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국제적 위상에 손상 입힐 수 있어"

이스라엘과 국제여론 사이에서 곤란한 미국…블링컨 장관, 팔레스타인 상황 고통스럽게 생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필요하다면 전 세계와 맞서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이 이스라엘을 계속 지지하면 국제적 위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각)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아랍의 지도자들과 분석가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변함없는 지지가 미국이 (가자지구의) 난민 수용소, 병원, 아파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수용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아랍 지역, 더 나아가 다른 지역에서도 미국의 위상에 지속적인 손상을 입힐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실제 이러한 불만이 아랍권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며, 미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갈등에서 "휴전"보다는 "일시적 교전 중단"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이 군인이 아닌 민간인에 대한 지속적인 폭력이라는 비난이 나온다고 전했다.

아이만 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은 수도 암만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온 지역이 앞으로 다가올 '증오의 바다'로 가라앉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노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미국과 우리 모두는 이 재앙을 끝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해 미국이 휴전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압바스 이브라힘 전 레바논 안보사령관은 "미국인들이 지금 하고 있는 정책은 미국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세계에서 적어도 13억 명의 사람들이 그들을 싫어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무슬림에 그치지 않을 것이고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슬람 교인이 다수인 말레이시아에서도 총리가 나서서 이스라엘의 군사 행위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지난달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집회에서 가자에 대한 침공은 "야만의 극치"라고 비난했고, 미 하원이 하마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막겠다며 통과시킨 '하마스 국제재정지원 방지법'에 대해서도 "우리는 유엔 회원국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만을 인정한다"며 하마스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아랍권뿐만 아니라 서방에서도 미국의 대응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신문은 지난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외무장관 회의에서 미국의 상황 처리에 대한 논쟁적 대화가 오갔다면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휴전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실제 휴전을 요구하며 미국과 다른 입장을 내기도 했다.

신문은 "전 세계적으로 항의 시위가 불붙고, 일부 국가들이 항의의 뜻으로 이스라엘 주재 대사를 철수시키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대해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신문은 "미국에 대한 분노는 러시아와 중국에게 스스로를 팔레스타인의 수호자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개발도상국에서 미지를 높이고, 선전 매체를 이용해 미국과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의 행동 간 연관성을 증폭시켰다"며 미국이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 등이 그 틈을 파고들어 국제사회의 지지세를 넓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미 분열된 상황에서 가자지구 사태는 서방 국가들이 중동의 비백인 이슬람교도들보다 백인 기독교인 우크라이나인들의 죽음에 더 신경을 쓴다고 생각하게 한다"며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의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당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이중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0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 방문을 마치고 전용기에 오르기 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정세 속에 바이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와 가자지구의 급격한 민간인 피해 사이에서 그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인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관리들은 하마스 최고 지도부가 제거되면서 상황이 신속히 종식될 경우 이스라엘의 대응이 미국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폭격 작전이 지상 작전으로 대체됨에 따라, 의도치 않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도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정부 관리들을 인용, 블링컨 장관이 고위 외교관들과 비공개로 가진 회담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사진을 보는 것에 대해 고통스럽다는 심경을 표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블링컨 장관이 지난주 중동과 아시아 지역을 순방하면서 이스라엘 상황에 대한 어조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10일 뉴델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지난 몇 주 동안 너무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고통을 받았다"며 "우리는 피해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났을 때도 수용소 폭격으로 수십명의 난민이 사망하고 식량과 물 공급이 중단되고 통신이 끊기는 등의 상황이 일주일 더 이어지면 안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블링컨 장관이 중동 지역을 방문하는 동안 이스라엘은 미국에 아랍 국가들에 대한 압력을 넣어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아랍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이 인도주의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지 않으면 자국 국민들의 분노가 확산될 것이라며 미국의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관료들은 전쟁이 길어지면서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을 과격하게 만들고 지역 전쟁 가능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도움이 필요한 순간 동맹국에 대한 지지를 거부하는 것으로 비춰지길 원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있어 복잡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신문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가장 큰 군사 지원국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공격을 중단할 지렛대가 있다는 것도 분명하지 않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의 목표를 완수할 수 있는 충분한 무기고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는 미국의 군사 지원이 즉시 중단되더라도 이스라엘이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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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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