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정부질문서 '대통령 탄핵' 언급에 난장판…與는 '가짜뉴스' 공세

한덕수, 尹대통령-李대표 회담 건의 요구에 "여건 된다면…"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연달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언급해 국회 본회의장이 난장판이 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가짜뉴스 진원지'로 지목하며 역공을 폈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첫 질의자로 나서서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이 사건은 대통령이 법을 위반한 것이고 직권남용이 분명하다"며 "탄핵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 탄핵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당 의원들은 즉각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들어가라"는 등 고성을 지르며 설 의원을 향해 야유했다.

설 의원은 "대한민국 장관이 결재한 결재안을 뒤집을 수 있는 건 누구냐"면서 "대통령밖에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대통령이 한 것 맞지 않느냐"면서 외압의 당사자가 윤 대통령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하겠나' 라고 지시하며 바꾸라고 했다. 이건 법 위반 아닌가"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물었다.

한 총리는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하게 돼 있다. (사건은) 경찰에 이첩됐고 경찰이 철저하게 이 모든 수사를 추진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설 의원은 "총리가 주장하는 것과 우리가 주장하는 것이 다르다"며 "이런 내용이야말로 특검하고 국정조사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특검 및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법 위반한 것이다. 법 위반하면 어떻게 되느냐"면서 "탄핵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는 대정부질의를 마무리하면서도 "이대로 가면 윤석열 정권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탄핵하자고 나설지도 모르겠다"며 다시금 탄핵을 꺼내들었다.

민주당의 두 번째 질의자로 나선 김두관 의원 역시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문제,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고 무도한 폭정을 계속한다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탄핵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며 탄핵을 거론해 다시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민주당이 탄핵을 언급하며 공세를 펴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지난 대선 가짜뉴스로 대선 공작을 꾸몄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역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2021년 9월15일 김만배와 신학림은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때 대장동 브로커 조모 씨(조우형 씨)를 만나 커피를 타주고 사건을 무마했다는 녹음 파일을 만들었고, 대선 3일 전 녹음파일을 보도해 가짜뉴스를 확산시켰다"면서 "대선 3일 전에 보도한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느냐"고 물었다.

한 장관은 "그런 점까지 검찰이 투명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 자체로 말씀드릴 것은 아니지만, 가짜뉴스 유포나 선거 공작이 흐지부지 처벌받지 않고 넘어가니까 정치·경제적으로 남는 장사가 되고 반복된다고 생각한다"며 "반드시 투명히 수사해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했다.

같은 당 박성중 의원도 "천지가 경악할 만한 가짜뉴스 대선 공작"이라며 "<뉴스타파>는 언론사가 아니라 가짜뉴스 숙주로 전락했으므로 폐업 등 적극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장관은 "진실이 규명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민주당은 2008년 광우병 괴담, 2010년 천안함 괴담, 2017년 사드 괴담으로 재미를 보더니 이제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수 괴담으로 선전·선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한 총리는 "어제 제가 가락동 수산시장에 가서도 가짜 괴담이나 뉴스나, 선동이나 이런 것들에 의해서 우리 피해를 받지 않게 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 있었다"면서 "우리 정치권에서 꼭 좀 협조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권 의원은 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는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연루 의혹 사건을 언급하며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도 불법으로 대북 송금을 했다가 박지원 장관이 형사처벌받은 전례가 있다. 현재 제1야당 대표도 대북 불법송금 사건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오른팔이었던 이화영 부지사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이 이루어진 직후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게 이재명 지사의 방북 허가를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대야 공세를 폈다. 윤 대통령 탄핵이 언급된 데 대한 반격 성격으로 보인다.

권 의원은 탄핵을 언급한 설 의원을 겨냥해 "15대 대선 때 김대업 병풍 사건,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최규성으로부터 20만 달러를 수수했다'고 민주당이 허위 가짜 선전선동을 하는데 그때 이러한 가짜뉴스로 선전선동을 일삼았던 장본인, 가짜뉴스 전문 국회의원이 지금 민주당 의석에 앉아 있다. 제가 누구라고 이야기는 안 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野 "尹대통령에 '단식' 李대표 회담 건의하라"… 韓 "여건 된다면"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정부 국정 기조를 문제 삼아 한 총리를 몰아세우면서도, 한 총리에게 무기한 단식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윤 대통령 간 회동을 건의할 것을 요청했다. 김 의원은 "지금 이재명 대표가 국회 본관 앞에서 6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데 혹시 총리께서 윤 대통령께 이 대표와의 회담을 건의할 생각은 있느냐"고 물었고, 한 총리는 "상황이 되고 여건이 된다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응천 의원도 같은 질문을 하자 한 총리는 "한번 검토를 해 보겠다"고 했다.

다만 조 의원이 그에 이어 "오늘 대정부질문 마치시고, 바로 이 앞에 나가시는 길에 야당 대표 만나서 한번 손 한 번 잡아주실 의향이 없느냐"고 한 총리에게 촉구하자 그는 "생각해 보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한 총리는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같은 취지의 질문을 한 데 대해서도 "검토해보겠지만 제가 깊이 말씀은 드리지 않겠다"며 "지금 상황에서 두 분이 흔쾌히 만나기가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대정부질의에 앞서 "모든 국회의원은 개인으로 질의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으로서 질의를 하는 것"이라며 "국무위원 여러분께서는 국회에서 답변하실 때, 모든 국회의원은 적어도 20만에서 30만 유권자로부터 선출된 국민의 대표인 만큼 언제나 국민에게 답변한다는 자세로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서 답변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 달 29일 "국무위원은 모두 정무직 정치인"이라며 "국무위원들은 논리와 말을 가지고 싸우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입법기관 수장으로서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의 지시 이후 국회를 찾은 국무위원들의 발언은 더욱 격화됐다. 한 총리는 야당 의원을 향해 "예의가 없다"(지난달 30일 예결위원회)리고 지적하거나, "하나도 인정 못 한다", "일방적 주장만 하고 이제 시간 다 됐으니 내려간다"(지난달 31일 예결위)고 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전날 과방위 회의에서 "국무위원한테 이동관 씨가 뭐냐"고 야당 의원에게 호통을 쳤다가 '방통위원장은 국무위원은 아니다'라는 지적에 결국 "국무위원 사칭해서 죄송하다.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조심하겠고, 아까 제가 표현을 잘못한 것 같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방통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법 제6조에 따라 "필요한 경우 국무회의에 출석해 발언"할 수 있게 돼있다.

김 의장에 이어 조응천 의원도 같은 취지의 지적을 했다. 조 의원은 "일부 장관들의 태도를 보고 있자면 국민의힘이 '국회 무시'라고 하면서 혀를 내두르던 추미애 전 장관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는 최근 국무위원들에게 여러분들은 정무적 정치인이기 때문에 말로 싸우라고 그 자리에 계신 것이다. 전사가 되기를 요청하셨다. 총리님 생각은 어떠시냐"면서 "오늘 이 자리도 정무적 정치인으로서 야당과 싸우기 위해서 나오신 것이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물론 아니"라면서 "대통령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그 상황은 앞으로 우리 정기국회가 열리고 하면 각종 법과 예산 이런 것들을 잘 통과가 되어야 우리 국정이 이루어지는데 그런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하도록 노력을 해 달라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그러나 이같은 답변이 무색하게 이날도 야당 의원들을 향해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김두관 의원이 윤 대통령의 이념 통치를 지적하며 "우리가 베트남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 2800개 정도 되는데 이런 이념을 잣대를 대면 공산주의 국가들에 투자하고 있는 2800개 기업, 총리께서 철수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에 한 총리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베트남의 국부의 흉상을 육사에 갖다놓을 수는 없지 않지 않느냐"고 받아쳤다. 이같은 답변에 야당 의원들은 비난을 퍼부었고, 김 의원 또한 "너무 엉뚱한 질문을 하시니까 제가 어이가 없다"며 실소했다.

한 총리는 또 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무슨 말만 하면 야당 탓, 전임 정부 탓이다. 아직도 문재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이냐"고 현 정부 대응을 질타하자 "그런 점에서는 좀 문재인 대통령님도 지금 하고 있는 정부를 용기도 북돋아 주시고 격려도 좀 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받아쳤다.

김한정 의원이 "공산 전체주의라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용어까지 창시하고 연일 '반국가'(운운한다), 이런 이야기는 옛날에 박정희 유신 시대나 전두환 군부 시대 때 듣는 소리였지 않느냐. 대통령께서 왜 이렇게 거칠어지셨느냐"고 물은 데 대해 한 총리는 "전체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께서 생각하시기를, 국정에 대해서 충분히 협조를 하시지 않는 분들이 그런 판단의 근거로서 협조를 하지 않고자 하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계시지 않나 하는 우려 같은 데서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 총리 답변을 말 그대로 해석하면 '국정에 대해서 협조를 하지 않으면 반국가세력'이라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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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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