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월 CPI 강세…물 건너가는 금리 인하?

견조한 美 경제에 달러값 치솟아…日 외환시장 개입 시사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물가인상률 안정화 기대감이 점차 옅어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치솟고 아시아 통화 가치는 급락했다. 일본 정부는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시장에 개입할 뜻을 밝혔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4% 올라 월가 예상치(0.3%)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5% 인상됐다. 2월(3.2%)보다 상승률이 더 올라 물가 상승세가 시장의 예상을 넘어 시간이 갈수록 강해짐을 보여줬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근원물가지수)는 월간 기준 0.4%, 전년 동기 대비로는 3.8%씩 각각 올랐다. 근원물가 오름세가 연단위로 4%에 가까울 정도로 치솟았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2월 3.8% 오른데 이어 3월에도 1.7% 올랐다. 임대료를 포함한 주거비는 0.4% 올랐다. 휘발유와 주거비가 CPI 상승분의 절반을 차지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주가 보드를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연준 금리 인하 9월 이후로…인하는 두 차례만"

이처럼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예상 이상으로 강세를 보임에 따라 금리인하 기대감은 줄어들고 있다.

<로이터>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퍼드워치툴(FedWatch Tool)을 인용해 "미 연방준비은행(Fed·연준)의 첫 번째 금리 인하 예상 시기를 6월에서 9월로 늦췄고, 지난 달 연준 예상치였던 세 번의 금리 인하는 단 두 차례 실시로 변경됐다"고 전했다.

CNBC도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하리라는 (월가의) 희망을 꺾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일자리 증가세가 3월에 가속화해 실업률이 2월의 3.9%에서 3월에는 3.8%로 하락했다는 소식도 이어졌다"며 "대선이 다가올수록 (경제 활성화에 따른 인플레로) 생활비가 완만히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달아 오른 미국의 실물 경기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 물가 오름세가 지속하리라는 전망이다. 국제 유가 상승 등 원자재 시장 변수 역시 인플레 우려를 키우는 핵심 요인이다.

필립 뉴하트 퍼스트 시티즌스 이사는 "이번 데이터가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 조치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연준이 향후 수개월 내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확실히 줄였다"고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11일 도쿄 아키하바라 시내를 지나는 도쿄 시민 모습. 이날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일본 재무성은 시장개입을 시사했다. ⓒAFP=연합뉴스

엔화 가치 급락에 日 정부 시장개입 시사

이 같은 소식은 세계 금융시장을 곧바로 강타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9% 하락해 3만8461.51이 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95% 하락해 5160.64가 됐다. 나스닥지수는 0.84% 하락해 1만6170.36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10년물 미 국채수익률은 전날 전상장 마감 대비 18베이시스포인트(bp, 0.18%포인트) 이상 급등해 4.56%대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11월 중순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11일 아시아 시장도 새벽에 전해진 소식으로 크게 출렁였다.

달러 값이 비싸지면서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값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5.189를 기록해 작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151엔대를 오르내리던 달러/엔 환율은 이날 장중 153.24엔까지 올라 1990년 6월 이후 약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 가치가 급락하자 일본 정부는 시장 개입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간다 신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오전 재무성 출입 기자단에 "(외환시장의) 지나친 움직임에 대응해 어떤 수단도 배제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간다 재무관은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은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연초부터 지금까지의 (환율) 움직임은 상당한 변동폭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도 출입 기자단에 "높은 긴장감을 갖고 (환율) 움직임을 보고 있다"며 "지나친 움직임에는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즈키 재무상은 일본 참원 재정금융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도 "엔화 환율에 플러스가 있으면 마이너스 면도 있다"며 "엔화 환율이 고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항상 관심을 두고 우려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전일 대비 0.4% 이상 하락해 3만9400선을 오르내리는 중이다. 소니, 도쿄일렉트론, 소프트뱅크 등이 약세다.

홍콩항셍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7~0.8%가량 하락해 1만7000선을 시험받고 있다. 알리바바, AIA, 샤오미 등 주요 종목이 하락세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장 초반부터 1360원선을 넘어선 끝에 1364.10으로 장을 마감, 17개월 만에 가장 높이 솟았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반전 끝에 전 거래일 대비 상승했다. 이날 전장 대비 39.76(1.47%) 급락한 2665.40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오전 중 시간이 지나면서 하락분을 만회해 전장보다 1.80(0.07%) 오른 2706.96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1.23(-0.14%) 하락해 858.10에 거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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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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