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충상 인권위원 '기저귀 찬 게이' 발언은 혐오 표현"

발언 내용 보도한 <한겨레> 에 명예훼손 소송 걸었지만 패소

"기저귀 찬 게이"라는 성소수자 혐오 발언 및 "이태원 참사는 피해자 탓"이라는 막말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언론사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1단독(김효연 판사)는 지난 29일 이 위원이 '허위 언론 보도로 개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한겨레>와 해당 신문 소속 기자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김 판사는 "기사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되려면 적시된 사실이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으로 허위여야 하는데, 그 허위 여부의 판단은 기사의 객관적 내용, 사용된 어휘의 의미, 사회적 흐름 속에 당 표현이 가지는 의미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원고가 성소수자 혐오 표현을 했다'고 평가한 해당 보도는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원은 특히 이 위원의 "게이들은 기저귀를 차고 다닌다"라는 발언은 명백한 혐오 표현이라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이러한 표현은 남성 동성애자들 사이의 인간관계를 오로지 비정상적인 성행위만을 목적으로 하는 관계로 치부하는 인상을 줘 남성 동성애자들 전반에 모욕감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원고가 성소수자인 남성 동성애자에 대한 부정적인 또는 더 나아가 비하적인 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믿게 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4월 인권위 상임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된 '군 신병 훈련소 인권상황 개선 권고의 건' 7개 권고안 중 한 권고안에 반대하며 "게이 중 여성 역할을 하는 사람이 동거남에게 항문성교를 허용함으로써 항문이 파열되어 대변을 자주 흘리기 때문에 기저귀를 차고 살면서도 스스로 좋아서 그렇게 사는 경우에 과연 그 게이는 인권 침해를 당하면서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며 인권위원회가 그것을 인식시켜줘야 하는가? 아니다"라는 글을 썼다 삭제했다.

이에 인권위 위원들은 "임권침해이자 차별적 표현"이라며 이 위원에게 "소수의견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이 위원은 해당 소수의견을 결정문에서 삭제했다.

이후 <한겨레>를 비롯한 몇몇 언론이 해당 사실을 보도했으며, 이 위원은 이 중 <한겨레>에 대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4500만 원 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 위원은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사법개혁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지난 2022년 10월 여당 몫 인권위원(차관급)으로 추천됐다.

▲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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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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