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선대위 출범식, 이재명·이해찬은 '심판론' 강조…김부겸은 쓴소리

金 "'심판론 얘기하면 알아서 해주겠지' 안일한 자세 안돼…낙천자 잘 위로·대화해야"

총선을 29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총선 선거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으로 나선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는 선대위 첫 출범식에서 심판론을 강조한 반면, 김부겸 전 총리는 같은 자리에서 "그동안 혹시 우리가 심판론을 이야기하면 국민들께서 알아서 해 주시지 않겠나 하는 안일한 마음과 자세가 있었다면 안될 것"이라며 대립각을 세워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대표는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출범식에서 "이해찬 전 대표님과 김부겸 전 총리님을 필두로 민주당이 가진 모든 역량이 총집결했다"며 "정권 심판과 국민승리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힘을 하나로 모아 주신 선배 동지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심판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 심판의 날, 딱 29일 남았다"며 "대한민국의 주인은 영부인도, 천공도 아닌 국민이라는 점을 용산이 깨닫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대결이 아니라 국민과 국민의힘의 대결"이라고도 강조했다.

이해찬 전 대표 역시 심판론을 내세웠다. 그는 "이번 총선은 제가 지금까지 치러 본 선거 중에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우리가 꼭 심판을 잘해서 국민들이 받는 고통을 면할 수 있도록 꼭 해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에서는 제일 중요한 것이 진실하고 절실하고 성실하게 임하는 것이다. 늘 진실한 마음을 가지고, 아주 절실하게, 성실하게 뛰어야 이길 수가 있다"고 했다.

반면 전날 선대위 합류 의사를 밝힌 김부겸 전 총리는 쓴소리를 했다. 그는 "그동안 혹시 '우리가 심판론을 이야기하면 국민들께서 알아서 해 주시지 않겠나' 그런 안일한 마음과 자세가 있었다면 안될 것"이라며 "이해찬 전 대표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겸손하고, 진실하고, 진정을 가지고 국민들을 만나고 그분들 마음을 위로하고, 그분들 입에서 나오는 현실적인 대안을 서슴없이 받아들여달라"고 당부했다.

김 전 총리는 특히 당내 통합 과제에 대해 "최근에 특히 공천 받으신 분들은 공천의 기회를 갖지 못한 분들을 잘 위로하고, 그분들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허심탄회한 대화와 호소가 있기를 바란다"며 "과거 우리 선배들은 그럴 때 바로 그 에너지를 함께 모았기 때문에 오늘의 민주당이 여기까지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선대위 회의가 끝난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와 회의 도중 나눈 필담 내용을 공개하며 "회의 도중 이 대표가 이석해야 해서 필담으로 했다"면서 "당에서 그 분들 한 분 한 분을 만나 어려울 때 마음을 추스르고 선대위에 합류해주시길 (부탁드리고), 국민에게 단합된 민주당 모습 보이고 경선에서 이긴 분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함께 논의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총선 과정에서 컷오프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선대위 합류 여부와 관련해 김 전 총리는 "임 전 실장이 워낙 상징적인 인물이 됐으니 임종석의 선택은 선거 국면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며 "어제 (임 전 실장과) 통화를 했고, 본인이 굳이 어떤 직을 맡지 않더라도 선거에서 백의종군이라고 표현했는데 자기 역할을 어떻게 하는 게 선거 국면에서 도움이 될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근 이재명 대표가 당내 공천 파동이 언론이 만들어낸 프레임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김 전 총리는 "이 대표는 당의 책임자니까 그렇게 말씀할 수밖에 없다. 저는 국민의 기대수준만큼,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했느냐에 대해선 또다른 의견이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해를 구하고 싶다. 일단 공천 국면이 지나가고 다음 단계가 됐다"며 "어제 한 작전행위가 옳았냐고 지적하면 저희도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거기에 머무를 수는 없는게 선거의 속성"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충남 천안 방문 당시 당내 통합 문제에 대해 "우리는 중진급 분들이 4선 이상은 거의 절반 가까울 만큼 많은 분이 용퇴하거나 배제되거나 경선에서 떨어지거나 해서 출마 기회를 잃고 있다"며 "그런데 극소수 빼고는, 경선 지고 탈당한다든지, 질 거 같으니까 탈당하거나, 어차피 지는데 핑계를 대 가지고…(탈당하는). 이런 분 몇 사람 빼고는 '비록 배제되지만 당과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분들이 정말 많다"고 했었다.

이 대표는 또 같은 자리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가까운 측부터 컷오프하고, 배제하고, 더 세게 제재하고 하다 보니 가까운 사람들이 너무 피해를 많이 봤다"며 "너무 고통스런 과정"이라고 하기도 했다. 자신과 가까운 친명 인사들의 '피해'가 컸다는 말로, 당 안팎에서 나오는 '비명횡사 공천'이라는 비판과는 현실 인식에서 큰 격차가 있다. 탈당자들을 '질 거 같으니까, 어차피 지는데 핑계를 대서 탈당한 분들'로 지칭한 것도 '특히 공천을 받으신 분들이 낙천자들을 잘 위로하고 겸손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달라'는 김 전 총리가 당부와 거리가 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경선에서 진 분들이 흔쾌히 전체 선거에 동참하겠다는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어 전체적으로 이제 새로운 분열적 요소는 없을 것 같다"고 통합 관련 우려를 일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한편 "역대 선거에 보면, 꼭 자신의 표현이나 이런 데 있어서 지나치게 국민들을 자극하거나 반감을 불러일으켜서 선거 국면 전체를 망치는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며 "후보자 여러분들께서는 정말 자기 영혼을 갈아 넣어서 국민들한테 호소하고 다가가 달라"고 당 소속 정치인들에게 '입조심'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간담회에서 '이번 총선의 목표 의석수'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이 전 대표는 "다다익선"이라며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우리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진정성이 통해야 많은 의석을 얻을 수 있다"고만 답했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대표(왼쪽부터)와 이해찬 전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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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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