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도 몰랐던 국방장관 입원…트럼프 "경질하라" 공세

전례 없는 국방부-백악관 불통에 비판 여론 높아져…오스틴 장관 건강 상황 비공개에 의문도 증폭

미 국방부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입원 사실을 대통령에게 뒤늦게 알려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오스틴 장관의 정확한 건강 상황도 여전히 공개되지 않으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8일 (이하 현지시각)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이 본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오스틴 장관이) 불편을 겪고 있지만 예후는 양호하다"라며 "좋은 상태에서 건강하게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오스틴 장관은 지난해 12월 22일 수술을 받은 뒤 합병증으로 인해 올해 1월 1일 월터 리드 국립 군 의료 센터에 입원했다. 그런데 국방부는 이 사실을 백악관에 4일에 알렸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기간 동안 오스틴 장관의 소재를 알지 못했다.

신문에 따르면 라이더 대변인은 본인이 오스틴 장관의 입원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일이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백악관에 알린 것은 4일이었고 이 사실이 의회와 대중에 알려진 것은 5일인데 이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고 시인한 셈이다.

신문은 대변인뿐만 아니라 합참의장 등 국방부와 관계된 주요 인사들도 백악관보다 먼저 상황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정작 국방부에서 장관 대신 역할을 수행하던 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에게는 장관의 부재 상황이 바로 통지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라이더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의 비서실장인 켈리 맥사멘이 독감에 걸렸고 그 기간 동안 그가 부하들에게 어떤 책임을 위임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며, 국방부 내부의 의사소통 문제를 언급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다만 라이더 대변인은 4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오스틴 장관의 상황을 통지한 것은 맥사멘 비서실장이었다고 밝혔다.

라이더는 오스틴 장관이 참모진 중 누구에게 정보를 알리는 것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프로세스 개선 측면에서 우리가 살펴볼 것 중 하나"라는 우회적 답을 내놨다고 신문은 전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의 퇴원 날짜가 불분명하다면서, 의료 센터에 머무르는 동안 매일 최신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일부터 오스틴 장관이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가 이날 성명까지 발표하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으나, 현재 오스틴 장관의 상태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리지 않고 있다.

신문은 "70세의 오스틴 장관이 월터 리드 국립 군 의료 센터에 있다. 정부 관리들은 그가 1일 구급차로 이송됐고 (지난해) 12월 22일 진료 과정에서 밝혀지지 않은 합병증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며 이외에 구체적인 상태는 전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신문은 "백악관과 국방부 관리들은 8일 이 상황이 초래된 의사소통 공백 문제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으나, 오스틴 장관의 상태 및 병원 입원 연장 이유 등 기본적인 세부 사항 공개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 지난해 12월 18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국방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례를 찾기 힘든 정부 내 불통 사건에 대해 공화당은 오스틴 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며 탄핵을 추진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서 "오스틴 장관은 부적절한 업무와 직무유기로 즉각 경질돼야 한다"며 "일주일 동안 실종 상태였고 상사인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도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공세에 라이더 대변인은 "우리가 (장관의) 상황을 더 알기 전까지 정보를 공개할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오스틴 장관은 사임할 계획이 없으며 누구도 사임을 건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악관 역시 오스틴 장관을 경질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오스틴 장관이 보여주고 있는 리더십을 계속 유지하고 직무를 할 다른 사람은 없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스틴 장관의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여당 및 과거 민주당 정부의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도 국방부와 오스틴 장관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레온 파네타 전 국방장관은 신문에 "오스틴 장관이 원래 발생했던 일들에 대해 전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오스틴 장관은 사생활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공적인 사람으로 국방부 장관이며 중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그러한 이유로, 오스틴 장관은 어떤 방식으로든 무력한 상황이 됐을 때 대통령과 국가 안보팀에 확실히 알려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상원 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잭 리드 상원의원은 이날 밝힌 성명을 통해 오스틴 장관의 "신속하고 완전한 회복을 바란다"면서도 "장관이 진료를 받는 동안 중요한 지휘 체계와 통보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맥사멘 비서실장은 이날 입장 발표문에서 "지난주에 있었던 과정을 모두 검토할 것"이라며 "장관의 통지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 등도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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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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