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대만과 반드시 통일"에 바이든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

공동성명·공동 기자회견 없고 대만 등 민감한 사안 언급됐지만…군사대화 재개·펜타닐 단속 합의 등 성과도

지난해 발리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양자회담 이후 1년 여 만에 다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대만 문제를 비롯해 민감한 사안을 언급했지만, 군사회담 재개 및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단속 등에 합의하며 대화 지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5일(현지시각) 양 정상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계기 회담 갖고 현안을 논의했다. 회담 이후 가진 단독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이 "생산적이고 건설적"이었다며, 특히 펜타닐과 관련한 합의가 "생명을 구할 것"이라면서 시진핑 주석의 약속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최근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의 오‧남용으로 인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중국이 중국에서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을 막기 위해 펜타닐 원료를 제조하는 화학회사를 직접 단속하기로 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의 모두발언에서도 펜타닐 관련 문제를 언급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회담 모두발언에서 그는 "기후 변화에서 마약 퇴치, 인공 지능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직면한 중대한 전 세계적 도전들은 우리의 공동 노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회담에서 미국 측은 대만 문제와 관련한 이야기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방송 CNN은 미국 관리를 인용, 회담에서 미국이 중국에 내년 1월에 있을 대만 대통령 선거의 선거 절차를 존중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우리가 하나의 중국 정책이라는 합의를 유지한다고 했다"며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 15일(현지시각) 조 바이든(오른쪽에서 두 번째)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맨 왼쪽) 중국 국가 주석이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우드사이드 인근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APEC 정상회의 계기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의 회담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약 1년 만이다. ⓒAP=연합뉴스

이와 관련 시진핑 주석은 "대만 문제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깊이 있게 설명하면서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보도했다.

신문은 시 주석이 "중국은 발리 회담에서 나온 미국 측의 적극적인 태도를 중시한다"며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 대만 무장 중단과 중국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해야 한다.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에 구금된 미국 시민과 인권 문제, '남중국해에서의 강압적 행위'와 관련된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금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이름을 시 주석에게 전했다며 "우리는 그들이 석방되길 바란다"면서도 "이에 대한 (미중 간) 합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 주석에게 신장, 티베트, 홍콩 등에서 중국의 '인권 유린'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측은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의 보편성과 모든 국가가 그들의 국제 인권 약속을 존중해야 할 책임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별다른 언급 없이 자국에 대한 미국 제재를 문제 삼았다. 그는 "미국이 수출 통제, 투자 심사, 일방적 제재 등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계속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인민일보>가 전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과학기술을 억압하는 것은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중국 인민의 발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의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일방적인 제재를 해제하고, 중국 기업에 공정하며 비차별적인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 모두발언에서 "양국의 경쟁이 갈등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이를 합리적으로 잘 관리해왔다"며 "이것이 미국이 원하는 것이고 전 세계와 우리 국가 모두가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 15일(현지시각)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우드사이드 인근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APEC 정상회의 계기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전 양 정상이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 주석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국 관계인 중-미 관계는 한 세기 동안 볼 수 없었던 세계적 변화의 넓은 맥락에서 인식되고 구상되어야 한다"며 "두 국가의 인민들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인류의 진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50여 년 간 중미 관계는 결코 순조로운 항해를 한 적이 없으며, 항상 이런저런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우여곡절 속에서 계속 전진해 왔다"며 "중국과 미국처럼 큰 두 나라가 서로 등을 돌리는 것은 선택이 아니다. 한쪽이 다른 쪽을 바꾸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갈등과 대립은 양쪽 모두에게 견디기 어려운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구는 두 나라가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크고, 한 나라의 성공은 다른 나라의 기회"라며 "중국과 미국은 역사, 문화, 사회제도, 발전 경로 등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로 존중하고 평화공존하며 상생협력을 추구하는 한, 이견을 극복하고 양국이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이후 "우리는 개방적이고, 명확하고,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가졌다"며 "어느 한 쪽의 중대한 계산 착오는 중국 또는 다른 주요 국가들에게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 책임은 갈등을 초래하지 않고 합리적이고 관리 가능하도록 (양국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것, 서로의 이익과 미국인들의 이익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며 향후 중국과 관계에 대한 전망을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거나 대체할 계획이 없으며, 미국도 중국의 생각을 압박하거나 저지할 필요가 없다"며 △올바른 인식의 공동 수립 △이견의 효과적 통제 △상호 이익과 협력 공동 추진 △대국의 책임을 함께 지는 것 △인문 교류 공동 촉진 등의 5가지 기둥을 함께 쌓아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양국 정상은 10년 동안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미중 공동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국기후 특사가 최근 전개한 적극적인 논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유엔 기후변화 두바이 회의(COP28)의 성공 추진, 구체적인 기후 행동을 가속화하기 위한 중미 '2120년대 강화 행동 워킹그룹' 가동 등을 예로 들었다.

▲ 15일(현지시각)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우드사이드 인근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APEC 정상회의 계기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이 인근 지역을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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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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