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동맹 '올인'한 尹 정부, 이번엔 실효성 없는 SM-3 도입인가?

[정욱식 칼럼] 평화의 재발명 (16) 전략적 사고 부재한 현실, 한국 외교안보의 비극

윤석열 정부가 미국 레이시온사의 스탠다드 미사일-3(SM-3) 도입을 결정해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SM-3 도입은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면서도 한국 방어에 실효성이 없고,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 편입 및 사실상의 한미일 군사동맹을 가속화시킬 위험이 크다.

또 이미 위험수위를 넘다들고 있는 한반도의 군비경쟁을 격화시키고 수교 이래 최악의 상태에 빠진 한중·한러 관계를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악화시킬 소지도 있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따져보자.

우선 가성비가 크게 떨어진다. 이 사업은 2025~2030년 총 8039억 원을 들여 미국으로부터 약 40기를 해외군사구매(FMS) 방식으로 도입해 차세대 이지스함 구축함인 정조대왕함(배수량 8200t)에 장착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개당 약 200억 원에 달한다.

이렇듯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반면에 한국 방어의 실효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미국도 여러 차례 지적한 바이다. 1999년 펜타곤의 <동아시아 MD 구축 계획서>에는 "한국의 경우 해상 MD 체제로 해안 시설을 보호하는 데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내륙의 시설이나 인구 밀집 지역을 방어하는 데에는 도달하지 못한다"고 적시됐다.

미국 의회조사국(CRS)도 2013년 6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조선의 미사일이 저고도로 비행하고 몇 분 만에 떨어질 수 있을 만큼 조선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SM-3에 기반을 둔 해상 MD의 이점이 크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평가는 남북이 휴전선을 맞대고 있고 수도권이 휴전선으로부터 가까우며 한반도의 종심이 매우 짧다는 지리적 특성을 감안해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평가는 조선이 핵 고도화 및 다양한 투발수단을 확보하기 이전에 나왔다. 주지하다시피 조선은 최근 유사시 한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단거리 발사체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심은 저고도, 변칙기동, 극초음속 등 'MD 회피'에 두고 있다. 또 '화산-31' 전술핵탄두를 이들 발사체에 장착할 수 있는 능력도 선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SM-3의 최저 요격 고도는 대기권 안팎에 해당하는 100km이다. SM-3가 한국 방어에는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평가는 이래서 나온다.

이에 반해 한국의 SM-3 도입은 윤석열 정부가 '다 걸기'를 해오다시피한 미일동맹에는 기여할 수 있다. 이는 SM-3을 비롯한 미국 주도의 MD 체계의 기술적·작전상의 특징, 일본과 미국의 지리적 특성, 사실상의 동맹 수준으로 강화해온 한미일 군사협력을 종합해보면 알 수 있다.

SM-3는 크게 두 가지로 나뇐다. 미국의 레이시온이 자체적으로 개발·생산한 '블록 ⅠB'는 최대 사거리 및 요격고도가 각각 700km와 500km이고, 레이시온 및 일본의 미쓰비시 중공업이 공동으로 개발한 '블록 ⅡB'는 2,500km와 1000km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SM-3의 재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미사일은 주로 적대국의 중거리에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행 중간 단계'에서 요격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조선과 동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주일미군을 포함한 일본,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괌·하와이·미국 본토 방어용 성격이 짙다는 뜻이다. 또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 방어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SM-3를 장착될 예정인 정조대왕함의 이지스 전투체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함정에는 최신형 이지스 전투체계인 '베이스라인(Baseline) 9.C2 BMD 5.0'을 탑재하고 있는데, 이 체계의 핵심적인 기능이 바로 다른 MD 센서와의 연동성 강화이다. 예를 들어 경북 성주에 배치된 AN/TPY-2 레이더와 기술적으로 연동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작전상으로도 미일동맹은 '통합형 MD'를 추구해왔다. 양국의 MD 자산의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패트리엇, 사드(THAAD),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 미국 본토 방어용 MD 등 MD 시스템 간의 통합성도 높여왔다. 또 요격미사일 및 발사 플랫폼, 레이더,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MC) 등 MD의 여러 구성 요소도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 정부가 SM-3 도입을 강행할 경우 미국 주도의 MD 편입 및 한미일 군사동맹은 돌아오기 힘든 다리를 건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진단은 윤 정부 출범 이후 박차를 가해온 흐름과도 연결된다.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숱한 논란이 있었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재활성화했다. 또 2023년 8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증강된 MD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합의했다.

SM-3는 전략무기에 해당된다. 동아시아 전체에 미치는 지정학적 의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는 물론이고 대만 문제에 있어서도 예민한 속성을 품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존재론적인 문제, 즉 대만 유사시 한국의 연루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그런데 윤 정부가 이 무기 도입을 결정하면서 얼마나 전략적인 사고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전략적 사고가 절실한 시기에 이마저도 부재한 현실이야말로 한국 외교안보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 미국 해군의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인 USS 디케이터에서 발사되는 SM-3 미사일. ⓒ미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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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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