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시가 공무원 노동조합에 전용 관용차를 제공해 특혜 시비가 일었는데, 해당 차량의 운행 기록도 상당수 누락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영천시는 노조의 운행일지 작성 누락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다면서도, 사적 이용은 아닐 거라고 해명해 '덮어놓고 제 식구 감싸기'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본지는 "[기동취재] 세금으로 굴리지만 엿장수 맘대로… '영천시 노조 전용차'"(2023년 8월 22일 자)를 보도한 바 있는데, 추가 의혹이 계속 불거지며 파장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노조, 관용차 음주운전에 이어 '깜깜이 운행' 논란
4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영천시는 지난 5월 4100만 원을 들여 노조 전용차량을 신차로 교체했는데, 유류비·보험료 등도 세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기자가 영천시 관용차 운영일지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석연치 않는 부분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일지에 따르면 해당 관용차는 지난 5월 4일부터 7월15일까지 약 두 달간 총 16회 운행했다. 하지만 추가로 기자가 확인한 자료에는 운행일지에 없는 기록이 약 14회 더 있어 46%의 운행기록이 누락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용차 이용 시 전일까지 총 주행거리와 유류 잔고량을 기록하고, 당일 주행거리 유류 잔고량을 기록해야 한다는 규정을 노조가 제대로 지키지 않았는데, 영천시 또한 이를 관리하지 않은 셈이다.
심지어 한 노조 간부는 술에 취한 채 관용차량을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돼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차량 운행일지와 '실제 운행'이 다르다면, 이는 일지에 적힌 주행거리와 유류 잔고량도 허위사실이라는 뜻으로 '허위공문서 작성' 논란으로 귀결된다.
영천시 관계자는 "(깜깜이 운행과 관련해) 우리가 확인한 사항은 없다"면서도, "(관용차를) 노조활동으로 사용하지, 사적으로 사용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덮어놓고 제 식구라고 감싸는 태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천시공무원노조는 지난달 29일 관용차량의 지원에 대한 '노조 특혜, 자주성 훼손·부탕 노동행위·지부장의 업무시간 외 사적 사용 지적' 논란에 대해 "공무원노조가 잘못이 있다면 그 책임을 묻길 바란다"라며 입장문을 냈다.
그러면서 이들은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공무원노조 등에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명령이 내려오고 있으나 그 어디에도 차량지원 부분은 지적하지 않고 있다"고 차량 지원에 대한 특혜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관용차 음주운전 논란에 대해서는 "검찰에 약식기소(벌금형) 처분을 받았고, 영천시장은 공무원 품위유지 위반으로 경북도청에 징계의결을 요청한 상태다"고 덧붙였다.
영천시 노조는 "당신들이 두 눈 지켜뜨고 보며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아도 우리 영천시 공무원들은 법과 원칙에 따라 알아서 일을 잘하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경북도 내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민 혈세로 굴리는 관용차는 제한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사용해야 하고, 관련 법규 등에 따라 이를 명확히 기록해야 한다"라며, "특정인의 권리인 것처럼 멋대로 관용차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천시는 노조에 제공한 전용 관용차량에 대해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히 진실을 밝히고 해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 진안소방서장에게 전라북도가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린 것과 관련해 공무원노조 소방청지부는 '솜방망이' 처분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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