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이재명, 총선 승리 아닌 자기보호 위주 방탄공천"

"명문정당 아닌 '하빠리' 정당 됐다…임종석 탈당시 전해철 등 연쇄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공천 파동이 당내 계파 간 내전 양상으로 흐르는 데 대해 20대 국회의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철희 전 수석이 "명문 정당이라면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전 수석은 특히 공천을 주도하고 있는 이재명 지도부에 대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공천이 아니라 결국 방탄하기 위한 공천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전 수석은 29일 공개된 MBN 유튜브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공천 상황에 대해 "단순히 이재명과 문재인 전 대통령 두 사람의 '명문(明-文)'이 아니라 진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민주 정당으로서 명문(名門)정당이라고 본다면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명문이 아니라는 건 '하빠리'(품위나 지위가 낮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하바리'의 강원 방언) 아니냐"고 직격했다.

이 전 수석은 "공천은 컨셉을 잘 정하고 그 안에서 계파·직능·세대별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그러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왜 (공천이) 안 되는지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별로 설명도 없다. '다른 데 가라고 했는데 안 가니까 그만하세요' 이런 정도이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전날 민주당이 임 전 실장을 서울 중·성동갑 지역 공천에서 배제한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 전 수석은 "과거의 역사를 보면 적장에 대해서도 예우는 지키지 않느냐"며 "심지어 (임 전 실장은) 같은 당에 있는 사람이고 지도자급인데 '안 된다'고, '공천 못 주겠다'고 하면 예의를 갖춰야 된다. 하다못해 본인이 만나든지, 누군가 책임있는 사람이 만나서 충분하게 설명을 하고, 그래도 동의를 못할 수 있지만 그런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종의 예의이고 정치적 도의의 문제인데 그것을 무시하는 것은 안 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대표 안 만나는 (것을 비판하는) 게 설명이 안 되지 않느냐"고 했다.

이 전 수석은 임 전 실장 배제 문제를 포함한 공천 전반 상황에 대해 "도대체 왜 저러는 거냐. 이해가 잘 안 된다. 저도 정치권에 1993년부터 한 30년 있었는데, 납득이 안 된다"며 "두 가지 가설을 세워보았는데, (첫째는) '저렇게 해도, 또는 저렇게 해야 이긴다'는 가설이 있는데 이것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현재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두 번째, 이기려는 생각이 없나? 이런 가설도 있을 수 있다"며 "왜 '져도 된다'고 생각할까? 그것은 '우선 나를 지키는 게 우선이다. 내 생존이 우선이다. 총선 승리는 그다음 문제이다'(라는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고는 "최근에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지 않느냐. (<경향신문> 등) 칼럼도 나오고 있는데, 이 가설로 보면 설명이 쉽다"고 덧붙였다.

그는 "총선 이기려고 하는 그림은 잘 안 나오는데 '일단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나를 지킬 사람들을 옆에 두는 게 맞겠다. (총선은) 이기든 지든.' 이 가설로 놓고 보면 앞뒤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이 하고 있는 공천은 경쟁력 위주의 승리 공천은 아닌 것 같고, 자기를 보호할 사람들 위주의 방탄공천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이 전 수석은 또 기동민 의원 공천배제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기준이 2중 기준, 3중 기준이면 공정성이 없다"며 "이재명 대표가 본인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출마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그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해야 된다. 예를 들면 기동민은 안 줄 수도 있는데, 그건 그것(재판 중인 사안) 때문에 안 주는 게 아니고 경쟁력이 없다든지 하는, 누가 납득할 만한 다른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런 것 없이 그냥 그 사람은 기소됐으니까 안 되고, 이 사람은 기소됐으나 다른 이유가 있으니까 (공천으로) 가고, 이래 버리면 사람들이 안 따른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래서 공천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이게 승리하기 위한 공천이 아니라 결국 방탄하기 위한 공천 아니냐고 제가 말씀드린 것"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이 전 수석은 당 안팎의 비판을 대하는 이재명 대표의 자세에 대해서도 "'걸핏하면 당 대표 물러나라(는 분들이 있다)' 이런 말도 하시던데, 저는 그런 말씀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는 "야당은 매일 대통령 비판하지 않느냐. 그러면 당 대표한테 왜 (비판) 못 하느냐"며 "민주주의 사회라는 게 비판이 열려있는 것이고, 그러면 누구든지 비판에 대해서는 겸허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왜 걸핏하면 물러나라고 하느냐, 본인은 억울할 수 있다"면서도 "손가락질하면 손가락을 자른다고 손가락이 (지적)하는 게 없어지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도 했다.

한편 이 전 수석은 임 전 실장이나 홍영표 의원 등 공천에서 배제된 친문계 인사들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임 전 실장이 나간다는 선택을 하면 전해철 의원 등 이런 분들까지 연쇄적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다만 "홍 의원이나 전 의원 등 이른바 친문 진영 중진이라는 사람들 입장에서 '이번 선거에 공천 안 주니까 홧김에 나가야 되겠다' 이런 선택으로 결정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이고, 문제는 (2027년) 대선까지 긴 호흡으로 봤을 때 남아있는 게 뭔가 그림이 나오느냐, 예컨대 8월 전당대회가 있는데 총선 끝나고 그때 뭔가 분위기를 좀 바꿔볼 수 있겠느냐, 또는 이재명 후보가 대선을 이길 수 있겠느냐 이런 고민들을 좀 할 것"이라며 "그 맥락에서 본인들의 선택이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런데 만약에 거기에서 8월 전당대회나 3년 뒤 대선에서도 전망이 안 나온다고 하면 본인들이 결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자료사진).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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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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