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으로 시작해 매출 10억 찍은 영암 청년창업가

한경준 과일이야기 대표…"영암군 지원으로 지역 농산물 유통 새길 터"

"영암군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 제 가게는 없을 것이다."

2년 전 300만원으로 시작해 지난해 매출 10억 원을 찍은 영암 청년창업가가 있다.

처음 어머니와 어렵사리 차린 가게는 이제 배달 트럭 3대를 운영하고 3명의 청년을 고용할 정도로 성장했고, 최근에는 목포 옥암동에 분점까지 냈다.

그 주인공은 영암군 삼호읍 삼호중앙로에서 농산물 유통가게 '과일이야기' 삼호점을 운영하는 한경준 대표(27).

▲우승희 영암군수가 1일 과일이야기 삼호점을 찾아 한 대표와 창업 경험과 지역 농산물 가공·유통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영암군

지난 1일 오후 우승희 영암군수는 과일이야기 삼호점을 찾아 한 대표와 창업 경험과 지역 농산물 가공·유통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우 군수는 "민선 8기 영암군이 육성하고 싶은 '청년 크리에이터'가 바로 한 대표 같은 분"이라며 "영암군이 역점 추진하고 있는 농정혁신의 좋은 본보기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한우와 쌀, 고구마 등 1차 생산품 위주로 판매되던 영암 농산물을 지역업체가 가공·유통해 부가가치를 높인 다음 소비자에 판매하는 모범 사례를 한 대표가 보여줬다는 의미다.

영암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한 씨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영암에서 목포의 한 카페로 출퇴근하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여느 청년과 다른 점은 기약은 없지만 과일 카페를 차릴 꿈을 꾸고 있었고, 영암에서 무화과를 도매하는 누나를 틈틈이 도와 다른 과일가게에 납품하는 일을 하는 것 정도였다.

2022년 '과일 카페 꿈'과 '누나 일 돕기'에서 한 대표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과일 카페처럼 젊은 층의 기호에 맞게 과일을 자르거나 소분해서 팔아볼까', '영암 무화과로 그릭요거트 같은 가공품을 만들어 팔면 좋을 텐데', 'SNS를 이용해 좋은 과일을 대량으로 싸게 팔면 승산이 있겠다' 등이었다.

당시 한 대표의 전 재산은 300만원. 창업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초기자본이었다. 답답해하던 한 대표에게 길을 열어 준 것은 영암군의 '밀키트 창업지원 플랫폼 구축 및 운영 사업'이었다.

영암군은 2022~2023년 해마다 한 대표에게 1500만원씩을 지원하고 경영 컨설팅 등을 제공했다. 한 대표는 이 지원금을 '제때 꼭 필요했던 지원'으로 표현한다.

"영암군이 지원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가게는 없다"는 말과 함께 그 지원금으로 가게 임대료 등을 내며 창업 초기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신선하고 좋은 과일을 커팅·소분·가공 판매하고, 한 포털 커뮤니티에 '과일이야기(영암 삼호점)' 이름으로 집중 홍보하자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 대표는 이렇듯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성실과 신뢰로 키웠다. 사업 초기 400만원을 들여 비파괴 당도측정기를 구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었던 좋은 과일 고르기 노하우를 첨단 기기를 활용해 보완하고, 손님에게도 객관적 수치로 당도를 보여주자 믿음이 쌓였다.

당도가 덜한 과일은 주스로 가공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기지도 발휘하고, 과일 1개만 썩어 있어도 1박스 전체를 교환해 주는 과감한 수완도 병행했다.

거래가 반복되며 과일이야기를 신뢰한 손님들은, 다양한 지역 농산물과 가공품도 함께 판매해달라고 요청했고, 한 대표는 다양한 품목으로 판매를 확대해 여기에 보답했다.

요즘 한 대표의 일과는 새벽 시간 목포와 광주, 순천과 여수의 공판장에서 시작된다. 신선하고 질 좋은 과일을 저렴하게 손님에게 내놓자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삼호점의 과일 냉장창고와 목포 옥암점을 1톤 트럭으로 오가며 조금이라도 더 신선한 과일을 소비자에게 전하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지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장사비법은 손님을 '정(情)'으로 맞는 마음이다.

한 대표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좋은 과일 고르는 법을 물어보고, 또 배우고 싶어 한다"며 그럴 때마다 매장을 찾아온 손님을 정으로 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해준다. "세상에 맛있는 과일가게는 많지만 정을 나누는 곳은 드물어서다"고 전했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한 대표에게 '일기 쓰기'를 추천했다. 그 일기를 바탕으로 나중에 책을 펴내서, 한 대표의 경험을 영암의 청년과 앞으로 영암에 올 젊은이들에게 전해달라는 당부였다. 나아가 더 많은 영암의 농산물을 유통·판매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서 정착시켜 보자고 제안했다.

사업 3년 차에 접어든 한 대표는 올해 영암군으로부터 인건비 지원을 받는다. 영암군은 자생력 기르기를 중심으로 지원을 이어 나가, 한 대표의 농산물 유통이 농가의 소득을 증대하고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하고 적절한 유통 이윤을 지속 창출하는 상생의 장으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설 명절 대목을 맞아 쇄도하는 주문을 소화하고 있는 한 대표는 "막연했던 과일 카페를 크게 차려볼 구체적 계획을 세워가고 있다"면서 "과일이야기에서 나를 보고 꿈을 키워가고 있는 3명의 직원에게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많은 청년들이 실패의 두려움을 떨치고 영암에서 나처럼 창업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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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성

프레시안 광주전남취재본부 위정성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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