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크라 지원 중단? 초유의 하원의장 축출에 목소리 커지는 공화당 강경파

백악관 "지원, 의회 상황 상관없이 실시"한다지만…"의회 승인 없으면 두 달 안에 바닥 드러날 것" 우려

미국 하원 의회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이 승인되지 않은 가운데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이 통과되는 등 미 의회가 혼란에 빠지면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ABC> 방송은 지난주 미 하원의 2024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정부가 요청한 24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임시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런 가운데 매카시 의장이 업무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 속에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의 지원은 미 의회의 상황 변화와는 상관없이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현 상황에서 의회의 추가 지원 승인과 같은 진전이 없다면 지원 자금이 두 달 안에 바닥을 보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커비 조정관은 "정확한 시간은 앞으로 몇 주 동안의 전장 상황과 우크라이나의 (지원) 필요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려있다"며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지원의 수준과 관련, 백악관은 2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의 수요를 "조금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러한 상황에서도"하원 지도부 모두가 우크라이나를 계속 돕는 것을 지지하며 공화당 하원의원 대다수도 마찬가지"라며 "소수의 목소리 큰 의원들이 이를 반대하고 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당을 대표하지도 않고 지도부를 대변하지도 않는다"고 말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현 상황과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동맹국 정상들과 통화를 가졌다면서 "외국 정상들 중 누구도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았다. 그들은 (미국) 의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커비 조정관은 "그들(동맹국 정상)은 이것(우크라이나 지원)을 저지하고 있는 것은 소수의 극단적인 공화당원들이라는 것과 공화당 지도부인 상하원 모두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케빈 매카시(왼쪽) 미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이 가결되면서 미 의회가 혼란에 빠지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 맷 가에츠(오른쪽) 의원을 포함해 강경파 의원들이 매카시 의장 해임에 앞장섰다. ⓒAFP=연합뉴스

미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실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3일 미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의 매카시 의장은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지원예산을 통과시키는 대신 자신들의 국경안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미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통과 여부는 향후 공화당 내 분위기와 하원의장 선출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매카시 의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 통과 이후 후임 하원의장으로 거론되는 인물들 중 "일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강하게 찬성하고 다른 일부는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하원의 변화가 예고된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트럼프에 반대하면서 전통적인 공화당 성향을 가지고 있는 비영리단체인 '디펜딩 데모크라시 투게더'(Defending Democracy Together)가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 차기 하원의장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관점에 차이가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해당 단체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매우 찬성하면 A, 극단적으로 반대하면 F로 상정하고 의원들을 A부터 F까지 6단계로 분류했다.

그 결과 톰 에머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A등급인 것으로 전해졌고 하원 원내 총무를 맡고 있는 스티브 스컬리스의 경우 B등급, 매카시 하원의장의 해임에 동의한 공화당 강경 보수파인 맷 가에츠 의원은 F등급으로 분류됐다. 가에츠 의원은 스컬리스 의원을 지지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이밖에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과 공화당 내에서 강경파로 꼽히는 바이런 도널드 의원 역시 F등급으로 분류됐다.

이에 공화당 강경파가 하원의장이 되거나 이들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 하원의장으로 선출될 경우, 미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상당 부분 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통신은 "누가 매카시의 뒤를 이을 것인지 즉각적인 징후는 없지만, 다음 의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제안이 하원에 도착하기 전에 더 많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시킬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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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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