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연장 노동시간 8시간으로 줄여야"

직장갑질119 "글로벌 스탠더드 따라갈 때…1일 연장노동 4시간으로 제한 필요"

"새로 온 팀장이 대표님께 눈도장 찍기 위해 팀원들을 강제야근을 시키고 저녁식사를 하고 갈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괜히 신고했다가 저만 빌런 소리 듣지는 않을까 하여 아무말 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직장인 A씨)

"프로젝트 막바지에 들어서자 본부장이 야근과 주말 출근을 강제하여 주 80시간 이상의 근무를 강요했습니다. 야근하지 않는 구성원에 대해서는 모두가 듣는 상황에서 험담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직장인 B씨)

대법원이 주당 연장노동시간 산정 기준으로 '한주간 노동시간 중 40시간 초과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해 '하루 24시간 노동' 길이 열렸다. 그로 인해 야근과 연장노동 관습이 더 심각해지리라는 우려가 많다.

이 같은 악습을 막고 '워라밸'을 보장하기 위해 주 최대 노동시간 48시간 상한제를 도입하라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이미 한국의 연간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752시간)보다 149시간이나 더 길다"며 ①주48시간 상한제 도입 ②1일 연장근로 상한(4시간) 설정 및 근로일간 연속 휴식시간(11시간) 보장 ③포괄임금계약 금지를 노동시간 제도개편에서 반드시 포함해야 할 3대 핵심 입법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또 ①사용자에게 출퇴근시간 기록 의무 부여 ②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 ③야간근로 원칙적 금지 및 야간근로자 보호 제도 신설 ④모든 노동자에게 근로시간 제도 적용을 4대 추가 입법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연장노동시간 상한도 이제 줄여야 할 때

현재 한국의 주당 법정 노동시간은 40시간이며 주당 12시간의 연장노동 상한이 있다. 이를 포함해 상당수 언론이 현 노동시간제를 '주 52시간제'로 표기한다. 직장갑질119는 연장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이 1953년 제정될 당시 주당 법정 노동시간이 48시간, 연장노동시간 상한이 12시간이었다"며 "법정 노동시간이 40시간까지 단축되는 동안 주당 연장노동 상한은 70년간 12시간으로 유지됐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9월 4일부터 같은달 11일까지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주 최대 노동시간 상한을 어느 정도로 단축하는 게 좋을지를 물어본 결과 "직장인 절반 정도(48.3%)는 연장근무를 포함한 1주 최대 노동시간 상한으로 48시간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주 최대 48시간제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점도 중요한 지점으로 꼽혔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노동시간 편성에 관한 지침'(2003/88/EC)은 4개월을 평균하여 연장노동을 포함한 1주간 노동시간이 48시간을 넘지 않도록 정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1년 10월 노사정 전문가회의(Tripartite Meeting of Experts on Working Time Arrangement)에서 1주 최대 노동시간 상한선이 48시간임을 명확히 했다.

▲14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이미 한국의 연간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752시간)보다 149시간이나 더 길다"며 ①주48시간 상한제 도입 ②1일 연장근로 상한(4시간) 설정 및 근로일간 연속 휴식시간(11시간) 보장 ③포괄임금계약 금지를 노동시간 제도개편에서 반드시 포함해야 할 3대 핵심 입법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연합뉴스

하루 연장노동 상한을 정해 '1일 24시간 노동'을 막아야 한다고도 직장갑질119는 강조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일 연장노동 한도를 규정하지 않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주당 연장 노동시간을 근거로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로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직장갑질119는 "EU는 1일 노동시간 상한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24시간당 11시간의 연속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있어 사실상 1일 노동시간 상한을 휴게시간 포함 총 13시간으로 정한 것과 같다"며 한국 역시도 "1일 연장노동 상한을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제51조의2 제2항, 제51조 제2항)에 준하여 4시간으로 설정하고,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 부여 의무를 근로기준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장노동을 강제하는 요인으로 지적받는 포괄임금계약을 전면 금지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제와 고정OT수당제(고정연장노동수당제)를 임의로 구분한 뒤, 고정OT수당제는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더라도 시행할 수 있고, 약정 고정 연장노동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추가수당만 지급하면 위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직장갑질119는 "노동자 입장에서 포괄임금제나 고정OT수당제는 모두 '추가수당 없는 공짜 연장노동 강요 계약'"이라며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규제 제도와 연장노동수당 제도의 원칙에 반하는 포괄임금계약 자체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사각지대 노동자도 보호해야

직장갑질119는 또 근로시간제도 적용이 제외되는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 및 1차 산업을 포함해 "감시 단속적 업무 종사 노동자, 연장노동을 하고도 이를 입증하지 못해 수당을 받지 못하고, 업무시간 외 업무 지시에 시달리거나, 야간노동으로 건강을 잃어가며 일하고 있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핵심 3대 요구안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추가 입법안 마련 필요성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사용자에게 출퇴근시간 기록 의무를 부여하고,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야간노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야간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현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연장노동시간 총량 규제를 통해 '집중노동 헬게이트'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직장갑질119는 비판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작년 말 정부의 대규모 국민 면접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현행 주 52시간 상한제에 따른 큰 문제가 없음이 명확히 확인"되었음에도 정부가 "소위 총량규제 노동시간 제도 개편을 추진하려는 건 윤 대통령의 '120시간은 일을 해야 한다'는 노동관을 구현"하려는 의도이거나 "어떻게 하면 노동자에게 일을 더 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재계를 위한 소원수리"라고 일갈했다.

박 노무사는 이어 "현대국가의 노동시간 제도 설계에서 핵심 목표와 가치는 일과 생활의 균형이어야 한다"며 "글로벌스탠더드인 주 48시간 상한제, 1일 연장근로 상한 설정과 근로일간 연속 휴식시간 보장, 그리고 장시간 공짜노동의 주범인 포괄임금계약 금지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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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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