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안 가결된 이재명, 영장심사에서 기사회생할까?

[전망] 민주당 리더십 위기…비명계, '일단 영장심사 결과 보자' 신중 분위기

단식농성 중 쓰러져 입원한 제1야당 대표, 입원 2시간 만에 검찰은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무부 장관은 "잡범" 운운하며 야당을 수 차례 도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168석 과반 의석을 가진 제1야당 대표에 대해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병상에서 '부결시켜 달라'고 자당 의원들에게 호소문까지 냈음에도.

21일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것은, 이같은 상황을 놓고 볼 때 여러 모로 예상 밖의 일이다. 이 대표의 정치 리더십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당 안팎에서는 무엇보다 표결 전날 SNS에 '부결 요청' 메시지를 낸 것을 이 대표의 패착으로 꼽고 있다.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당시 "저에 대한 정치수사에 대해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입장을 뒤집으면서 '말 바꾸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전날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 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검찰 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세워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최소 30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대거 반란표를 던지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과 권위는 땅에 떨어진 셈이 됐다.

이 대표가 생명을 걸고 22일째 이어오고 있는 단식도 애초부터 요구사항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던 가운데, 전날 '부결 요청' 메시지 한 번에 '방탄 단식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가 특히 여권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고 일정한 호응도 얻고 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전날 이 대표의 SNS 글을 놓고 "단식 때문에 동정론이 좀 일었는데 그게 지금 와장창 깨졌다"며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도 이날 "역풍이 생각보다 상당한 걸로 보인다"며 "심리적인 분당 사태", "'아이고, 더는 당 같이 못 하겠다' 이런 얘기들도 하더라"고 심상찮은 분위기를 전했다.

이같은 기류를 읽은 듯, 이 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전 박광온 원내대표를 통해 "통합적 당 운영에 대한 의지를 밝힌다", "편향적인 당 운영을 할 의사나 계획이 전혀 없다", "앞으로의 당 운영에 있어서도 다양한 의견 모으고 통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당 대표와 지도부가 다함께 마음을 모아 노력하겠다", "기구가 필요하면 만드는 것도 할 수 있다"며 최후 승부수를 띄웠으나 의원들의 마음을 돌려세우지는 못했다.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때문에 '부결 요청' 대신 이 대표가 '가결 요청'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결이 되더라도 본인이 요청한 바대로 된 것이고, 부결되면 본인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리 된 것이니 정치적 명분은 챙길 수 있었을 텐데 때아닌 '부결 요청'으로 실리도 잃고 당 대표 권위도 잃었다는 것이다.

당내 비주류에서는 앞서 이런 맥락에서 "지도자라면 '내가 가서 당당히 받을 테니까 당론으로 가결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이원욱), "가결되더라도 분열의 길로 가지 않을 방법은 대표께서 '가결시켜 달라'고 하시는 게 제일 낫다"(조응천)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나마 이 대표에게 남은 유일한 활로는 다음주로 예상되는 영장실질심사, 즉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영장 기각 결정을 받아내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이 대표 심문 일정은 국회로부터 체포동의의결서가 법원으로 송부된 후 지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의결서를 받은 후 영장전담판사에게 사건을 배당하고, 해당 판사가 심문 기일을 잡게 된다. 통상적인 일정을 가정하면, 이튿날인 22일 법원에 의결서가 송달될 경우 다음주 초가 심문 기일로 유력하다.

영장심사에서 기각 결정을 받을 경우, 검찰의 수사가 부당한 '조작 수사'라는 이 대표의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당내 우호세력과 지지층을 등에 업고 내년 총선까지 당권을 이어가려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미 최소 30명, 기권·무효표 10표까지 합치면 40명 안팎의 의원들이 이 대표에게 등을 돌린 데다, 부결표를 찍은 의원들도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자'는 데까지 동의하지는 않는 비율이 상당수여서 이미 '이재명 체제'는 권위를 잃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인태 전 의원은 " 결국 이번에 부결이 된다 한들 그것은 이 중요한 정기국회를 앞두고 너무 내분에 휩싸이는 걸 걱정해서 조금 뒤로 미루자는 뜻이지, 결국 정기국회 끝나면 12월에 일전을 불사할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실제로 친문계에서도 상당수 의원이 '총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지금 당장은 방탄 정당이라고 비판받더라도 정기국회를 앞두고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이번에는 부결시키자'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결이라는 결과가 나온 이상, 즉 이미 당의 분열상이 외부로 드러나고 '이재명 체제' 지속 가능성이 의심받기 시작한 이상 이들도 '일단 정기국회까지는 덮어두자'는 입장은 버리고 문제를 전면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다만 비명 또는 친문 그룹에서도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섣불리 리더십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보고 향후 대응 방향을 정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장 격분한 이 대표 지지층의 반응도 리더십 문제를 당장 수면 위로 올리기에는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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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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