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맞섰던 헤일리, 결국 후보 사퇴했지만 끝내 트럼프 지지하지 않아

트럼프도 헤일리에 공개적 비난, 공화당 분열?…바이든은 헤일리 지지자들에게 '구애'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후보 사퇴를 선언하면서 공화당 대선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확정됐다. 그런데 헤일리 전 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고,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헤일리 전 대사를 비난하면서 향후 본선에서 공화당 표심이 트럼프로 모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6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방송 CNN은 헤일리 전 대사가 주지사를 역임했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도시 찰스턴에서 경선 하차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우리의 위대한 나라 전역에서 받은 엄청난 지지에 감사한다"며 "하지만 이제 선거운동을 중단할 때가 왔다. 나는 미국인들의 많은 목소리를 듣길 원했고 그렇게 해왔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헤일리 전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축하를 보내면서도 그를 지지한다는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그는 "그(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은 우리 당과 다른 사람들에게 표를 얻는 것은 이제 트럼프에게 달려 있다. 그가 그렇게 (표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모든 가능성을 생각했을 때 트럼프는 7월 전당대회에서 공화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가 될 것이다. 축하하고 잘되길 바란다"며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되든 잘되길 바란다. 서로의 차이가 우리를 갈라놓기에는 우리나라가 너무 소중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가 불타고 있다"며 미국인들 앞에 수많은 문제가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방송은 그가 국가부채가 미국 경제에 미칠 위협, 작은 정부의 필요성, 우크라이나와 대만 및 이스라엘의 편에 서야 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 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 6일(현지시각)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서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사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헤일리 전 대사가 사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이른바 '슈퍼 화요일'로 불리는 5일 경선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의원 764명을 확보했지만 헤일리 전 대사는 43명을 얻는데 그쳤다.

헤일리 전 대사의 사퇴로 미국 대통령 선거는 2020년의 재대결 양상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헤일리 전 대사가 같은 당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않으면서, 중도적 성향의 공화당 지지자들이 본선에서 트럼프가 아닌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선택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헤일리 전 대사의 사퇴 소식이 나온 직후 성명을 발표하며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에게 본격적인 구애를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는 니키 헤일리의 지지자들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나는 분명히 하고 싶다 : 우리의 선거운동에는 그들을 위한 자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오늘날 트럼프에 대해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는 공화당에서는 특히 그렇다"며 "헤일리는 트럼프를 따라다니는 혼란한 상황, 옳고 그름을 따지지 못하는 그의 무능함,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앞에서 움츠러드는 그에 대해 진실을 말했던 사람"이라고 헤일리 전 대사를 추켜세웠다.

바이든 선거캠프의 대언론 책임자인 마이클 타일러 역시 CNN과 인터뷰에서 "헤일리를 지지한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대표하는 혼란, 분열, 극단주의에 맞서는 헤일리에 동의했다"며 헤일리를 지지한 유권자들을 위한 "집"(Home)이 바이든의 팀에는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를 포용하기는커녕, 오히려 그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는 공화당 중도 성향 당원들의 지지를 얻어야 본선에서 승리 가능성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에 반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일 본인이 만든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서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헤일리)의 많은 자금은 민주당 급진 좌파들로부터 나왔다"며 "이 시점에서, 그가 '경선'에 남아 끝까지 싸워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니키 헤일리는 민주당원들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버몬트 주와 그 밖의 다양한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인 방법으로 완패했다"며 헤일리 전 대사의 주요 지지층이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 지지자들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지지자들 모두를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운동에 동참하도록 초대하고 싶다"며 "바이든은 적이고, 그는 우리나라를 파괴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고 말하며 헤일리를 지지하는 공화당 중도층을 신경쓰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헤일리 전 대사의 사퇴로 공화당 경선은 2008년 이후 가장 빨리 마무리 됐다. 그가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이 처음으로 치러진 1월 15일 아이오와 코커스 (당원대회) 이후 51일 만에 후보직에서 물러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로 확정됐는데, 이는 2008년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아이오와 코커스로부터 61일 후에 대통령 후보로 결정된 것과 비교했을 때 열흘 정도 빠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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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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