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죽마고우 이철우 "부당한 사상검열 표적 된 홍범도 지켜야"

국방부 '이회영 등 놔두고 홍범도만 이전' 방향에 이종찬 "더 모욕적"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위치한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강한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소련공산당 가입 경력을 문제삼아 홍범도 장군 1인의 흉상만 옮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죽마고우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교수가 비판을 제기하는 등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교수는 28일 오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5인의 흉상을 이전하겠다는 육사의 계획에 대해 후손으로서 분노를 느끼기보다는 어떤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그런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를 사회학적으로 해석하려 하는 한편, 우당의 역사적 동지로서 부당한 사상검열의 표적이 된 홍범도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19년 중국 뤼순 감옥 유적지를 방문했던 일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5인 흉상 이전 논란 국면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보수진영 내 반대 여론에 불을 붙인 이종찬 광복회장의 아들이며 이회영 선생의 증손자다. 윤 대통령의 초등학교(대광초) 동기로 수십 년간 교류를 이어온 사이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가 돌연 홍범도 장군의 소련공산당 가입 이력을 문제삼아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을 육사에서 철거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진보진영은 물론 보수진영 내에서도 반대 기류가 다수다. 이 교수 부친인 이 광복회장은 지난 27일 국방장관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 "민족적 양심을 저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장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유승민·홍준표 등 비윤계 중진들은 물론, 김병민·김근식·장예찬 등 친윤계에 속하는 이들로부터도 중도층 민심 이반을 우려하며 '홍범도 동상은 그냥 놔두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국방부는 전날 오후 낸 입장 자료에서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여 기념하는 것은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시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을 제외한 나머지 4인 동상은 남겨두고 홍 장군 동상만 이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의 페이스북 글은 이런 시점에서 올라온 것이다. 이종찬 광복회장도 이날자 <동아일보> 전화 인터뷰에서 "내 할아버지(이회영 선생)를 포함해 4인을 남기고 홍 장군만 철거한다는 건 오히려 나를 더 모욕하는 것"이라며 "5인을 한꺼번에 처리하든, 모두 현재 그 자리에 남겨두든 하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할 때 제일 먼저 간 데가 우당 기념관이었다. 정치 시작하는 선언을 매헌 윤봉길 기념관에서 했다. 그러니까 그 분의 근본은 독립운동이 모든 것의 베이스이고, 그 위에 자유 민주주의라는 질서를 세우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때문에 저는 100% 동감"이라며 "그러나 이번에 장관이 하는 일은 윤 대통령이 시킨 것으로는 저는 전혀 볼 수가 없다. 엉뚱하게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군이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을 철거하기로 해 논란이 확산하자 홍범도 장군 흉상만 이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군은 육사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도 이전을 검토하는 등 '홍범도 지우기'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2018년 3월 1일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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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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