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원권 강화' 의견수렴 시작…중진들 "중도 표심 고려해야"

당헌개정 앞두고 선수별 간담회…5선 의원 "국회의장은 당원 아닌 국민 보고 하는 것" 우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회의장단 및 원내대표 경선에 당원 투표 결과 20%를 반영하는 등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해 당내 의견수렴 절차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3일 당 소속 5선 의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이후에도 4선·3선 의원 등과 선수(選數)별 간담회를 이어간다. 5선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일부 중진들로부터 "중도 표심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적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3일 서울 여의도 인근의 한 식당에서 5선 의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태년·안규백·박지원·윤호중·정동영·정성호 의원 등 5선 의원과 당헌·당규개정 TF 단장 장경태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는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헌·당규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오찬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2시간 40여분간 이어졌다. 정동영 의원은 식사 후 기자들과 만나 "달라진 세상 달라진 정당의 문화에 변화에 잘 적응하는 게 필요하다"며 "당원이 주인 된 정당의 역사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저는 오늘 듣는 자리였다"면서도 정 의원을 향해 "정동영 의원님께서 당원 주권을 당헌에 처음 집어넣으셨다고 말씀하셨지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분위기가 좋았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주 좋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당 대표의 대선후보 출마 시 '1년 전 사퇴' 시한을 둔 규정에 예외 조항을 두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과 관련해 윤호중 의원은 "그건 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갑작스러운 사태에 대한 개정 사항인데, 1년 전 사퇴는 개정하는 게 아니다. 그대로 있다"고 설명 내용을 전했다.

다만 국회의장 후보와 원내대표 경선에 당원 투표 20%를 반영하자는 내용에 대해서는 우려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국회의장은 당원을 보고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보고 하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대선을 생각해서 중도 표심에 소구력을 가지려면 의장선거에 (당원 표심을) 반영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참석자는 "대표도 상당히 고민이 될 것"이라며 "당원들이 열성적인 가운데 대표가 중심을 잡아서 잘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대표는 가운데 지점에 있었다"며 "의원들의 주장이 맞고 틀리다는 관점에서가 아니라 의견을 다 들어보는 것"이라고만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5선 간담회를 시작으로 선수별로 간담회를 이어가며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엔 박홍근 의원 등 4선 의원들과 간담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오는 5일에는 당 소속 의원과 전국지역위원장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도 예정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5선 의원들과의 오찬 행사를 위해 여의도 63빌딩 내 중식당으로 들어가던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헌당규 개정 작업은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22대 국회의장 후보 경선 결과 우원식 후보가 추미애 후보를 꺾고 당선되면서 당원 반발이 거세지자 후속조치로 당원권을 강화하는 안을 제시하며 시작됐다. '친명'인 추미애 후보가 아닌 우원식 후보가 되었다는 강성 당원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당원의 목소리를 국회 의장 선거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당헌·당규 개정에 속도를 낼 채비를 하고 있다. 이날 당무위원회는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 구성 권한을 기존 당무위원회에서 최고위원회로 위임하기로 했다.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의결 권한을 최고위로 위임하면서 개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장단 및 원내대표 경선에 당원 투표 결과 20%를 반영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당헌·당규 개정안과 관련해 숙의 과정을 거친 이후 내용을 확정하기로 했다. 그 자리에서 한 친명 핵심 의원은 당헌 당규 개정안을 추진하는 당의 방식에 공개적으로 반발을 표하기도 했다.

'팬덤 정치 강화'라는 정치권 안팎의 비판도 제기됐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지난달 31일 인터뷰에서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민주당 당원들만의 대표가 아니"라며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국민 민심도 반영이 돼야 되는데 그런 점들을 좀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되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해본다"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관련기사 : 국회의장 경선에 당심 20% 반영? 정성호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

시민단체 경실련은 이날 논평을 내고 "당내 민주주의 훼손과 부정부패 방지 악화 우려되는 민주당 당헌 당규 개정논의 중단하라"며 "이러한 움직임은 이재명 당 대표의 연임과 대권 가도를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당원 만의 정당이 아니라, 공당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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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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