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에 노동부 장관 다녀간 날, 물류센터 노동자 더위로 쓰러졌다

이정식 장관 물류센터 실태 점검했으나, 쿠팡 노동자 온열질환 호소하며 쓰러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온열 질환 예방수칙 이행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쿠팡 동탄물류센터를 찾은 지난달 30일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가 온열질환을 호소하며 쓰러져 119가 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프레시안>이 8일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119 출동기록'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30일 밤 9시 18분에 경기도 화성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노동자가 온열질환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쓰러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는 더운 환경에서 2시간 정도 서서 일하다가 쓰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원은 이 노동자에게 전해질 수분보충과 얼음팩, 생리식염수를 이용해 냉마시지 등의 응급처치를 진행했다.

119 구급대원이 출동했을 당시 동료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쓰러진 노동자의 목에 얼음물을 대준 것으로 확인됐다. 쓰러진 노동자는 의식이 있었으나 몸에 열이나 걷는 것도 힘들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날 이정식 장관은 쿠팡 동탄물류센터를 방문해 물류센터의 온열질환 예방수칙 이행실태와 노동자들의 건강관리 실태 등을 점검했다. 이 장관은 이날 방문을 통해 체감온도 33도 이상 매시간 10~15분씩 휴식을 부여하는 '온열질환 예방대책'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장관의 물류센터 실태 점검에도 불구하고 쿠팡 노동자는 온열질환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이 장관이 강조한 매 시간 10분~15분 휴식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증언했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폭염 가이드라인은 권고사항에 불과해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경기도 화성 쿠팡 동탄물류센터을 방문해 실내 작업장 현장의 온열질환 예방수칙 진행실태와 노동자들의 건강관리 실태 등을 점검하고 있다. ⓒ 노동부

정성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 장관의 방문을 두고 "쿠팡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와서 누군가 쓰러질만한 상황을 직접 목격하고 체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면 그건 보여주기 식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 지회장은 "동탄물류센터는 체감온도 35~36도를 기록하고 있다"며 "심지어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처럼 매시간 10분 ~ 15분 휴게시간 보장 요구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탄 물류센터에서는 9시간 일하면 딱 한번 20분 쉬고 33도가 넘으면 25분, 35도가 넘으면 30분을 쉬는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폭염 휴게시간을 보장해달라"며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정성용 지회장은 "폭염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가 참다 못해 파업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 "정말 더워 죽을것 같아요"…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 파업)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정기적인 온열질환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주기적으로 온∙습도를 측정하여 법정 휴게시간 외 추가 휴게시간을 부여하고 있다"며 "또한 직원들의 쾌적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각종 냉방∙환기 장치를 운영하고 보냉 물품을 지급하는 등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다각적인 조치 및 관련 투자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휴게시간 보장 등 폭염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하루 파업에 나선 1일 인천시 서구 오류동 쿠팡 인천4물류센터 앞에 센터 내 체감온도가 34.5도에 이른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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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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