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보완하랬는데…낙태죄 법 공백 3년째 방치하는 국회

[21대 국회에 잠드는 법안들]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 언제까지 해야 하나

21대 국회 종료가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임신중지 보완 법안이 개정 시한 3년이 넘도록 이뤄지지 않아 여성의 건강권이 무법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9년 4월 11일 여성의 낙태를 처벌하는 규정을 담고 있는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에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21대 국회 내내 여야 간 논의는 지지부진했고, 결국 낙태죄 보안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특히 임신중지 보완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거대 양당에 입법 촉구를 했던 정의당은 4.10 총선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한 채 원외정당으로 밀려나 22대 국회에서 관련 입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 2023년 4월 9일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주최로 서울 용산역 앞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2주년 집회. ⓒ연합뉴스

다만, 21대 국회가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해 9월 제1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낙태죄를 합법화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포함한 다수의 보건의료 법안을 심의했다.

당시 상정된 7건의 발의안(남인순·권인숙·이은주·조해진·정부·박주민) 모두 수술뿐 아니라 약물 투여를 통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낙태 허용 범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다. △낙태 허용 주수를 몇 주까지 할 것인지, △의사의 낙태죄 거부권을 규정할 것인지, △수술 의료기관을 신청받아 지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이견조차 조율되지 못한 채 △형법 우선원칙에 따라 형법 개정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 △약물에 의한 낙태가 국내에서는 어려워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와 같이 논의해야 한다는 필요성까지 제기되면서 임신중지 보완 법안의 시급성과는 별개로 논의를 이어가지 못했다.

'협치'와 '민생'을 강조한 21대 국회지만 결국 논의 부족으로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될 예정이다. 공은 22대 국회로 넘어가겠지만, 법안 발의와 상임위 논의를 거쳐 본회의에 통과될 때까지 여성의 건강권은 다시 무법 상태에 놓이게 됐다.

법 공백이 이어지는 사이, 여성은 '안전하지 않고 고비용인 임신중지'를 경험하고 있다. 20여 개의 시민단체들이 모인 연합체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가 지난 4월 8일 낸 '2021년 이후 임신중지 경험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임신 3주차에서 9주차에 임신중지를 했다"고 밝혔다. 또 약을 통한 임신중지 비용으로 병원 처방에는 10만 원을, 온라인을 통한 국내 임신중지 약물 판매자를 통해서는 50~80만 원 사이를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술 비용으로는 30~100만 원까지 다양했다.

응답자들은 "대부분 임신 초기에 임신중지를 하고자 하였으나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의료기관을 찾기 어려웠"으며 병원마다 의료비 차이가 "너무 크다"고 했다. 특히 "병원에서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를 알려준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차별적인 언행을 경험하기도 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네트워크는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 건강 보장을 위해 △정부 보건당국 차원에서 임신중지를 건강권의 영역으로 공식화하고 임신중지에 관한 포괄적 정보와 안전한 의료기관 정보를 제공해야 함 △세계보건기구에서 각국이 필수의약품으로 구비해야 할 유산유도제로서 인정하고 있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의 승인과 공식 의료시스템을 통한 제공 시급 △건강보험을 통한 보장 체계 구축과 의료 수가 정상화 필요 △제3자의 동의서 작성, 동행 요구로 인한 접근성 제약 해소 필요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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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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