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졸업장 유효기간, 10년도 안 된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 "20세기 교육과 21세기 교육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학위는 집안이나 가문의 자랑거리일 망정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 SK에서는 경력직 위주로 뽑는다. 인재를 선발할 때 학부 전공(학벌)은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스카이(SKY, 서울대·고대·연대) 대학을 선호하고 있다. 스카이 대학을 나오면 평생 먹고 살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스카이 대학 졸업장 유효기간은 10년도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학 입시를 위해 굉장히 불필요한 경쟁을 하고 있다. 아이들만 고생시키고 있다."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은 19일 재단법인 교육의봄이 주관한 '역량 교육 기관 현황 파악 포럼'에서 입시 정글이 된 한국의 교육환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염 총장은 행정학 박사로 고려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뒤, 현재는 국내 대표적 대안 대학인 태재대 총장을 맡고 있다.

태재대학은 조창걸 전 한샘 명예회장이 고등교육의 혁신과 글로벌 문제를 실제 해결할 수 있는 비판적 지혜를 가진 실천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됐다. 2년 여의 준비 끝에 지난 1일 신입생 33명(국내 27명, 해외 5명)을 선발, 첫 수업을 시작했다.

▲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이 9월 19일 재단법인 교육의봄이 주관한 '역량 교육 기관 현황 파악 4회 연속 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교육의봄

염 총장은 40여 분의 강의 내내 20세기와 21세기의 교육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혁명 영향을 받은 20세기 교육은 AI와 인간의 상호작용으로 인류의 문명사가 대전환을 맞이하게 된 21세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

"20세기 교육과 21세기 교육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정형화된 지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했던 20세기 교육은 대량 생산 체계와 똑같은 대량 생산·소비 교육이었다. 즉, 대형화된 교육(Mass Education)이었다. 대량 생산으로 인류가 풍요로워지긴 했지만, 인류가 21세기에 당면한 모든 문제는 대량 생산과 소비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교육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염 총장은 특히 "한국은 공부를 '노동'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너 몇 시간 자니?'와 같은 기준으로 학업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며 주입식 교육과 상상력을 제한하는 교육 방식을 비판했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엄마가 주입식으로 공부를 시키는데, 애들이 '놀고 싶다'고 하면 '대학 가서 놀아라'라고 한다. 정말 말도 안 된다. 대학을 노는 곳으로 생각한다. 그저 졸업장과 학위를 따는 곳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경쟁력이 전혀 없다."

염 총장은 고대 총장 시절(2015~2019년) "고등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세분화된 전공의 경계를 없애고 역량과 호기심 중심의 새로운 학부를 만들기 위해 '3무(無) 정책(절대평가·자율출석·무감독 시험)'과 같은 혁신을 시도했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혁신이 절반의 성공에 그친 이유로, 그는 대기업과 같은 큰 규모의 대학이 가진 한계를 지적했다.

염 총장이 현재 몸담고 있는 태재대는 입학정원 국내 100명·해외 100명의 소수정예를 지향하며, 학교가 요구하는 인재요건에 맞는 학생만 선발한다. 모든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2학년 1학기 이후에는 개인별 프로젝트에 따른 연구비 지원을 통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도시에서 생활하며 세계 문명사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현지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4년의 과정을 마친 학생이 유엔이나 국제 NGO 단체에서 일할 경우 생활비도 지원한다.

"학생들을 얼마나 잘 키워내느냐 하는 게 교육의 목표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교육은 그 부분을 상실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태재대학이 대안이 되고 기존 교육의 패러다임에 자극이 됐으면 한다."

▲ 재단법인 교육의봄은 지난 8월 말부터 공교육·대안교육·대학교육·민간교육 등 4개 교육 영역에 걸친 '역량 교육 기관 현황 파악 4회 연속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9월 19일 열린 세 번째 포럼에서는 대학교육 역량 교육 기관으로 한양대학교(신형상 교수), 한동대학교(방청록 기획처장), 레인서울(김강현 팀코치), 태재대학교(염재호 총장)의 사례가 소개됐다. ⓒ교육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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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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