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보장 요구 목소리 더 크게!…작은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에 함께

[배제와 차별을 넘어,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권리찾기]④

작은 사업장이 왜 이렇게 많을까요? 어째서 법은 작은 사업장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 걸까요? 작은 사업장은 정말 지불능력이 없는 걸까요?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권리찾기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작은 사업장을 둘러싼 숱한 의문과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그 해답을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연속기고를 통해 독자 여러분과 함께 찾아보려고 합니다.필자주

[배제와 차별을 넘어,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권리찾기]

작은 사업장 노동자 쥐어짜는 ‘다단계 하청구조’ 더 이상 안 된다 / 임용현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사무국장

법은 왜 작은 사업장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가 / 조영신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운영위원(법무법인원곡 변호사)

③ 지불능력을 이유로 배제될 수 없는 노동권에 대해 / 엄진령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운영위원

④ 권리보장 요구의 목소릴 더 크게! 작은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에 함께 나서자 / 이미숙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위원장

▲2024.2.28.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2024 정기총회에서 조합원들과 함께한 참가인증샷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조성된 지 20년 이상 된 노후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정부의 환경·인프라 개선 사업이 한창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4년부터 시행해 온 이 사업을 2024년 올해는 6개 부처(산업부, 고용노동부, 국토부, 문체부, 환경부, 산림청)와 함께 청년들이 찾는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목표로 휴폐업공장 리모델링, 청년문화센터 건립, 아름다운 거리 조성사업, 산단 환경개선 펀드 조성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산업단지 1,276개 가운데 471곳이 조성된 지 20년이 넘으면서 낡고 오래된 탓에 각종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변화를 시도하는 공단, 변하지 않는 노동조건

반월공단과 시화공단도 조성된 지 40년이 넘었다. 곳곳이 삐걱댄다. 이곳 역시 산단 환경을 바꿔내 청년노동자의 유입을 돕겠다며 구조고도화 사업, 대개조 사업, 재생사업 등으로 수조 원을 쏟아부어 자전거 길을 만들고, 편의점을 유치하고, 공단 내 거주시설인 오피스텔을 지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노력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산업단지 내 청년층 노동자 비율은 전국 평균 15.1%이고, 반월·시화공단도 12.6% 수준에 불과하다. 애초 청년이 공단을 떠나는 것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인데 이 같은 문제는 정부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반월·시화공단 입주기업의 90% 이상은 50인 미만 사업장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공단의 역사만큼이나 너무도 오래된 얘기다. 지난 몇 년간 월담노조가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임금은 여전히 전국 최저수준이고, 일하는 시간도 길다. 부족한 생활비를 메꾸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잔업과 특근을 해야 한다. 정규직 일자리보다 파견직과 계약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안정적인 미래를 계획하거나 희망을 찾기도 힘들어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떠날 준비를 한다. 낡은 산업단지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노동자들의 정주 여건을 만들어내는 것은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조건을 바꿔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업 운영이 '우선', 노동자 권리는 언제나 '나중'

1999년 헌법재판소는 사업주의 '지불능력'을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배제를 '합헌'으로 판단했다. 이는 수십 년간 절대 기준인 것처럼 주장되어 왔다. 그러면서 5인 미만 사업장은 말할 것도 없고, 20인, 30인, 50인 등 기업 규모에 따라 법을 차등 적용했고, 근로기준법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권리를 '나중'으로 미뤘다. 사업주의 의무나 구체적인 능력 여하를 따지는 것이 아닌, 단순히 사업장 규모를 획일적으로 기준 삼은 것이다. 2012년 국회입법조사처는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 확대 방안' 보고서에서 “사업장 규모에 따라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설정하고 있는 현행 체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기준은 변하지 않고 있다.

법 적용이 안 되는 것도 문제지만, 있는 법도 안 지켜진다. 반월·시화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대부분은 근로기준법 위반을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법 지키면서 기업 운영하면 망한다.”라는 말을 사용자들은 거리낌없이 해댄다. 그런데 이 말은 결국 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지는 것보다 기업이 유지되는 것이 더 중요하고, 동시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두렵다면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내하며 일하라는 협박이다. 근로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부족한 행정력을 이유로 든다. 여기에 정부는 올해 고용노동부 정원을 지난해에 비해 300명가량 감축했다. 안 그래도 부족한 근로감독에 대한 현장 업무가 큰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는 당연하다. 그러면서 사용자들의 근로기준법 위반을 눈감아주고, 치외법권을 공식화한다.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 안전하게 일할 권리 하나 보장하지 못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용자에 대해 이 사회는 너무도 관대하다.

여전히 더딘 작은 사업장 조직화, '지역'에서 답을 찾아야

2022년 노동조합 조직률은 13.1%이다. 사업장 규모별 조직률은 300명 이상 사업장이 36.9%, 100~299명 사업장은 5.7%이고, 30~99명 사업장은 1.3%, 30명 미만 사업장은 0.1%에 불과하다. 5인 미만 사업장은 통계조차 찾기 힘들다. 이것만 보더라도 작은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는 참으로 어렵다. “작은 사업장 조직화는 답이 없다”라는 한숨이 어쩌면 당연하게 들릴 지경이다. 권리로부터 배제된 작은 사업장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은 누구보다 필요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관리자와 직접 대면하는 일도 많고, 해고당하기도 쉬워서 누군가 선뜻 용기를 내기도 힘들다. 어렵사리 노조를 만들었다고 해도 교섭에 불응하거나, 폐업과 이전이 쉬운 구조를 이용해 노조를 압박하기도 한다. 이처럼 작은 사업장 노동자에게 기업 단위 투쟁으로 노동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은 적다.

그래서 개별 사업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노동자들을 지역으로 묶어야 한다. 지역의 사용자단체를 교섭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고, 지역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협상을 벌여야 한다. 여기에 더해 교섭의 대상을, 사업주를 넘어 지방정부로도 확대해야 한다. 노동자의 노동권과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정부가 책임지도록 요구해야 한다. 고용과 일자리와 관련한 지원체계를 만드는 일, 노동자를 위한 공동 복지 시스템을 만드는 일,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일, 공단 환경을 개선하는 일 등을 요구하면서 지역 전체 노동자가 함께 더 나은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와 함께 만들어 낼 변화의 발걸음에 힘을!

2023년 민주노총은 전국 16개 지역 산업단지 내 노동조합 미가입 노동자 2,697명을 대상으로 노동조건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에게 노사협의회가 있는지를 물었는데, '있다'는 응답은 17.6%에 불과했다. 53.7%는 '없다'라고 했고, 24.1%는 '모른다'라고 했다. 근로자대표가 있다고 응답한 노동자도 22%에 그쳤다. 공단에서 만나는 적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은 '그림의 떡'이라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산업단지에 일하는 노동자는 240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의 고충이나 의견을 모아내고 노동조건을 개선할 통로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노동조건이 열악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도, 노사협의회도 없는 모순된 현실이다.

켜켜이 쌓인 지금의 문제를 바꿔낼 수 있는 것은 결국 노동자들 스스로가 모이고 움직여 목소리를 낼 때 가능하다. 집단적 힘을 갖지 못한 노동자는 모든 점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이들이 조직되는 것이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조직된다는 것은 이들이 권리의 주체로 선다는 의미다. 그 권리를 위해서 모여서 요구하고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 결국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고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투쟁이다. 그 투쟁에 더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보태자.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산업단지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현실을 변화시키는 투쟁이 현재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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