 세금으로 값비싼 로펌을 고용하여 지급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이러한 행태를 보면서, 이게 정부나 대학에서 할 일인지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

대법원은 어떻게 판결할까?

강사법 시행 후 시간강사에서 강사로 이름만 바뀌었다는 자조 섞인 말을 자주 듣는다. 그나마 퇴직금 적립이 개선된 점인데, 앞선 두 번의 판결은 이 퇴직금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소정근로시간 산정에 영향을 주는 근무 형태나 계약서 상 강의시간 등은 강사법 시행 전과 후에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2019년 8월 이전의 퇴직금만 지급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대법원에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인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법원은 민사소송을 제기한 대학강사들이 마냥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을 감안하여, 신속하게 정의와 공정에 근거한 판결을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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