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인사'에 이종찬 한탄 "헌법전문 읽고 청문회 나오는 분이 없어"

'건국절' 논란, 대법원장·국무위원 후보자 직격…"이승만도 '민국은 기미년 시작' 말해"

이종찬 광복회장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와 유인촌·신원식 장관 후보자 등 '1948년 건국'을 주장하는 공직후보자들에 대해 "헌법 전문(前文)을 읽고 청문회에 나오는 분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25일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 헌법 전문에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나와 있다"며 "헌법 한 번쯤은 읽고 청문회를 하셔야 할 텐데 헌법도 모르고 청문회를 하는 상황에 놀랄 정도"라고 했다.

앞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건국 시점을 1948년 8월 15일로 답변했다가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고 답변을 정정했다. (☞관련 기사 : 이균용 '1948 건국절' 논란에 "그때 '정부수립'으로 이해, 수용하겠다")

신원식 국방장관 후보자는 25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역시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인식을 밝혔다. (☞관련 기사 : 신원식 "민주화로 빈부격차 확대", "건국은 1948년", "5.16에 혁명적 요소"…논란 답변 퍼레이드)

이 광복회장은 이에 대해 "헌법 전문을 이해 못 하니 '건국절'을 얘기하게 되는 것"이라며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이는 우리는 반만 년 역사를 가진 문화민족이란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1948년에 건국했으면 '유구한 역사'는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이 회장은 "3.1 독립선언서를 봐도 제일 나중에 '조선 건국 4252년'이라고 쓰여 있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도 '건국'이란 얘기는 안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제헌국회 당시) 국회 개회사에서 '민국은 오늘 수립한 것이 아니요 29년 전 기미년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기미년에 시작해 오늘은 민국이 부활하는 날'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이라고 하는 것은 그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의 제헌국회 개회사 "기미년에 서울에서 수립된 민국 임시정부의 계승에서 이날이 29년만에 민국의 부활일임을 우리는 이에 공포하며 민국 연호는 기미년에서 기산할 것"이라는 대목을 근거로 '건국론'을 비판한 것이다.

이 회장은 그밖에도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도 "1910년 8월 22일(경술국치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일본제국 간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은 이미 무효"라고 돼있는 점, 이승만이 미국에서 독립 활동을 하며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규를 지키라'는 논리를 편 점, 특히 이승만이 1919년 임시정부 대통령 자격으로 일본 국왕에게 서한을 보내 독립을 요구한 점 등을 '1948년 건국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모순점으로 꼽았다.

이 회장은 "문재인 정부는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건국은 (1919년으로부터) 4252년 전에 이미 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 이야기도 안 맞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이날 공개했다. 이 회장은 서한에서 지난 2008년 당시 유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문화부 장관으로서 '건국 60주년' 행사를 준비했을 때 당시 광복회가 건국훈장 반납 등을 결의하며 격렬히 반발했던 일과, 이에 유 당시 장관이 광복회를 찾아와 유감을 표했던 일을 언급하며 "이전 정부에서 '1948년 건국'에 대해 사과하고 임시정부의 법통을 확실히 하신 점에 유의하면서 인사청문회에서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 회장은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결정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만약에 우리가 홍범도 장군을 공산주의자라고 배척한다면 카자흐스탄 50만 동포를 우리가 다 배척해야 된다"며 "그런 어리석은 짓을 왜 해야 하는가. 이제 다 우리 가슴에 품어야 한다. 그래야 통일이 될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1920년 10월 미국 <뉴욕트리뷴>지 기사에 '한인 독립투쟁가들이 볼셰비키와 손잡은 것은 공산주의 신조 때문이 아니라 일본으로부터 한국을 해방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된 것을 소개하며 "홍범도 장군을 공산당이라고 뒤집어씌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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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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