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김기춘, 파기항소심서 형량 줄어

법정구속도 면한 김기춘 "(재)상고해서 다시 판단을 받겠다"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형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법정구속도 면한 김 전 실장은 그러나 (재)상고 의지를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6-1부(원종찬 박원철 이의영 부장판사)는 2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2년을, 조 전 수석에게는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기간에 걸친 이념적 성향과 정치적 입장 등에 따른 차별적 지원으로 다수 인사들이 상당한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 등 헌법 질서를 훼손하고 법치주의가 후퇴됐다"며 "개인적 이익을 추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상당 기간 재판이 지연된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이미 1년6개월간 수감 생활을 한 점, 오랜 기간 공직자로 일하며 국가를 위해 공헌해 훈장을 받았던 점, 고령인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조 전 장관도 미결수 신분으로 약 1년2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기 때문에 법정구속 되지 않았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 등의 이름과 지원 배제 사유를 정리한 문건(블랙리스트)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김 전 실장의 지원 배제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고, 2심에서는 1급 공무원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 등이 추가로 인정돼 징역 4년으로 형량이 늘었다. 조 전 수석도 1심에서는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직권남용 혐의 일부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0년 1월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 오해와 심리 미진을 이유로 사건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형법 123조에 규정된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

당시 대법원은 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등 소속 직원들에게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을 각종 정부 지원 사업에서 배제하도록 한 혐의가 '직권 남용'에는 해당한다고 봤지만, 죄가 성립하는 또 다른 요건인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는지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후 4년, 심리 시작 이후 3년 만에 나온 선고다.

파기환송심은 공소유지를 담당하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사건에 휘말려 사임해 열리지 못했다. 2022년 12월 특검법 일부 개정으로 공소유지 주체가 특검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승계되면서 지난해 7월 재판이 재개됐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선고 뒤 "(재)상고해서 다시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장관은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6-1부(원종찬 박원철 이의영 부장판사)는 이날 김 전 실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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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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