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강기윤·박정하·윤희숙, 의료 민영화 추진 '최악 4인방'"

의료노조·시민단체, 22대 총선 부적격 후보 22인 명단 발표

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가 제22대 총선에서 의료 민영화와 영리병원 설립 추진에 앞장선 당선 부적격 후보 22인을 선정해 2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원희룡(인천 계양을), 강기윤(경남 창원성산), 박정하(강원 원주시갑), 윤희숙(서울 중구성동갑) 후보(이상 국민의힘)는 '최악의 4인'으로 꼽혔다.

건보 악화·의료 민영화 추진 후보 22인

이날 의료계 노조와 시민사회단체의 연합인 '의료 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료 민영화 등에 앞장선 후보 명단을 이 같은 이유로 발표했다.

운동본부는 "건강보험 약화,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영리병원 설립 등 의료 민영화 추진, 공공의료 약화 등 현 의료 붕괴를 초래한 의료 시장화·상업화를 가속화하는 데 앞장서거나 동조한 이들" 22명을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후보"로 꼽았다.

구체적으로 운동본부는 △디지털헬스케어법 △영리병원 허용 △비대면 진료(원격의료) 법제화 △진료정보 전자전송(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 △첨단재생의료법 △인공지능법 △병원 인수합병 허용 △국립대병원 영리병원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상기 법안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표 참조) 등을 의료 민영화와 상업화를 가속화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로 평하고 이 같은 법안 등의 제정에 앞장서거나 동조한 이들을 부적격자 명단에 넣었다.

22명의 소속 정당은 국민의힘 15명, 더불어민주당 4명, 새로운미래 1명, 개혁신당 1명, 무소속 1명이다. 명단에 뽑힌 인물은 △원희룡(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강기윤(국민의힘, 경남 창원 성산구) △박정하(국민의힘, 강원 원주 갑) △김병욱(민주당, 경기 성남 분당 을) △윤창현(국민의힘, 비례) △전재수(민주당, 부산 북구·강서구 갑) 김종민(새로운미래, 세종 갑) △백혜련(민주당, 경기 수원 을) △추경호(국민의힘, 대구 달성) △이원욱(무소속, 경기 화성 을) △김성원(국민의힘, 경기 동두천 연천) △김민석(민주당, 서울 영등포 을) △박덕흠(국민의힘, 충북 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 △서범수(국민의힘, 울산 울주) △윤희숙(국민의힘, 서울 중구성동 갑) △박은식(국민의힘, 경기 수원 병) △김명연(국민의힘, 경기 안산 병) △심재철(국민의힘, 경기 안양 동안 을) △윤한홍(국민의힘, 창원 마산 회원) △최수진(국민의미래, 비례) △최경환(무소속, 경북 경산)이다.

▲2일 '의료 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원희룡(인천 계양을), 강기윤(경남 창원성산), 박정하(강원 원주시갑), 윤희숙(서울 중구성동갑) 후보(이상 국민의힘, 좌→우 순)를 '최악의 4인'으로 꼽았다. ⓒ연합뉴스

운동본부 "원희룡 후보, 영리병원 추진 앞장서"

운동본부는 특히 이 가운데 원희룡, 강기윤, 박정하,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를 '최악의 후보 4인'으로 따로 선정했다.

운동본부는 원희룡 후보를 두고 "제주도지사 경력을 영리병원을 앞장서 추진하는 데 바쳤다"며 "그는 2018년 국내 최초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을 최종 허가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운동본부는 당시 영리병원 허가 여부를 두고 "제주도민 공론조사 결과 약 38.9%만이 찬성하고 58.9%의 주민이 반대"했으나 원 후보가 "여론을 무시하고 반민주적 폭거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당시 녹지병원 설립자는 중국 법인인 녹지그룹이었다. 실제 이 회사는 의료업과 관련 없는 "땅 투기 그룹"이었다.

운동본부는 "(녹지병원은 실제로는 영리병원 설립이 불가능했던 국내법인이었으나) 국내 병원이 외국인병원인 것처럼 위장하고 법망을 우회해 한국에 세우려던 영리병원"이었다며 "원희룡 당시 지사는 '녹지그룹이 100% 출자한 외국인투자법인'이라고 주장했으나 이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고 비판했다.

2015년 결국 해당 사업계획서가 철회됐으나 원희룡 당시 지사는 수개월 후 다시 영리병원 설립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이는 최종 허가됐으나 법원 판결에 따라 최종 무산됐다.

운동본부는 "제주도민의 혈세와 행정력을 낭비한 오랜 법정 다툼을 낳은 장본인이 바로 원희룡 후보"라며 "이 땅에 첫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데 가장 앞장섰던 원흉인 원희룡 후보가 22대 국회에 들어가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건보 무력화, 미국식 보험 체제 노리나"

박정하 후보를 두고 운동본부는 "역시 영리병원 도입에 발 벗고 나서 온 자"로 규정했다.

본부는 "그는 보궐 선거로 당선된 초선 시절 국회에 입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강원도에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게 허용하는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동본부는 "박정하 후보는 원희룡 후보가 제주도지사로서 영리병원을 추진할 때 정무부지사를 지냈다"며 "정무부지사 직책으로 짐작컨대, 녹지국제병원 도입과 관련해 중앙 정부 등과의 정무적 업무에 관련돼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운동본부는 "21대 국회 당시 강원도 영리병원 도입을 앞장서 추진한 자가 다시 강원도에서 국회의원이 돼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윤희숙 후보는 건강보험 무력화를 추진한 "대표적 의료 민영화주의자"라고 운동본부는 규정했다.

운동본부는 "윤 후보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를 주장하고, 영리병원에 찬성하고, 민간보험 활성화를 옹호했으며, 민영화가 서민 건강권 침해와 관계 없다고 주장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모든 건강보험 가입자가 어떤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더라도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공보험 체제의 핵심이다.

운동본부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는 이명박 정부가 임기 초반에 추진하려 한 대표적 의료 민영화 정책"이라며 윤 후보가 건보 무력화를 추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또 "윤 후보는 '민간보험 가입자가 미가입자에 비해 의료 이용량이 많지 않고, 민간보험 가입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발견할 수 없으며, 민간보험이 건강보험 재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민간보험을 적극 변호했다"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완화해 미국처럼 건강보험을 완전히 (민간보험으로) 대체하려는 목표를 가진 위험한 자"라고 강조했다.

운동본부 "최악 4인 국회 입성 재앙될 것"

강기윤 후보는 "21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로서 의료 민영화 법안 다수를 대표발의하고 통과시키는 데 앞장선 자"라고 운동본부는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강 후보가 대표발의한 법안은 '디지털헬스케어법'과 '첨단재생의료법'이다.

운동본부는 디지털헬스케어법을 두고 "이 법은 '내 의료·건강정보 도둑법'"으로 규정했다. "우리 건강정보 중 몇몇 부분만 가리면 기업이 내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본부는 설명했다.

운동본부는 그로 인해 "우울증, 성 매개 감염, 임신과 분만, 자연 유산과 인공 유산, 성폭력 피해 정보 같은 극히 민감한 정보도 기업에 활용"될 우려가 있다며 궁극적으로 개인 의료 정보의 기업 이전이 "의료기관 진료정보, 건강보험공단 같은 공공기관 정보, 웨어러블 기기로 수집되는 건강정보 등을 민간보험사 등 기업이 손쉽게 가져갈 길을 열 것"이라고 우려했다.

첨단재생의료법은 연구 단계의 무허가 줄기세포 치료도 허용하는 법안이다.

운동본부는 "검증되지 않은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심각한 감염과 실명이나 죽음을 야기할 수 있다"며 "실제로 국내에서 불법으로 이뤄지는 시술이나 일본 원정 치료로 사망하거나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이들이 많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정부가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관리 감독해 이런 문제를 줄여야 하는데, 이 법은 거꾸로 무허가 치료 남용을 합법화하고 부추긴다"고 운동본부는 덧붙였다.

운동본부는 "이 4명의 최악 후보의 국회 입성은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며 "이들이 22대 국회에 들어가면 의료 시장화 정책을 추진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우리 의료의 남아있는 공공성마저 모두 파괴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로 인해 "건강보험이 빈껍데기가 되고 민간보험사들이 천문학적 이윤을 거둬들이며 의료 체계를 지배하는 미국식 의료"가 국내에 현실화할 것이라고 운동본부는 우려했다.

운동본부는 또 "나머지 18명의 후보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들과 다르지 않다"며 "이들이 22대 국회에서 입법활동을 하는 것은 대다수 시민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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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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