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3만 명 은둔형 외톨이…대구는?

혐오와 사회적 낙인보다 도움이 절실

최근 잇따른 흉악범죄의 피의자들이 은둔형 외톨이 성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청년 고립과 관련해 사회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대구시의 경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근거 조례가 지난해 10월 통과됐지만, 첫 단추인 실태조사는 내년에 계획돼 있어 '늑장 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 6개월 이상 사회 미접촉 … 여우사냥 안돼"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9∼34세 청년 가운데 6개월 이상 사회로부터 고립된 청년은 53만 8천 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집계된 33만 4천 명에 비해 불과 2년만에 20만 4천 명이 증가했다.

이들을 사회로 이끌어 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예단하는 언론의 보도 등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신림역 인근 칼부림을 한 조선(33)은 직장을 잃은 뒤 8개월 동안 집에서만 생활했던 것으로 확인됐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흉기를 휘두른 최원종(22)도 고교 진학 실패 후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김재열 은둔형외톨이 지원연대 대표는 지난달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칩거하면서 가족을 제외한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는 등 6개월 이상 사회적 접촉을 하지 않는 사람을 은둔형 외톨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은둔형 외톨이를 범죄집단으로 만들어가는 여우사냥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며 "낙인찍어버리면 이들은 더 숨어들 수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은둔형 외톨이들은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하거나 안전한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걸 인정했을 때 사회 복귀가 빨랐던 것 같다"라며, 사회적·제도적 도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구시 일찌감치 제도적 근거 마련하고도, 실태조사도 못해

6개월 이상 사회로부터 고립된 청년이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대구시는 지역 내 실태파악 조차 못한 상태다.

이와 관련 김태우 대구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구광역시 사회적 고립 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가 지난해 10월 일찌감치 통과됐다.

사회적 고립 청년 체계적 지원 위한 △기본계획·연도별 시행계획 사항 △발굴·실태조사 시행 △ 자립지원 사업, 지원시설 설치·운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김 의원은 "조례 제정으로 취약계층 청년의 권익을 강화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됐으나, 정책 대상이 몇 명인지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명확히 특정되지 않았다"라며, "세밀한 실태조사와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관 등의 활용을 통해 이들에게 특화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 소재 시민단체인 '우리복지시민연합'도 지난달 논평을 통해 "2022년 조례 통과 후 3년 후에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하니 대구시의 무책임 행정에 그저 황당할 뿐"이라며, 대구시에 "하루 빨리 추경을 편성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관련 사업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최정숙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은 "이번 공감토크는 사회적 고립 청년 지원책 마련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며, "이들이 처한 현실을 깊이 인식하고 타 지자체의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발굴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4월 고립은둔청년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한 뒤 사업을 신청한 1078명 중 502명의 청년이 현재 프로그램을 지원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스스로 고립은둔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청년을 찾아내기 위해 여러 기관과 협력해 발굴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 사회적 고립 청년 지원을 위한 대구 청년정책 공감토크 ⓒ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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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현

대구경북취재본부 권용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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