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시진핑과 '3분 대화'…대통령실 "한중정상 개최, 장담 못해"

한일정상회담에선 "이스라엘 체류민 귀국에 한일 상호 도움, 평가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실이 "장담 못 한다"고 부정적 기류를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다만 이날 현지에서 시 주석과 만나 약 3분간 웃으며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16일(미 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APEC 1세션 회의 시작 직전 회의장에서 시 주석과 만나 악수를 나눴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후 약 1년 만에 다시 만나게 돼 반갑다는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이번 APEC 계기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며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한덕수 총리를 잘 맞아주고 환대해줘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시 총리는 이에 "한 총리와 멋진 회담을 했다"며 "(APEC에서도) 좋은 성과를 확신한다. 이를 위해 한중이 서로 협력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 간의 대화 시간은 약 3분간으로, 북러 군사협력이나 한반도 안보 관련 등 내용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번 APEC 정상회의 계기에 시 주석과의 양자 회담도 가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현지 프레스룸 브리핑에서 "(미국 체재 일정이) 내일 하루 남아 있는데 한중정상회담은 논의 중"이라며 "그러나 양국 정상 일정이 지금 빽빽한 관계로 실제로 이뤄질지 장담 못 한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한중정상회담 성사 가능성과 관련해 "중국이 우선 미국과의 회담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 뒤, 가용 시간에 어떤 나라와 얼마나 컴팩트하게 회담하고 돌아갈지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 이후 일본과 짧은 회담을 했다"며 "(한중) 양국이 전략적 판단을 통해 회담하고 돌아가는 것이 좋을지 판단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정상회담 개최…尹 "올해 벌써 7차례, 한일관계 아주 긍정적 흐름"

윤 대통령은 이날 앞서 가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대신과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과학기술 등 다면적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G20 정상회의 이후에 두 달 만에 후미오 총리를 다시 뵙게 돼 반갑다"며 "올해 벌써 7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신뢰를 공고히 하고, 한일관계 흐름을 아주 긍정적으로 이어나가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정상을 비롯한 각계각급에서 교류가 활성화되고 정부 간 협의체가 복원돼서 양국 간 협력이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상반기 안보정책협의회, 경제안보대화에 이어서 지난달 외교차관 전략대화까지 재개되면서 지난 3월 방일시 합의한 모든 정부 간 협의체가 이제 100% 복원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고위경제협의회 개최를 포함해 각 분야에서 양국이 긴밀히 소통할 수 있도록 후미오 총리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에 대해 "중동 정세를 비롯해 세계 정세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에서의 자국민 출국과 관련해 일본과 한국 간에 긴밀한 협력이 이뤄진 것은 굉장히 마음 든든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그간 윤 대통령과 함께 추진해온 정치, 안전보장,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양국 협력을 더 전진시키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양 정상은 양국 간 인적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높이 평가했고, 한일 미래세대 간 유학, 인턴십, 취업 등 교류 확대를 위해 당국 간에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며 "양 정상은 '글로벌 사우스' 대응을 포함한 글로벌 과제에 관해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회담 성과를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또한 "내년부터 한미일 3국이 유엔 안보리 이사국에서 함께 활동하게 되는 만큼 북한·우크라이나 문제 등 주요 안보현안에 관해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 기반해 3국 간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나아가 한미일 3국 차원에서 첨단 과학기술 분야를 포함한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고 부연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APEC 연설서 "기후위기, 가장 시급한 과제"…부산엑스포 유치도 '어필'

윤 대통령은 또 이날 APEC 정상회의 세션1 연설을 통해 "기후위기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극복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기후위기의 극복을 위해서는 세계 GDP의 약 60%를 차지하는 APEC의 역할과 책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청정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APEC 회원국들과 함께 추진하고자 한다"며 "대한민국은 무탄소 에너지 활용 확산에 앞장설 것이고, APEC 회원국들과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은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지능형 교통시스템과 같은 스마트 모빌리티의 확산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역내 회원국 전반으로 스마트 모빌리티가 확산되도록 APEC 차원에서 특별 이니셔티브를 수립하고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다 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녹색해운 항로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 대한민국은 친환경 해운 솔루션을 통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아태 지역 각지의 녹색 항구를 촘촘하게 연결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한편 "대한민국은 기후격차 해소를 위해 책임있게 기여해 나갈 것"이라며 "올해 약속한 녹색기후기금(GCF)에 대한 3억불 공여는 기후취약국 지원을 위한 연대의 의지"라고 강조하면서 "APEC 기후센터를 통해 기후대응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아태국가들이 자체적인 기후적응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APEC 기후센터가 위치한 부산은 아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관문으로, 기후위기를 비롯한 당면 솔루션을 모색하는 연대와 협력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연설이지만, 2030 세계박람회 유치를 추진 중인 부산을 슬쩍 언급하며 회원국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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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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