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기시다 "북한 비핵화 노력"…리창 "관련국 자제해야"

한중일FTA 추진 등 합의, 국제·한반도 정세 이견 확인

27일 정상회의를 가진 한중일 정상은 인적 교류 확대를 비롯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경제·통상 분야 협력에 입장을 같이했다. 또한 4년 5개월만에 열린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다만 한반도 문제에 대해선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북한 비핵화'에 같은 목소리를 낸 반면, 리창 중국 총리는 '비핵화' 언급 없이 관련국들의 자제를 촉구하며 온도차를 보였다.

정상회담 직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3국의 인적·문화적 교류 확대와 민생 문제를 비롯해 안전한 공급망 구축 등에 방점을 뒀다.

윤 대통령과 대체로 보조를 맞춘 기시다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한일은 일방적인 현상 변경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북일 관계 쟁점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과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리창 총리는 핵심 이익에 대한 배려와 다자주의를 강조해 대만 문제를 고리로 첨예한 갈등 관계에 있는 미국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공조 강화를 경계했다. 리 총리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관련국들의 자제와 악화 예방을 촉구하며 한일과 온도차를 보였다.

尹대통령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 실현 목표, 북한 비핵화 노력"

윤 대통령은 "3국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인적 교류와 경제 협력에 초점을 뒀다.

윤 대통령은 "2025년과 2026년을 '한일중 문화 교류의 해'로 지정해 인적·문화적 교류를 더욱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면서 "예측 가능한 무역·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안전한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 공중보건 위기, 초국경범죄에도 협력하면서 함께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한일중 3국은 역내 여타 국가들과의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며 "몽골과는 황사 저감 협력을, 아세안 국가들과는 캠퍼스 아시아(CAMPUS Asia)·스타트업 육성, 지식재산 협력을 통해 역내 공동 번영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3국 공동의 이익이자 책임임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특히 "한일중 3국 공통의 핵심 이익인 역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 모두발언에 이어 공동기자회견에서도 위성 발사를 예고한 북한에 대해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 "러시아,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용납될 수 없다"

기시다 총리는 '한중일 문화교류의 해' 지정 합의 등 인적 교류 촉진과 함께 한중일 3국과 아세안의 협력 확대 등 윤 대통령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아울러 "저출생·고령화 대책과 같은 3국 공통의 사회·경제적 과제와 글로벌 과제 해결에 힘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위성 발사 예고에 대해서도 한일 정상은 같은 입장을 표했다. 기시다 총리는 "만약 (북한이) 발사를 감행한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강력히 중지를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안정이 일중한 3국 공동의 이익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기시다 총리는 북일 관계 쟁점인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납치 문제의 즉시 해결을 위해 양 정상께서 계속 지원해줄 것을 요청드렸고, 양 정상께서 이해를 표명해 줬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관해 저는 세계 어디서든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무역과 투자 양면에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3국이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플러스를 지향하고, 높은 수준의 규범을 포함하는 미래지항적 일중한 FTA의 바람직한 모습에 관해 솔직한 의견을 나누자고 말했다"고 했다.

리창 총리 "핵심이익 배려해야"

리창 총리는 한중일 FTA 추진, 과학기술을 비롯한 첨단분야 협력 강화와 '한중일 문화교류의 해 지정' 등에서 보조를 맞췄다.

리 총리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직면해 중한일 협력은 새로운 책임, 또한 새로운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이같이 말하고, "중한일 3국의 전략적인 소통과 정치적 상호 신뢰 심화"를 강조하며 "3국은 올바른 궤도에서 발전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리 총리는 "중한일 3국은 예민한 문제와 갈등, 이견을 선처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배려해 주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함으로써 동북아 지역에서의 안정, 안전을 함께 수호하고, 지역과 세계 평화 안녕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한 도전을 경계하며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한미일을 견제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리 총리는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과 정치적인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며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악화하고 복잡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군사적 행동을 벌이는 북한과 함께 이에 대한 한미일의 강경 대응 기조에도 제동을 건 발언으로 풀이된다. 리 총리는 한일 정상이 언급한 '북한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표현하지도 않았다.

한편 이날 한중일 정상회의 정례화를 약속한 3국 정상은 일본이 차기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발언 뒤 악수를 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 대통령,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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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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