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이조심판? '심판'은 야당 프레임,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잖나"

"尹 대국민담화 너무 실망, 뚝심과 오기는 종이 한 장 차이…정권심판론 강해 선거 어렵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한동훈 지도부의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 전략에 대해 "야당 프레임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심판'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정권심판론을 연상시켜 유권자들의 '분노 투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개혁 대국민담화'에 대해 "너무 실망"이라며 "뚝심과 오기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유 전 의원은 4일 기독교방송(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한동훈 지도부의 총선 전략에 대해 "굉장히 바쁘게 열심히 노력하시는데, 조금 아쉽고 부족한 부분은 '이조심판론' 이야기"라며 "심판이란 말은 야당의 프레임이다. (미국 민주당 선거전략가) 조지 레이코프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심판'이라는 말을 우리 정부·여당이 입에 올리는 순간 '윤석열 정권 심판과 이조 심판 중에 뭐를 더 심판해야 되느냐' 이런 프레임으로 들어가 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조심판론,) 거기에 플러스 뭐가 있어야 되지 않나"라며 "이조심판론은 2년 전에 우리가 했던 거다. 2년 전 대선에서 문재인 심판, 이재명이라는 문제 많은 상대 후보 심판(을 주장했고), 또 조국 심판은 2019년부터 계속해오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민주당 공천 파동으로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얻던 국면에서 불과 한 달만에 형세역전이 일어난 상황에 대해 "2월 한때 국민의힘이 좀 따라붙었다. 민주당의 공천 파동 때문"이라며 "그건 민주당이 잘못해서 그런 거지 우리가 잘해서 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3월 초에 이종섭 대사 사건, 또 의정 갈등이 계속되니까 국민들·환자들·환자가족들 다 불안해하지 않느냐. 그런데 그게 너무 시간을 끌고 늦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작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서 우리가 서울 시민들의 민심이 얼마나 차가운지 확인했는데, 지금 시점이 그때로 그냥 돌아가 버렸다"며 "최근 우리의 실책, 실수 이런 것(때문)도 있지만 그 근처에는 저는 민생경제가 있다고 본다. 민생경제와 공정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너무 실망했다"며 "아니, 이렇게 하실 거면 왜 총선 전에 이러시냐. 이제까지 하던 말씀을 다시 더 강하게 반복하신 것이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다행히 그날 저녁에 정책실장이라는 분이 나와서 '2000명 고집하는 거 아니다'(라고 했다)"라면서도 "대통령께서 2000명을 너무 고집해서 끝까지 강대강 대치로 가면 국민들과 환자들만 고통을 입으니까 대통령실 안에서도 대화 설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명히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날 담화도 51분 할 필요 없이 1분 해서 '내가 전공의 만나겠다. 전공의 대표들 다 오시라. 오셔서 내가 몇 시간이든 이야기를 듣겠다. 그래서 우리 같이 한번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의 해법을 같이 한번 찾아보자' 이렇게 전공의들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는 발언을 만약 그날 하셨으면 저는 지금쯤 좀 좋아졌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51분 담화문은) 대통령의 의지라고 봐야 한다. 그 담화문 안에 보면 화물연대 이야기, 건폭 이야기 하면서 그 동안 대통령께서 뚝심으로 해서 잘하신 부분들 말씀 많이 하셨다"면서 다만 "그런데 뚝심과 오기는, 뭐가 뚝심이고 뭐가 오기냐는 종이 한 장 차이인데 국민들께서 어떻게 평가를 하시느냐(가 문제다), 국민들께서 잘한다고 평가하시면 뚝심이 되는 거고 국민들께서 잘못하는 거라고 평가하시면 오기가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 전 의원은 총선 판세와 관련 "정말 어렵다"며 "지금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특히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찍어줬다가 지금 돌아서신 분들, 중도무당층과 젊은 층 중에 우리 당을 진짜 미워하시는 분들. 이런 분들 마음을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돌리느냐, 그게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중도층 마음을 3%, 5% 포인트만 좀 돌릴 수 있어도 어느 정도는 해볼 만한 선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고비를 넘기가 지금 굉장히 어려운 시점"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우리 후보의 면면이나 또 민주당 후보는 얼마나 똑바로 된 사람들인지 이런 것은 안 보시고 나와서 '묻지마 투표', '분노 투표', '충동 투표'로 그냥 윤석열 심판에만 매달릴까 봐 그게 제일 두려운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오른쪽)이 지난 2일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시장 인근에서 인천 동·미추홀을에 출마한 윤상현 후보의 손을 꼭 잡고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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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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