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후보자, 박근혜·원세훈에 "권력 잃은 사회적 약자"

극우진영 부정선거 음모론엔 "불가능" 일침…건국절 논란은 즉답 피해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자신이 재판한 권력형 비리 사건 피고인들을 "권력을 잃은 사회적 약자"라고 표현해 논란이 예상된다. 조 후보자는 다만 보수진영 일각에서 주장해온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서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최근 국가정보원이 선거관리위원회를 보안점검한 후 '해킹 가능성이 있다'고 한 데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조 후보자는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이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이른바 '댓글 사건' 판결에서 무죄 취지 소수의견을 개진한 데 대해 "이 판결들은 전부 소위 권력을 잃은, 말하자면 사회적 약자, 이런 입장에 서 있는 판결"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조 후보자는 먼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수수 부분 무죄취지 의견에 대해서는 "우리 법은 본인이 직접 받으면 '뇌물수수', 자기가 아닌 제3자가 받으면 그것을 '제3자 뇌물수수'라고 별도로 규정하는데, 이 말(馬)은 독일에 있고 독일에서 정유라가 탔을 뿐 전직 대통령은 거기 독일에 가서 그 말을 본 적도 없고 타본 적도 없다. 그 사용 이익은 오직 정유라가 누렸다. (따라서) 제3자인 정유라가 받은 그 조항으로 처분해야 된다는 것이지 죄가 없다는 게 전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원 전 국정원장 사건에 대해서는 "(국정원 직원들이) 댓글을 단 건 맞는데, 그 댓글은 전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치적 그리고 4대강 같은 것들"이라며 "그래서 국정원법 위반이라고 같이 처벌(해야 한다는 판결)을 했다. 다만 선거법(위반 부분)은 어느 후보를 특정해서 지지하거나 해야 그게 선거법 위반이 되는 것"이라고 자신은 선거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만 무죄 취지 의견을 냈다고 했다.

그는"그것도 판례에는 후보자가 정해질 무렵, 후보를 지정하는 근접한 시기에 해야 한다고 돼있다"며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2012년 1월부터는 오히려 원 전 국정원장이 회의 때마다 (부하직원을) 모아놓고 '예전에도 국정원이 휘말려서 곤욕을 치렀으니까 절대 개입하지 말라'고 검사가 압수한 서류에 다 나오고, 반면에 이렇게 공모했다는 게 없다는 것을 원심 판결과 다수 의견도 다 같이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 팀원들이 댓글 단 사실조차도 원세훈은 몰랐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야당 의원석에서 "말씀 중에 '권력을 잃은 약자'라는 표현이 있는데, 권력형 범죄였던 것이 결국 약자가 된 케이스 아닌가"라는 지적이 나오자 조 후보자는 "권력을 잃었을 때 증거를 가지고 처분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권력을 잃은 사람을 그냥 증거도 없이 느낌으로 처벌한다면 소수자나 권력을 잃은 사람은 설 자리가 없는 것"이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그러면서 야당 청문위원을 향해 "이런 판결이 있음으로 (해서 오히려 권력을 놓친 경우에는 이 판결이 얼마나 응원이 되겠느냐"며 "증거 없이 막 처벌하라고 할 때 이런 엄격한 증거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한편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이 "2020년 21대 총선 때부터 일부 보수 정치인, 보수단체에서 꾸준하게 '투표용지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해 왔다"며 "이미 대법원이 2021년 6월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선거무효 소송에서 '조작된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보수 정치인들이 거듭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보수 유튜버들도 이에 편승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후보자는 '실제로 용지 조작에 의한 부정선거가 가능하냐'고 묻자 "저희가 개표를 해보면 많은 개표 참관인들이 같이 보는 상태에서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게 돼 있다"고 의혹 제기를 일축했다. 조 후보자는 2012년 대구지법원장 재직시절 대구시선관위원장을 지냈다.

조 후보자는 또 홍 의원이 "국정원에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전자개표기 해킹을 통해 투표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일 '선관위가 일부 조작은 내부공모자가 있을 경우에 가능하다고 해명하지만 일부 선관위 직원들의 도덕적 수준을 생각하면 내부공모 가능성이 100%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 이렇게 말했는데, 김 대표 말처럼 선관위 직원들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부정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데 대해서도 고개를 저었다.

조 후보자는 "저도 선관위를 담당해 봤지만, 어느 한 사람이 그런 (부정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선거 투표용지라든지 투표함 관리 그런 것을 다 참관인들이 날인을 하고 이렇게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제 생각에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는 '동물을 더이상 물건으로 보지 말자'는 취지의 민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굉장히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찬성 취지를 밝혔다. 이른바 건국절 논란에 대한 질문에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이런 데에 매몰되기보다는 양쪽을 다 조화롭게 하는 게 좋지 않나 저는 그런 생각"이라고 그는 답변했다.

이날 청문회장에서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조 후보자에게 질의하던 도중 "후보자께서 대통령이 되신다면…"이라고 말해 조 후보자와 청문위원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유 의원은 "죄송하다. '대법원장이 되신다면'(이다)"라고 급히 발언을 정정하며 "너무 높여드렸다"고 머쓱한 듯 말했다. 웃음이 그치지 않자 유 의원은 "질문 계속하게 그만 웃어달라"고 주변에 요청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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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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