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춘 野 비명계…조응천마저 "이재명 체제로 총선"

지도부 사퇴론도 힘 빠져…계파갈등 봉합 수순? 공은 李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받아내며 확고한 야당 지도자로 복귀한 가운데, 이 대표에 대한 당내 비판세력인 비명(非이재명)계도 일부 전향적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를 것이라는 전망을 받아들이는가 하면,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개인 소신으로는 유지할지언정 당분간 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주장하지는 않겠다는 취지의 얘기도 나왔다.

이 대표와 친명계가 이들에 대한 포용과 당 통합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최소한 12월 정기국회 종료시까지는 당내 계파갈등이 침잠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당 지도부는 내분 수습 방안에 대해 즉각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추석 연휴가 지나고 자연스럽게 준비하게 될 것"(박성준 대변인)이라고만 했다.

조응천 "민주당 몸 가벼워져…검찰 수사 무도함 입증됐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27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우리는 방탄에 대해서는 조금 몸이 가벼워졌다"며 "이 상태에서 제대로 정책정당으로서 민생을 얘기하고 경제를 얘기하고 여당의 실정에 대해서 싸우는 게 국민의 신망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현 국면을 평가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의 그간 대응이) 과도한 '방탄 집착'이라는 것이 이번 영장 기각으로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본다"면서도 "검찰 수사의 무도함이 입증됐다"고도 했다.

특히 조 의원은 라디오 진행자가 '내년 총선까지 이재명 대표 체제로 총선이 치러진다고 보느냐'고 물은 데 대해 "거의 그렇게는 봐야 되는데 법원 쪽에서 변수는 있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표의 재판 결과가 총선 전에 나오는 것이 변수라는 취지의 말인데, 이는 뒤집으면 법원 유죄판결이 아닌 한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조 의원은 다만 당 지도부에 대해 "(지도부가) 친명 일색으로 됐지만 어쨌든 이제는 조금 폭넓게, '누구는 안 된다'는 뺄셈의 정치보다는 통합의 정치로 가야 되고, 개딸만 추종하는 팬덤정당을 이제 끊어내야 한다. 이번에 그게 더 심화됐다"고 제언했다.

그는 "우리 민주당이 원래 어떤 정당이었나.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게 지금은 까마득하지 않느냐"며 "원래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 재창당의 각오로 당내 통합, 일대 혁신 계기로 삼아야지 '누구를 색출한다', '누구를 찍어서 골라낸다' 이것은 여당이 아주 좋아할 일"이라고 친명계의 '가결투표자 색출·징계' 움직임을 비판했다. 그는 "어쨌든 기각이 됐으니까 친명 쪽에서 많이 안정을 찾았으리라고 본다"며 "그러면 통합을 위해서 좀더 노력을 해주셔야지, 마녀사냥 들어가면 더 힘들어진다"고 했다.

김종민 "부결시켰으면 검찰 대신 국민과 싸웠을 것"

김종민 의원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앞으로 이 대표가 당 대표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될지 좀 주문을 드리자면, 이제 정치와 사법을 분리해야 될 때가 왔다고 본다"며 "이 대표께서 '전쟁이 아니라 정치로 가야 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그 말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가 지난 21일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 '통합적 당 운영'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던 일을 거론하며 "이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하고 정치인으로서 앞으로 미래를 본다면 당연히 살아있는 메시지가 돼야 한다. 그것은 기각이 됐든 구속이 됐든 그 결과와 관계없이 원래 당 대표가 취해야 될 자세"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거꾸로 생각해 보면, 만약 그때 똘똘 뭉쳐서 만장일치로 부결을 시켰다면 우리가 검찰로부터는 좀 해방됐겠지만 많은 국민들하고 싸워야 되는 상황으로 총선까지 갔을 것"이라며 "이것은 제가 보기에는 옳지 않은 길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렇게 법원의 판단, 양쪽 기록을 다 본 중립기관의 판단을 구해보는 게 이 지리한 싸움을 정리정돈하는 데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이라고 영장실질심사가 오히려 이 대표에게 호재로 작용한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도망 다닌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 방탄 정당을 한다' 이런 국민 불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또 '이 대표가 2선 후퇴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나'라는 취지의 질문에 "저는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그 생각"이라면서도 "의원들이 한 100명 동조하거나 당원 과반수가 동조하면 얘기가 될 수 있는데, 동조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렇다면 당대표 본인이 한 번 판단을 해야 된다. 그래서 '내가 책임지고 하는 게 더 낫겠다' 하면 책임지고 가서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고, 도저히 사법 문제로 발목이 잡혀서 매주 재판을 나가고 하니 총선에서 당에 안 좋겠다 싶으면 새로운 판단을 한 번 고민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건 전적으로 이 대표의 숙제"라고 사실상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이상민 "李 대표직 사임해야 한다는 생각 여전, 그러나 지금 '물러나라' 하면 돌팔매 맞을 것"

5선 중진 이상민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당에 악영향을 받(게 하)지 않도록 이 대표가 당 대표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고 가능하면 빨리 대표직을 사임하는 게 적절하다는 생각은 이번 영장 기각과는 관계없이 여전(하다)"이라고 하면서도 "저의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고 또 소수 의견", "영장이 기각돼서 당내 분위기는 오히려 이 대표가 더 날개를 단 상황인데 지금 '당 대표 물러나라' 하면 돌팔매를 맞을 것"이라고 수위 조절을 시사했다.

이상민 의원은 "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에 제가 그 얘기(사퇴 촉구)를 하면 머쓱하다"며 "그러나 그런 생각은 이론적으로나 전략적으로 저는 갖고 있다"고 했다.

이상민 의원은 현 상황에 대해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해서 당에 여러 가지 파열음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을 극복하고 또 영장 기각이 된 것은 당으로서는 굉장히 좋은 신호"라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그러니까 이제 이런 것들을 잘 수습하고, 또 홍익표 원내대표가 새로이 취임했기 때문에 대여 전략이나 정책·법안들을 차곡차곡 함으로써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원욱 "가결투표 의원들 덕에 방탄 프레임 벗어나…징계? 표창 줘야"

이원욱 의원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결, 무효, 기권표를 던진 사람들이 39명 정도"라며 "그 분들은 구속되라고 한 게 아니고, 방탕정당 프레임을 벗어나야 되니까 일단 가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라(고 한 것)"이라고 방어적 자세를 취했다.

이원욱 의원은 "어찌됐든 이번에 가결(투표)한 의원들 덕분에 민주당은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만약에 벗어나지 못했다면 이게 내년 총선까지 계속 끝까지 물고 늘어질 문제인데 그것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아주 공이 크다. 오히려 가결파 의원들 중에서 일부 (표결 내용이) 밝혀진 의원들이 몇 분 계시는데, 그 분들에 대해서는 표창을 줘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원욱 의원은 "방탄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는 것을 극복시켜준 의원들"이라며 이같이 주장하고 "불체포특권을 포기한 것이 거의 당론과 가까웠는데 오히려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은 당론을 준수했다"고 지적했다. 지도부·친명계의 징계 추진 움직임에 대해선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꼬집었다.

이원욱 의원은 당 운영과 관련, 이재명 지도부에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여태까지 개딸 등 강성 팬덤들에 엮어서 한 마디만 이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 전부 '수박'이 돼버리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그래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당은 결국 이재명 사당화가 되고 그러면 국민들로부터 버림받게 될 것라는 것이 저희들 주장"이라며 "지금 중요한 건 당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혁신할 것인가이고, 그 중 핵심은 개딸 등 강성 팬덤과 어떻게 결별할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앞으로 더 이상 구속 가능성도 없어졌으니까 당장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 사퇴해야 된다고 요구하고 싶다"며 "이제 민주당은 개딸의 정당이 아니고 국민의 정당이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올바른 당 대표로서의 모습"이라고 촉구했다.

제안 내용은 상당히 비판적이지만, 형식은 결국 '이재명 지도부가 당을 이렇게 혁신해 달라'는 틀 안에 있다는 점에서 이재명 지도부 퇴진을 요구했던 종전 비명계의 자세와는 상당히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내표와 의원들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李대표, 영장 기각 전의 일은 말하지 말아야"

이같은 비명계 분위기와는 별개로, 이 대표에게 줄곧 우호적 입장을 취했던 당 원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통합'을 주문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권에 대항하기 위해서 반윤, 범진보 세력의 단결을 해나가야 된다"며 "일부 당에서 얘기하는 소위 '찬성파 의원들을 색출해서 징계를 한다' 이런 것은 지양돼야 한다. 통합해야 되고 단결해야 한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 등 지도부 내에서도 해당행위에 대한 상응조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라는 추가 질문에 대해 "그건 영장 기각되기 전의 일"이라며 "(가결표를 던진) 일부 의원들은 멍텅구리이고 바보이고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분들도 가까운 분들이지 국민의힘처럼 먼 분들이 아니지 않느냐. 다름을 인정해서 이 대표가 통합, 단결, 승리의 길로 가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 전의 일은 말하지 말아야 된다"고 조언했다.

박 전 원장은 "아울러서 이 대표는 소위 강성 지지세력에 대해서 조금 더 자제를 요구해야 된다. 자제를 시켜야 된다"며 "(그래야) 이재명 리더십은 공고해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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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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