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싸움·용산 눈치 벗어나 중도를 봐야 보수가 산다

김윤철 "새로운 주축세력 형성해야", 가상준 "중도 목소리 들어야 성공"

국민의힘이 4.10 총선 패배로 등돌린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친윤·친한 등 인물 중심 계파 싸움에서 벗어나 약자를 중심에 둔 중도화 전략을 세우고 정책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24일 '진보가 보는 보수'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영국 보수당의 성공 전례를 언급하며 "보수당의 아버지 디즈레일리가 '모든 국민, 인간이 시민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면서 소위 '복지정책', '진보적 사회경제정책',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부르는 정책을 썼다. 그런 정책을 써서 보수당이 살아남았다"고 했다.

그는 "디즈레일리 전통의 계승자인 볼드윈도 사회 복지, 약자 보호를 열심히 했다"며 "처칠도 분파적 지지로 대권을 차지했지만 그 후에는 전체 국민의 지도자를 지향했고, 재집권한 뒤에는 노동당의 정책을 계승하며 노조의 역할, 노사 간 협력 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한국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대해 "최근 'K-피크' 담론이 등장했다. (한국이) 고점을 찍었고 이제 내리막이 있는 것이다. 내리막에서 특히 고통 받을 사람이 약자"라고 진단했다.

이어 국민의힘에 "약자 부분을 중심으로 보수를 세워야 한다. 시장을 중심에 두고 평등과 노동을 배제하는 것이 보수 정체성인 것처럼 여기는 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인구 구성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586세대가 오래 살 것이고, 이 세대에게 보수는 계속 어려울 것"이라며 "그런 구도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려면 보수가 변해야 한다. 정체성과 태도를 검토하고 지지기반도 재구성하고 하고 새로운 주축세력을 형성하고 진보 개혁적인 정책 요구도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다만 총선 뒤에도 "친윤이냐 반윤이냐, 계파 싸움에 몰두하는 것을 보면 국민의힘이 위태로운 길을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인물 중심 계파 싸움이 아닌 "박근혜 정권의 경제민주화 수용", "김무성 대표 체제의 사회적 합의 강조",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의 공정한 고통 분담" 등 "성공 보수로 갈 뻔했던 경험의 요소"를 살려내는 데 집중하는 것이 "보수의 살 길"이라고 주장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정치인들이 보기에는 "당원의 목소리가 큰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며 "결국 중도 유권자의 목소리를 듣는 정당이 성공하고 국민을 대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전 위원장 등 비정치인 출신인 '외부 인사'를 대선과 총선에서 당의 간판으로 내세운 점을 언급하며 국민의힘에 "자생적 리더십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더십이 없으니 컨텐츠도 없고 정책 아이디어도 없다"며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가 있는데 그에 대한 국민의힘 입장을 모르겠다. 문제해결 능력을 상실했다. 대통령실 이야기를 재생산만 한다. 자생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메아리 같은 역할만 한다. 국민들도 국민의힘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없다"고 꼬집었다.

유 교수는 그렇게 된 원인으로 "권력자와의 친소관계가 공천에 반영되는 모습"을 꼽은 뒤 "그 직접적 결과가 (당내 정치인들이) 정책 계파가 없이 '친윤', '친한' 같이 사람 중심으로 모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국민의힘이 생각하는 보수가 무엇인지를 크게 고민하고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인물이 아닌 정책 계파의 활동을 가능하게 할 "공천 개혁"과 "정당 내 다양한 정책 그룹"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윤상현 의원은 당내 현안인 제22대 총선 백서 출간 시점에 대해 "반드시 전당대회 이전에 발간해야 한다"며 "전당대회 이후에는 혁신 동력이 없어진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윤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서도 "챕터 1에 대통령 책임이 있다고 쓰고, 챕터 2에 당 지도부, 한동훈 위원장 책임이 있다고 쓰고, 챕터 3에 정책, 전략이 잘못됐다고 쓰면 되는 것"이라고 전당대회 전 백서 발간을 요구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안철수 의원도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 안 의원의 참석 경위를 묻는 말에 윤 의원은 "안 의원은 저와 정치적 동지 관계"라고 답했다.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오른쪽 세번째) 주최로 열린 '진보가 보는 보수' 세미나에서 김윤철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오른쪽 두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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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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