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캘리포니아주 패스트푸드 최저시급 20달러, 미 최고수준인 이유는?

뉴섬 주지사 "노동자들 기여와 희생에 보답"…2024년 대통령 선거 출마 행보?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패스트푸드 업체 노동자들의 최저시급이 20달러(한화 약 26000원)로 결정됐다. 이는 미국 전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28일(현지시각) <AP> 통신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2024년 4월 1일부터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 노동자들의 최저시급을 시간당 20달러로 인상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노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해당 법안에 서명한 뉴섬 주지사는 패스트푸드점에서의 노동이 10대들이 처음 노동을 경험하는 일자리라는 일반적인 견해에 대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낭만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10대들만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뉴섬 주지사는 이번 최저시급 인상이 "(노동자들의) 기여와 희생에 보답하고 산업을 안정시킬 기회를 갖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관련 통신은 이번 시급 인상의 대가로 노동조합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독립적인 지점 운영자들의 악행에 대해 패스트푸드 회사들이 책임을 지도록 하려는 시도를 포기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 시도가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을 뒤엎을 수도 있는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번 인상으로 캘리포니아주의 패스트푸드점 노동자들은 업계에서 가장 높은 기본급을 보장받게 됐다. 미국 노동 통계국에 따르면 현재 캘리포니아주 패스트푸드점 노동자들은 시급 16.6 달러를 받아 연간 3만 4000달러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는 캘리포니아 공공정책연구소와 스탠포드대학의 빈곤과 평등 센터가 산출한 4인 가족에 대한 캘리포니아 빈곤 측정지수보다 낮은 수치다.

이번 최저시급 인상 법안에는 이후 시급 인상에 대한 절차도 마련됐다. 우선 법안에 따라 시급 인상 권한을 가질 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며, 이들은 △2029년까지 매년 3.5% 또는 △도시 임금 노동자와 사무직 노자를 대상으로 한 미국 소비자 물가 지수의 평균치 변화 중 낮은 수치로 시급을 인상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이번 최저시급 인상 결정을 두고 통신은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에서 그들의 임금과 노동 조건을 개선하고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일해 온 노동조합의 힘과 영향력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통신은 "패스트푸드점 노동력의 대부분이 저소득 가구의 주요 소득원이라는 점을 캘리포니아주의 민주당 지도부가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 28일(현지시각) 로스엔젤레스에서 개빈 뉴섬(가운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패스트푸드점 노동자들의 최저 시급을 20달러까지 인상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노동자들을 포함한 지지자들이 이에 환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번 패스트푸드점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이 또 다른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패스트푸드점 외에 캘리포니아 주의 다른 노동자들의 최저시급인 시간당 15.5 달러 역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이들의 임금 인상이 다른 업계의 인상 욕구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이달 초 의료종사자들의 최저임금을 향후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간당 25달러로 인상하는 별개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의사나 간호사 외에 의료 인력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며, 병원이나 투석 클리닉 또는 그 밖의 의료시설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 적용될 예정이다.

그런데 뉴섬 주지사가 이번에도 이 법안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통신은 그가 법안에 서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통신은 뉴섬 주지사가 망설이는 이유를 두고 "많은 병원들의 주된 수입원인 주정부의 메디케이드 프로그램 때문에 문제가 복잡하다. 주 정부는 임금인상으로 주 정부가 의료제공자들에게 지급하는 지급액이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며 재정 조달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통신은 뉴섬 주지사의 이날 법안 서명 행사가 27일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두 번째 TV 토론이 있었던 바로 다음날에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들의 토론은 캘리포니아 주 시미 밸리에 위치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열렸다.

통신은 뉴섬 주지사가 대통령 출마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면서도 총기 및 낙태에 대한 보수적인 입장을 비판하기 위해 미 전역을 다니고 있다면서, 그의 앞에 놓여진 수백 개의 법안에 대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는 그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야망의 렌즈'를 통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섬 주지사는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대신할 수 있는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캘리포니아주 주지사 재선에 도전할 당시 플로리다 주에서 공화당의 정책을 비판하는 TV 광고를 내기도 했는데, 이에 대통령 선거 등 보다 큰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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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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