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가 교내 설치한 일제강점기 독립군 김좌진, 홍범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철거하려고 해 논란이 되는 가운데,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합의 없이 설치했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어서 이러한 검토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28일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독립군) 흉상은 2018년도에 전체적인 공감대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추진된 부분이 있어서 육사 내부에서도 여러 가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며 "그런 의견들을 반영해서 육사가 지금 현재 이전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해당 흉상들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지난 2018년 3월 육사 교내 충무관에 세워졌다. 문재인 정부는 독립군을 국군의 뿌리로 여기고 그해 6월 8일 신흥무관학교 설립 107주년 기념식을 최초로 육사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이 있는 흉상 설치에 대해 전 대변인이 "공감대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힌 것을 두고, 육사가 자체적으로 검토했다기보다는 문재인 정부가 했던 일을 지우고 싶어하는 현 집권세력이 검토를 추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육사 단독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뒤에 당연히 국방부, 보훈부, 대통령실이 있다고 보여진다"며 "역사적인 인물의 조형물을 (육사 내에) 설치한다는 것은 임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흉상을) 설치할 당시 어떤 메커니즘으로 설치됐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설치할 때 육사 교수부 사학과, 전사학과 등 교수들이 검증을 했었고 국방부와 당시 보훈처의 허락을 맡아서 설치했다"며 "철거하려면 그와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돼야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대변인은 흉상 철거의 세부적인 내용과 관련 "육사가 자체 기념물 재정비 방안을 추진하면서 아마 적절한 지점 또는 장소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옮기고 하는 것은 아직 세부적인 방안이 결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다섯 분(의 흉상을)을 다 독립기념관으로 옮긴다고 확정된 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육사 외에 국방부 앞에 설치된 홍범도 흉상의 철거 및 이전 여부에 대해 전 대변인은 "(육사 흉상과) 연관도 있고 또 별개의 사안이지만 국방부가 현재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홍범도 장군의 경우 1962년 박정희 대통령 집권 당시 대통령장을 받았고 1998년 김대중 정부 집권 시 10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될 정도로 독립을 위해 공헌한 것을 인정받은 인물인데, 이에 대한 국방부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 대변인은 "국방부가 말씀드릴 건 아닌 것 같다"며 답을 피했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빼고 그 자리에 백선엽 장군의 동상이 들어서는 것이냐는 질문에 전 대변인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육사에서 검토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이에 국방부에 있는 것도 교체할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배수량 1800톤급 손원일급 잠수함 중 홍범도함이 있는데 이 역시 이름을 교체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장도영 해군 서울공보팀장은 "현재 해군은 홍범도함 함명 제정 변경 등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25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억지하고 전시에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인데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의 동상)이 있어야 되겠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흉상 철거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에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우당이회영기념사업회,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백야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등 4개 단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사관학교의 철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야당뿐만 아니라 보수 진영의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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