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당내 경선에서 처음 트럼프 이겼지만 대세 바꾸지 못할듯

트럼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 우위…바이든 위기?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겼다. 하지만 전체 득표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도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방송 <CNN>은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99% 개표가 진행된 현재 62.9%를 득표해 33.2%의 지지를 얻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크게 앞섰다고 보도했다.

헤일리 전 대사가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 D.C는 19명의 대의원이 배정돼 있는데, 득표율 50%가 넘는 후보가 있을 경우 승자가 대의원 전부를 가져간다는 규정에 따라 헤일리 전 대사가 19명의 대의원을 확보하게 됐다.

▲ 2일(현지시각)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메사추세츠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헤일리 전 대사의 승리가 대세를 바꾸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에서 대통령 선거 후보로 최종 선출되기 위해서는 대의원 2472명 중 절반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은 244명을 확보했고 헤일리 전 대사는 24명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5일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874명의 대의원이 걸려있는 이른바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 이날이 공화당 경선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 흐름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3일 '최근 여론조사가 바이든에게 끔찍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여론조사에 나타난 미국 민심의 경향을 분석했다.

매체는 우선 올해 81세가 되는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를 지적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와 시에나 대학이 지난 2월 25~28일 등록유권자 9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48%, 바이든 대통령은 43%의 지지를 받았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45%는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가 직무를 수행하기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26%는 나이가 직무 수행에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그가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다고 답했고 25%만이 나이로 인한 직무 수행 문제에 다소 또는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응답자의 55%는 나이가 직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거나 혹은 나이 문제가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매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일 유세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오바마'라고 부르고 그 역시 나이가 77세"가 됐음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 2월 28일~1일 미국 성인 2159명을 대상으로 미국 방송 CBS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함께 조사한 결과 역시 이러한 경향을 보여줬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는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충분히 건강한 상태라고 답했는데, 바이든이 그렇다는 응답은 17%에 불과했다. 또 트럼프의 정신적인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43%는 문제없다고 답했는데, 바이든이 문제가 없다는 응답은 26%에 그쳤다.

매체는 미국의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도 바이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가 현재 경제가 좋지 않거나 그저 그런 상태에 있으며, 26%는 경제가 좋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CBS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9%가 경제 상황이 매우 좋거나 꽤 좋다고 답했는데 절반이 넘는 57%의 응답자는 경제가 나쁘거나 꽤 나쁘다고 답했다. 매체는 "트럼프 정부 첫 해에 팬데믹이 발생했음에도 응답자의 65%는 트럼프 정권에서 경제 상황이 매우 좋았거나 꽤 좋았다고 판단했다. 나쁘거나 꽤 나쁘다는 답은 28%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다른 경향을 보이는 조사도 있었다. 지난 2월 21~28일 등록유권자 17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월스트리트저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2년 간 경제가 나아졌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한 유권자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런데 매체는 이러한 여론조사 역시 바이든 대통령에게 별로 도움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유권자들이 경제보다는 이민자 문제를 대통령 선거 투표에서 더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대통령 선거 투표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0%가 이민 정책이라고 답했다. 경제 상황이라는 응답은 14%, 임신중단 및 민주주의 문제라는 응답은 각각 8%로 그 뒤를 이었다.

매체는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초당적인 국경 안보 관련 법안을 저지한 공화당 의원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여전히 트럼프가 이민 정책과 관련한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CBS 조사를 보면 45%의 응답자들은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 현재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고 있으며, 절반은 바이든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때 이민자가 증가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72%의 응답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되면 미 남부 국경을 넘는 이민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체는 바이든 캠프의 언론 담당인 마이클 타일러가 "여론조사는 미국인들의 투표 방식과 계속 달랐다. 도널드 트럼프를 과대평가하고 바이든 대통령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유권자들은 여론조사에서 같은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위험 신호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국경 보안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뉴욕타임스> 조사에서는 지지한다는 응답이 50%, 반대한다는 응답이 43%로 그 차이가 크지 않아, 이민자 문제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이슈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또 임신중단 사안이 지난 2022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을 수성하고 하원의회는 근소하게 패하는 결과를 받게 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여전히 이 문제가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서 임신중단이 이민자, 경제에 이어 민주주의와 함께 세 번째를 차지하며 여전히 선거에 주요한 이슈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도 지난 1월 23일 첫 공동 유세에서 임신중지권을 전면에 내세우며 20, 30대 표심 잡기에 열을 올렸다. 이들은 유세 무대 배경에 'RESTORE ROE'라는 문구를 띄워 놓았는데, 이는 24주 이내 임신중지권을 보호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판결을 되살리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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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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