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서 자유한국당 따라 위성정당 만들면서 몇 석 늘었나"

선거법 개악 저지 정당-시민사회 토론회…"21대 총선서 '촛불 연합' 깨져서 대선 졌다"

"민주당에서 자유한국당 따라 위성정당 만들면서 몇 석 늘었나, 10석 늘었다. 170석이면 못하고 180이면 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있었나. 오히려 170석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았을 것 같다. 같이 힘을 합쳤다면."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

"민주당이 혼자 집권해서 혼자 개혁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촛불 연합을 깼다. 그 결과는 어땠나. 지금이라도 약속 지켜야 하지 않나. 연합 정치 테이블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선거제 개편의 키를 쥔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소수 정당과 시민사회 원로 등으로부터 매서운 질타가 나왔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 국면에서 했던 '정치 개혁' 약속을 뒤로 한 채, 연합정치 구성은커녕 여당을 따라 비례대표제를 병립형으로 회귀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들은 거대 양당 간 밀실 야합을 통한 병립형 회귀는 명백한 퇴행이라며, 이같은 시도를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녹색당 등 원내외 야당들과 전국비상시국회의,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20일 국회에서 '정치개혁과 선거법 개악 저지를 위한 제 정당·시민사회 토론회'를 열고 야권 연합정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한편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에 대한 뜻을 모았다.

민주당에서도 의원 42명이 공동 주최하며 힘을 실었으나, 직접 토론회를 찾은 의원은 강민정‧김상희‧민형배‧우원식‧이탄희‧이학영‧장철민‧허영 의원 등에 그쳤다.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정치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당을 향한 비판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부영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은 이날 토론회을 연 배경에 대해 "국회에서 강자들이 정치개혁의 불씨라고 생각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없애려 할 뿐 아니라 속임수 위성정당을 만들려는 밀실 협상을 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며 "까치, 참새를 죽이고 까치밥까지 먹어치우려는 솔개, 매, 이런 강자들이 덮치는 현실을 국민에게 고발하려는 게 이 토론회"라고 설명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현재 정치 지형에 대해 "거대 양당이 자원을 독식하는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규정하면서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다당제 연합 정치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병립형으로의 회귀는 명백한 퇴행이자 촛불 정신에 대한 배신"이라며 "선거제 퇴행을 막고 정치 본령의 복원을 위해 이 자리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연대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 공동 주최해준 민주당 42명의 의원들이 전선을 공고히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도 "'윤석열 심판'도 중요한 의미이지만 우리 국민은 정권에 대한 심판을 넘어서 한국 사회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묻고 있다"며 "조속한 녹색 전환과 복지국가혁신을 이정표로 세우고 진보세력이 연합정치를 만들어야 하고 협의체 테이블이 즉각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여러 참석자들이 지적한 '병립형 회귀' 의혹에 대해 "실질적으로 퇴행이기 때문에 가지 않으리라 본다"면서도 "다만 1당으로서 욕망, 연합정치에 대한 효능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상황"이라고 민주당의 현 상태에 대해 진단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연합정치의 효능감이 분명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줘야 한다"고 당 지도부 설득 방안을 제안해 달라고 요청해 눈길을 끌었다.

민 의원은 "내년 총선 과정에서 비례대표제 연합공천 틀까지 가야 연합정치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도 "큰 틀에서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지역 정당과 비례 정당의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같은 취지의 주장을 했다. 우 의원은 "민주당이 지역구에 출마하고 제 정당이 합의 가능한 방법을 찾아 비례연합정당으로 힘을 모으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연합정치의 효능감을 민주당이 납득할 수 있게 설득해 달라'는 민주당 측 참석자들의 발언에 대해 다른 참석자들이 반발하는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연합정치의 효능감은 민주당이 잘 안다. 연합하지 않고 단 한 번이라도 대선에서 이긴 적이 있느냐"면서 "연합 공천의 효능감을 또 입증해야 하느냐"고 지적, 민주당 지도부 스스로의 결단을 요청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운영위원장도 "비겁한 말씀"이라면서 "민주당에서 오히려 왜 (연합정치가) 필요한지 설득해주셔야 한다"며 민주당의 역할을 촉구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민주당이 준연동형을 지키고 정치개혁 과제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쉽지 않다 생각한다"면서도 "민주당이 느낄 효능감은 국민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표 계산' 함정이나 정치공학에 빠지지 않고 국민 신뢰를 얻는 것만큼 중요한 효능감이 없다"고 부연했다.

▲지난 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 등 진보4당과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관계자들이 대표성과 비례성을 보장하는 선거제 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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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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