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새 하원의장 후보 뽑았지만 당내 분열로 본회의 투표 연기

사상 초유의 하원의장 축출에 여전한 혼란…바이든의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 가능할까

역사상 처음으로 의장을 해임시킨 미 하원이 여전히 후임자를 결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묶어 의회 통과를 추진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구상이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11일(이하 현지시각)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비공개 회의를 통해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원내대표를 새 하원의장 후보로 선정했으나, 실제 선출을 위한 본회의는 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이 후보를 결정했음에도 바로 본회의를 추진하지 못한 데에는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이 가결됐을 때처럼 공화당 내에서 이탈표가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은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회의 이후 투표에서 113표를 얻어 99표를 받은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을 근소하게 앞섰다고 밝혔다. 조던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현재 하원 의석은 공화당이 221석, 민주당이 212석을 차지하고 있다. 신임 하원의장 선거에서 민주당 의원 모두가 반대할 경우 공화당에서 5명만 이탈해도 공화당 후보가 하원의장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 지난 1월 매카시 전 의장이 하원의장에 선출됐을 때도 나흘 간 15번의 투표를 거치는 등 상당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이에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당내 투표에서 과반을 살짝 넘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하원의장 선출을 바로 시작한다면, 최종 의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여기에 공화당 내에서 스컬리스 원내대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문제다. 우선 경쟁자였던 조던 위원장의 경우,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에 스컬리스 원내대표를 지지할지에 대해 언급하길 거부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또 조던 위원장을 지지했던 보수 강경 그룹 역시 스컬리스 지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최소한 12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스컬리스 의장 지지를 거부했다"며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는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매카시 전 의장의 연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덤 코커스는 공화당 내 극우적 성향을 보이는 강경파로 분류된다.

신문은 "강경파 의원들은 어떠한 단기 지출 법안도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이들을 설득하는 작업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 11일(현지시각) 새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공화당 내 투표에서 승리한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투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스컬리스 원내대표의 과거 행적도 향후 의장 선거 결과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신문은 매카시 의장 축출에 표를 던진 낸시 메이스 의원이 스컬리스 원내대표에게 투표하지 않았다면서, 그가 백인 우월주의 집회에서 연설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메이스 의원은 "지금 이스라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감안할 때 인종이든 종교든 분열을 일으키는 어떤 사람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문에 따르면 중도적인 경향을 보이는 다른 공화당 의원들도 스컬리스 원내대표의 행적에 대해 비슷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공화당 내부의) 이러한 교착상태는 패트릭 맥헨리 임시 하원의장이 본회의를 휴회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며 "의장 선출에 대한 명확한 방안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11일 저녁 본회의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퍼졌고 결국 하원은 휴회했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신문은 "매카시 전 의장의 축출 이후 (공화당 내에서) 감정이 격앙되고 분열이 깊어졌다"며 켈리 암스트롱 의원은 "지난주에 혼란을 가져왔던 문제들이 마법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지금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 내 상황에 대해 더스티 존슨 의원은 "나는 실용주의자다. 어떤 협상에서도 내가 원하는 것을 다 얻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하는데,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며 "공화당 하원을 통치하기란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아주 근소한 차이를 보이지만 거의 매주 거의 모든 안건에 대해 찬성하는 것이 어려운 의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새 하원의장 선출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하마스와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한 어떠한 법안도 고려하지 못했고, 정부의 잠재적 폐쇄를 피하기 위한 어떠한 세출 법안도 통과시키지도 못한 채, 본회의장을 사실상 정지 상태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공화당에서 반대가 많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초당적 지지가 가능한 이스라엘 지원을 묶어 우크라이나를 신속하게 지원하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지원을 위한 추가적인 재원 마련과 관련해 의회와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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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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